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사업 자문료 챙겨 사기혐의 피소…부친 소속 경찰서 조사 “문제없다” 결론에 검찰 보완 수사
겉으로 보기엔 부자처럼 보이는 이 아무개 씨 인스타그램 글이다. 그는 이런 글과 함께 보석, 돈다발, 고급 명품 사진을 올리며 부를 과시했다. 끊임없이 자신의 화려한 삶을 자랑하는 이 씨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댓글을 달았다. 그들은 자신들에게도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화려한 명품, 보석, 돈다발 등을 올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 아무개 씨가 피해자들에게 고소됐고 현재 보완 조사 중이다. 사진=이 아무개 씨 인스타그램 캡처
2017년 A 씨도 그렇게 이 씨에게 연락하게 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그해 7월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씨가 거절했다. 이 씨는 시험을 보듯 ‘사업기질을 봐야 한다’며 ‘돈을 벌고자 하는 동기를 적어 보내 달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그런 거절이 더욱 애가 타게 만드는 요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며칠 뒤 이 씨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 씨는 ‘같이 사업을 해보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자문료 400만 원을 입금해 달라고 했다. A 씨는 사업이 잘될 것을 기대하고 곧바로 입금했다. 피해자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거절한 뒤 연락해 400만 원을 제안하는 과정은 동일하다. 다만 이 씨는 상대가 돈이 없거나, 400만 원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조금 깎아주기도 했다.
이렇게 400만 원을 입금한 사람들에게 이 씨는 ‘짝퉁(가품)’ 사업을 제안했다. 중국에서 짝퉁 명품을 만들어 들여오거나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당연히 상표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업이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400만 원을 내고 사업을 시작해보니 이 씨 밑으로 매니저들이 있었고 매니저는 회원들을 관리하는 체계였다. 단체 채팅방이 수십 개였고 각 방 매니저들이 짝퉁 상품과 관련 소개글과 해시태그를 알려주면 회원들은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 하루 10회 이상 열심히 글을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회원들이 올린 글을 보고 구매 희망자에게 연락하면 매니저와 연결시켜 준다. 회원들이 구매대금을 받아 이 씨에게 전달하면 매니저가 발송을 한다. 이때 이 씨는 “구매자에게 입금 받으면 돈을 받은 통장 말고 다른 통장으로 내게 입금을 하라”고 꼭 당부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만약 짝퉁 문제로 수사를 받게 되더라도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모두 “도저히 오래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씨가 보내주는 짝퉁 상품 질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B 씨는 “배송할 때마다 구매자에게 곧바로 항의가 들어와서 매일 스트레스였다. 이 씨에게 이런 문제를 호소하면 ‘차단하면 그만’이라고 할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한두 달 내에 일을 그만뒀다는 사람이 다수였다. 피해자들은 이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해도 ‘당신들이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이라고 일축했고 곧 차단당했다. 이 씨가 말한 ‘차단하면 그만’은 회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 씨가 가르쳐줬던 짝퉁 사업. 회원들은 매니저가 알려준 설명대로 글을 올려야 했다. 사진=제보자 A 씨 제공
2018년 1월 피해자들은 이 씨와 만나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씨는 ‘신용카드를 사람들에게 가입시키면 그 사람이 결제한 액수 가운데 일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한 다단계 사기 수법 중 하나였다. 이 씨 사업에 몰려든 사람은 최소 1000명 이상 됐고 2000명이 넘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큰 강당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 이들은 수상하긴 했지만 이 씨가 “아버지가 경찰이다. 불법적인 일을 하겠느냐”는 말에 신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히 A 씨는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어 활동하다 몇 개월 동안 이 씨 비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씨는 ‘같이 사업을 진행해보자’고 해 방 한 칸을 내줘 같이 살기까지 했다. 그 기간 A 씨는 이상한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A 씨는 “사업가라던 이 씨는 평소 별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친구도 딱히 없는 것 같았다. 다만 돈이 많은 건 진짜였다. 잠시나마 나에게 별장 바닥에 숨겨둔 돈다발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A 씨가 제공한 사진에는 5만 원권 현금 다발이 가득 쌓여 있었다. A 씨는 신기한 마음에 이 돈다발을 사진으로 찍었다.
하지만 2018년 1월부터 진행된다는 사업은 진척이 없었다. 피해자들은 반년이 지나가는데도 별다른 사업 진척 없이 이 씨가 또 다른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자 그제야 거짓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때 A 씨에게 안 좋은 소식도 찾아왔다. 과거 짝퉁을 팔던 것 때문에 구매자에게 고소를 당했다. A 씨가 이 씨에게 호소했더니 이 씨는 아버지가 경찰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고 한다.
이 씨는 별장 바닥을 금고처럼 위장해 놓았고 이곳에 현금 다발을 숨겨뒀다고 한다. 사진=제보자 A 씨 제공
이후 피해자들은 잊고 지내다 최근 다시 이 씨를 고소했다. 이 씨에게 인스타그램 가입비 사기가 아닌 전혀 다른 금 사기 등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나타났고, 이들이 이 씨 사건들을 공론화시켰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짝퉁이나 다단계 피해자들이 고소를 하려고 하자 이 씨는 갑자기 경기도 양주에서 포천으로 주소지를 이전했다.
피해자들은 포천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다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같이 조사를 받으러 간 A 씨와 B 씨는 “이 씨 아버지가 경찰이라고 했다”고 얘기하자 조사를 하는 경찰은 “포천서 간부로 근무한다”고 말해줬다. B 씨는 “이 씨 아버지가 포천으로 발령이 나자 이 씨도 한 달 전 양주에서 포천으로 주소를 옮겼다. 피고소인은 조사 받을 때 주소가 있는 주거지 관할 수사기관으로 인계된다. 이 씨가 사건 조사를 아버지가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받기 위해 주소를 이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은 철저하게 수사했고 전혀 문제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씨 아버지도 이 같은 의혹에 “그런 일 없다”고 답했고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근 검찰은 이 사건에 억울한 점이 있는지 보완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