22년 만의 한중 결승 승전보…2·3국 완패한 커제 고개 숙여 통곡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3번기에서 신민준 9단이 커제 9단을 2-1로 꺾고 정상을 밟았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이번 결승전 승리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한국 기사가 커제를 ‘번기’ 승부, 결승전에서 꺾은 건 처음이다. 한편 한중이 대결한 결승전에서 2014년 삼성화재배 김지석(대 탕웨이싱) 이후 6년 2개월 만에 승리다. LG배만 보면 1999년 열린 3회 대회에서 이창호 9단이 마샤오춘을 3-0으로 꺾은 이후 22년 만의 한중 결승 승전보다. 3회 이후 LG배 한국기사 우승은 모두 형제대결이었다.
커제는 구리와 함께 중국에서 세계대회 ‘8관’이다. LG배에서 9관을 낙관했지만, 뜻밖에 신민준에게 막혔다. 2국과 3국이 내용상 완패였다는 점이 커제에겐 더 충격이다. 최종국 계가를 마치고 커제는 “죄송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57만 명이 자기 경기를 지켜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커제는 고개를 숙여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쉬움과 자책으로 가득한 순간이었다. 마음을 추스른 커제는 허리를 숙여 사과하면서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하지만, 정말 죄송하다. 내 자신에게 실망했고 바둑팬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2국과 3국을 완패한 커제는 중국에서 57만 명이 경기를 지켜봤다는 얘기를 듣고 고개 숙여 통곡했다. 사진=시나바둑 제공
신민준은 우승소감으로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1국에서 졌을 때는 실력 차이를 느꼈고, 포기하려는 마음까지 들었다. 일류기사라면 누구나 노력은 비슷하게 한다. 하지만 신진서는 너무 강하고, 중국 기사도 누구 한 명 만만한 상대가 없다. 이번 우승은 커제 9단보다 운이 약간 더 따른 느낌이다. LG배 결승에서 바둑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어 크게 힘이 됐다. 항상 열심히 하고,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다시 우승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은 우승상금이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장면도] “패 해소한 후 승리 확신” 제25회 LG배 결승3국 ●커제 ○신민준 2021.02.04. 302수 백3.5집승 장면도 결승 3국은 신민준의 완승국이다. 백이 약간 유리한 종반, 좌변 X자리에서 서로 패를 진행하고 있다. 커제는 흑1 팻감으로 백(세모 표시)을 잡자고 했다. 약 10집에 불과한 자리다. 신민준은 바로 2와 A를 연타하며 패를 해소했다. 국후 인터뷰에서 신민준은 “패를 통해 정리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봤다. 결국 패를 해소한 후에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