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지 호텔 부동산 가치 높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 여전…일부 건설사는 호텔 매각
최근 현대건설이 인수한 르메르디앙호텔. 한때 이곳에는 폭행사건으로 논란이 된 클럽 버닝썬이 있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현대건설은 인수한 호텔을 개발해 부동산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호텔을 활용한 부동산 사업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도 호텔을 개조해 부동산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인수한 호텔은 호텔로 운영하지 않고 부동산으로 개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호텔업계가 역대급 불황을 맞고 있다. 호텔을 그대로 운영하면 막대한 적자를 피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대표 호텔 업체인 호텔신라는 2020년 1~3분기 1698억 원, 호텔롯데 역시 7491억 원의 적자를 거뒀다. 특히 르메르디앙호텔은 버닝썬이 있었던 곳이기에 대외적인 이미지마저 좋지 않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망도 대체로 어둡게 보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입국 제한 조치가 올해 안에 해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전환되는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커 실적 개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실적 하락세인 현대건설 입장에서 적자인 호텔업보다 수익 창출이 예상되는 부동산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현대건설의 매출은 2019년 17조 2788억 원에서 2020년 16조 9709억 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597억 원에서 5490억 원으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크라운호텔과 르메르디앙호텔의 위치와 호텔이라는 특성상 고급 주거시설이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인근 지역에 예고된 부동산 호재도 적지 않아 높은 분양가를 노려볼 수 있다. 크라운호텔의 경우 한남뉴타운과 유엔사업부지 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고, 장기적으로는 신분당선 동빙고역이 인근에 생길 예정이다. 르메르디앙호텔 역시 강남 중심지에 있으며 9호선 신논현역이 바로 앞에 있어 접근성도 뛰어난 편이다.
국토교통부 공시지가 기준 크라운호텔 부지의 ㎡당 가격은 2010년 659만 원에서 2020년 144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르메르디앙호텔 부지 가격은 ㎡당 1390만 원에서 3707만 원으로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명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크라운호텔 부지에는 제2·3종 주거지역이 있어 한남더힐과 같은 대형 고급 주택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20년 12월 취임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주택 전문가라는 점도 현대건설이 고급 주거시설을 개발할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윤 사장은 2018년부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윤 사장에 대해 “주택사업 브랜드 고급화 및 주요 대형 수주사업에서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서대문 스위스그랜드호텔도 현대건설의 잠재 인수 대상으로 꼽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이 나온 건 아니지만 고급 부동산에 대한 시장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추가 호텔 매입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최근 현대건설이 연이어 호텔을 매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건설은 인수한 호텔을 개발해 부동산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현대빌딩. 사진=최준필 기자
변수는 있다. 분양 시장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KB 부동산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계속되고 국내에도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2021년 경제에 드리워졌던 불투명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기와 같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주택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실물경기 부진이 경제 위기로 확산될 경우 구매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외에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정비사업 발주 감소가 예상되는 점, 금융기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참여 억제로 시공사의 PF 채무보증 규모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현대건설과 반대로 호텔을 매각하는 건설 업체도 있다. 대우건설은 인천광역시 송도에 위치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은 인천 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다만 강남 중심 지역에 있는 르메르디앙호텔과 비교하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호텔은 아니지만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소재 13층 규모 건물 ‘대우로얄프라임’을 KT에스테이트에 매각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은 비핵심자산으로 보고 있어 원하는 매수인이 나타나면 매각을 검토할 것”이라며 “서울은 호텔이 포화상태지만 송도에는 고급 호텔이 2곳밖에 없고, 호텔 부지까지 사용해 부동산을 공급해야 할 정도로 송도에 땅이 부족하지도 않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