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 삼림욕부터 홍제천 라이딩까지…7km 숲 나들이로 코로나 블루 치유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도 거뜬
자락길은 도심 속 산자락에 평균 경사율 9% 이내의 데크 산책로를 조성해 만든 길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쉽게 산에 접할 수 있게 만든 산책로인데 장애가 없다는 뜻에서 ‘무장애 숲길’이라고도 불린다. 서울 근교산 등산코스 가운데 접근성이 뛰어난 곳을 선정해 조성했다. 무장애 숲길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가지고 나온 부부, 어린이, 노약자 등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길이라 누구나 오가기에 부담이 없다.
산자락의 자락을 뜻하는 ‘자락길’은 경치가 아름다우면서도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주택가 인근에 조성한 걷기 좋은 길이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이 가운데 서대문구의 안산 자락길이 가장 긴 코스다. 강북의 산들을 조망할 수 있어 전망도 좋다. 순환형으로 이어져 있는 안산 자락길은 총 길이 7km로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쯤 걸려 운동 삼아 걷기 좋다. 코스는 크게 ‘한성과학고-안산천약수터-무악정-연흥약수터 부근-시범아파트철거지-한성과학고’로 이어진다.
안산 자락길은 무악동, 연희동, 홍은동, 홍제동 등에 걸쳐 있는 데다 진출입로가 많아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로 온다면 2호선 신촌역, 3호선 독립문역, 무악재역, 홍제역이 가깝다. 인근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와도 쉽게 연결된다. 초행이라면 독립공원이나 서대문구청 등으로 진입하면 편하다. 코스 진출입로에 이정표가 있어 찾기도 어렵지 않다.
#시원한 전망, 완만한 데크길
안산 자락길은 삼림욕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는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다. 7km 대부분의 구간이 나무데크길로 이뤄져 있어 걷기 편하다. 숲은 좋지만 등산은 싫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등산과 걷기를 같이 하고 싶다면 안산 꼭대기인 봉수대에 올라가면 된다.
안산 자락길의 가장 큰 장점은 편한 데크길을 걸으면서도 산 정상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전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인왕산과 한양도성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있고 주변 산들과 주택가가 어우러진 모습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도 있다. 도심 속에 있어서 불빛 반짝이는 야경도 좋다.
안산 자락길의 가장 큰 장점은 편한 데크길을 걸으면서도 산 정상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전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서울관광재단
광화문이나 서대문 인근에 직장이 있고 신촌 일대와 연희동, 홍제동, 홍은동, 무악재 방면에 집이 있다면 출퇴근길에 도심 속 숲길을 걸으며 소소하지만 잔잔하게 일상적 치유도 느껴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식당이나 술집도 평소보다 일찍 닫는 통에 갈 곳 없어 헤매는 직장인이라면 이참에 숲 산책을 취미로 붙여볼 만하다.
안산 자락길 주변으로 독립문과 서대문 독립공원, 서대문형무소와 역사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등 나름 볼거리도 있어 혼자도 좋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나들이 길로도 손색없다. 자락길 곳곳에 야외 숲속 도서관과 숲속 놀이터 등도 마련되어 있다. 멀리 가긴 귀찮지만 그래도 자연은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딱이다. 코스 곳곳에 화장실도 자주 있어 편리하다. 안산 자락길은 보행자 전용 도로로 자전거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메타세쿼이아 숲과 홍제천까지
안산은 산 모양이 말의 안장같이 생겨 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지만, 최근엔 사람들의 삶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어 안산인 듯도 하다. 안산은 외지에 사는 사람들은 영 모르는 동네 뒷산이겠지만 인근 주민들에게는 산소호흡기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안산 자락길에 한번이라도 발을 들여 본 인근 주민이라면 안산을 끼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금방 느끼게 된다.
안산 자락길은 삼림욕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는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다. 7km 대부분의 구간이 나무데크길로 이루어져 있어 걷기 편하다. 사진=서울관광재단
홍제천 쪽에서 안산 정상부인 봉수대로 가는 길에는 자락길을 살짝 벗어나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다. 메타세쿼이아 숲은 안산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층층나무와 자작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는 이곳으로 들어가면 영 딴 세상 같다.
기세등등 하늘 위로 뻗은 메타세쿼이아 기둥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외부의 온갖 스트레스를 차단시켜 주는 듯하다. 누구라도 서울 도심 속 같지 않은 숲의 울창함에 놀라게 된다. 삼림욕을 하기도 좋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벤치에라도 앉으면 다시 일어날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홍제동 쪽으로는 홍제천과도 연결된다. 안산 자락길을 걷다가 홍제천 쪽으로 내려오면 또 다른 천변 산책길이 한강까지 이어진다. 홍제천 인공폭포에서 한강까지 폭이 넓은 천변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나 있는데 한강까지는 4km 정도다.
걸어서 가도 좋지만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이용해 한강까지 라이딩을 즐겨도 좋다. 홍제천 주변으로 따릉이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안산 자락길부터 한강까지, 반나절 혹은 주말 한나절 산책코스로 서울에서 이만한 산책코스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