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들과 대화 가능 전세계적 인기…다시 듣기·뒤로 가기 불가 “매력이자 한계”
2020년 4월 출시된 클럽하우스는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1만 명 수준이었던 이용자가 최근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일론 머스크 플랫폼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가입러시가 시작됐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있어야만 쓸 수 있고 안드로이드 기반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음성 기반 오디오 채팅 서비스 클럽하우스가 폭발적 인기다. 사진=클럽하우스 앱스토어 화면
클럽하우스는 가입자에게 두 개의 초대장을 주는데 가입하려면 기존 가입자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들이 초대장을 중고장터에서 구하면서 약 1만 5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돈 대신 지인끼리 단체 채팅방에 모여 릴레이로 가입하고 다음 사람에게 초대장을 나눠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초대장은 활동을 열심히 하면 무작위로 추가 지급하기도 한다.
초대장을 매매하거나 줄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 프로필 화면에는 초대장을 준 사람이 표시되고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초대장을 준 사람도 피해를 볼 수 있다. 대체로 두 장 보유한 초대장을 누구에게 줬고 누구에게 받았는가를 통해 실제 인맥과 친밀도도 알 수 있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박영선 전 장관은 김서준 해시드 대표의 초대로 가입했으며 이후 박 전 장관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을 초대했다. 정청래 의원은 다시 고민정 의원을 초대해 친분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법률대변인과 강훈식 의원도 각각 보좌진과 방송 작가의 초대로 가입했으며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작가의 초대를 받고 가입했다고 알려졌다.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는 겉으로 보기엔 화상회의 서비스 ‘줌’이나 음성 채팅방 ‘디스코드’, 카카오톡 단체 보이스톡과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이들 서비스는 코드가 있어야 방에 접속 가능하거나 기존 채팅방 이용자끼리만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에 접속하면 메인 화면에 내가 팔로했거나 관련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대화하는 방들이 보인다. 이들 방에 입장하면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대화방은 말을 할 수 있는 스피커, 스피커들이 팔로하는 사람, 그 외에 방에 있는 사람으로 구분해 보여준다. 스피커가 아니라도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방 운영자가 수락하면 스피커 자격을 받아 발언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스피커가 말하지 않을 때는 마이크 끄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정말 예외적인 경우지만 이 마이크 끄기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을 모르고 이를 닦거나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한 클럽하우스 이용자는 “한번 스피커가 되면 방을 나갔다가 다시 입장할 때 자동으로 스피커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혹시 모를 소리가 들어가는 걸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를 극찬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음성 품질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점이다. 클럽하우스의 음성 대화 기술은 아고라라는 중국 회사 서비스를 쓴다. 최근 미국 투자업계에서 실적이 워낙 좋아 ‘캐시누나’라고 불리는 캐시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 ETF에서도 아고라에 투자한 바 있다.
클럽하우스 대화방에서 장근석 씨, 김재중 씨, 추성훈 씨가 대화를 나눴다. 사진=클럽하우스 대화방 캡처
우리나라 연예인, 유명인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연예인 노홍철 씨는 고민 상담 방을 만들기도 했고 랩퍼 스윙스는 힙합 관련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가수 호란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씬님, 김시선, 고몽 등도 유튜브 관련 이야기를 수백 명과 나누기도 했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 이승건 토스 대표, 김창한 펍지 대표 등 유니콘 벤처기업 대표나 벤처캐피털 투자자 등도 대화방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유명 인사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보니 강연 업계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돈을 주고 들을 만한 연사들의 얘기를 공짜로 들을 수 있어 ‘굳이 돈 주고 강연 들어야 하나’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면서도 “그럼에도 강연과는 결이 다른 수다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점, 발화하는 사람들도 ‘각’ 잡고 하는 얘기보다는 시간 때우기에 가깝다는 점, 화면이 아예 없어서 뭔가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강연 시장에 큰 충격이 되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 인사들이 클럽하우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단연 휘발성이다. 클럽하우스는 따로 녹음기를 쓰지 않는 한 녹음이나 화면 저장을 막아뒀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클럽하우스는 발화하는 그 순간에만 들을 수 있고 다시 듣기나 뒤로 가기도 불가능하다. 어딘가 저장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편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휘발성이 클럽하우스의 핵심이지만 반대로 이 휘발성 때문에 ‘게임 체인저’가 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기존 소셜미디어의 핵심 기능은 과거를 저장해두고 서로 반응하는데서 나오는데 현재 클럽하우스는 이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당장은 나만 못 쓴다는 공포감인 ‘포모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을 자극해 가입 러시가 일어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성장세가 둔화되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배경에는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있는 방에 외향적으로 활발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대체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럽하우스의 미래는 실시간 팟캐스트, 다방향 라디오가 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 대형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음성 기반 플랫폼은 한국에서도 공을 들여 개발 중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만들어진 클럽하우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기존 소셜미디어보다는 산책이나 운전 중에 듣는 팟캐스트나 라디오의 청취 시간을 위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