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아빠 역할만 했어도 살릴 수 있었는데…정인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정인이 양부 안 씨를 2월 25일 만났다. 일요신문은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혹은 ‘정인이 사건’을 폭넓게 이해하고자 안 씨의 답을 싣기로 결정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안 씨는 “여태 인터뷰는 SBS ‘궁금한 이야기 Y’팀과 딱 한 번 했다. 그땐 OO가 사망하고 3일 뒤였다. 당시만 해도 내가 아무것도 몰라 말을 잘못했다. 그때 억울하다고 말한 게 OO에게 지금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며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어떻게 했든 내가 정상적인 아빠 역할만 했더라도 살릴 수 있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일요신문은 반성과 사과를 듣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나온 학대 정황에 관해 물었다.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혹은 ‘정인이 사건’의 실체를 폭넓게 이해하고자 안 씨의 답을 싣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지방에 있다. 많은 분들이 집 앞을 찾아와서 숨어 지낸다. 아이가 분리 불안을 느껴서 안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달 전쯤 첫째 아이가 놀이터에 놀러 가자고 졸라서 같이 나간 적이 있는데, 시위하시는 분들이 아동학대로 신고한 적이 있다. 첫째 아이를 방패막이 삼아서 외출한다고. 그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나와서 시위대랑 마주치면 완전 분리 조치를 하겠다고 해서 지금은 아이와 밖을 나가진 않는다.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주고 있다.”
―인터뷰에 나선 이유는 뭔가.
“SBS ‘궁금한 이야기 Y’팀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터뷰했다. 그때가 사고 이후 3일 뒤였다. 그 인터뷰에서 OO의 죽음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말한 것, 억울하다는 말을 했던 게 아이에게도 미안하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공인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얘길 해야 하나 망설여지긴 했는데, 어쨌든 지금쯤엔 이런 얘기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평생 책임감을 지고 살아가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
―학대 신고가 3차례나 있었는데.
“궁극적으로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건데 그날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100% 알지 못했다. 수차례 살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이가 이렇게 된 건 절반은 내 책임이다. 학대 신고를 당한 게 입양 가정에 대한 주변의 편견 때문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너무나 큰 잘못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내가 어떤 짓을 했는지를 떠나서 내가 정상적인 아빠 역할만 했어도 아이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그 부분을 못 한 게 죄스럽다.”
―정인이의 얼굴와 목, 복부, 허벅지 등 상당히 많은 멍이 있었다.
“멍을 몰랐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얼굴이나 목 주변에 든 멍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땐 침대에서 떨어졌다거나 첫째 아이가 밀어서 소파에서 떨어졌다거나, 자신도 모르는 멍을 어린이집 선생님이 발견해줬다는 아내의 말을 믿었다. 아이를 왜 이렇게 소홀히 보느냐고 아내와 다투기도 많이 했다. 그땐 아내가 아이를 학대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마침 당시 이사 준비 때문에 에어비앤비에 한 달 조금 넘게 살았다. 익숙한 환경이 아니라 더 많이 다친다고 생각하고 넘겼다.”
―정인이의 목욕을 전담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복부와 허벅지 멍을 모를 수 있었나.
“작년 5월에 지금 살던 집으로 이사했다. 그전까진 내가 목욕을 전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복부와 허벅지엔 멍이 없었다. 이사 이후엔 아내가 전담했다. 첫째 아이가 아빠가 자기만 홀로 씻겨주길 원해서 아내랑 아이들을 분담해서 씻겼다. 물론 내가 OO를 씻길 때도 있었지만 그때 멍을 발견할 순 없었다. OO가 워낙 몸에 몽고반점이 많은 아이기도 하고 몸이 까맣기도 했지만 정말 못 봤다. 1차 아동학대 신고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사람이 왔을 때 나도 처음 봤다. 내가 씻기지 않는 사이에 멍이 들 수도 있지만 멍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내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 잘못이다.”
―허벅지의 멍이 마사지를 하다가 생긴 거라고 말했다던데.
“학대를 당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던 때 한 말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나와서 아이의 멍에 관해 하나하나 뭐라도 무조건 설명이 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마사지를 해서 멍이 생긴 거라고 말한 게 아니라 마사지 외엔 허벅지 안쪽 부분에 멍이 들 일이 없다고 설명을 드린 거다.”
―아픈 아이에게 걸어보라고 했다는데.
“일을 마치고 6시쯤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원장님이 따로 부르더니 아이가 우유밖에 안 먹고 밥을 한 숟갈밖에 안 먹었다고 했다. 품에만 안겨 있고 걷질 않는다고 하셨다. 안 걷는다고 하니 걱정이 돼 두세 발짝 뒤로 가서 “OO야 이리 와”라고 한 거다. 아이가 원장님 무릎에 앉아 있다가 걸어와 안겼다. “걷는데요?”하고 말았다. 그때 원장님이 병원에 데려가서 영양제라도 맞게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OO가 집에 와선 저녁을 잘 먹었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다.“
―아이가 모든 걸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고 하는데 이상한 점은 못 느꼈나.
“사실 그 전날(사망 이틀 전) 예방접종을 맞혔다. 첫째 아이와 OO 모두 맞혔는데 둘 다 미열이 있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안 좋다고만 생각했다. 한 시간 단위로 열을 재면서 다음 날 소아과에서 확인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밤 응급실에 데려가지 않았던 게 지금 가장 많이 후회된다.”
―아이를 30분 동안 차 안에 방치한 걸 두고 수면교육이라고 했나.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앞서 SBS 취재진과 인터뷰할 때 PD님이 아내가 방 안에 아이를 혼자 두고 한동안 지인과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를 했을 때 그걸 두고 수면 교육한 거라고 말하긴 했다. 2차 신고 당시 아내가 30분 동안 아이를 차 안에 방치한 줄 몰랐다. 나중에야 알게 됐다.”
―어린이집 원장님이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간 걸 두고 항의했다던데.
“항의를 한 게 아니라 당시 혹시나 그 사실이 와전됐으면 아이를 뺏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투의 차이인데, 정말 죄송한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오셨으면 말씀은 좀 해주시라고 부탁을 드렸었다. 저희한테 허락받으라고 항의한 것은 아니었다.”
―정인이에게 장남감 총을 쐈다는 말이 있다.
“전혀 없는 일이다.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 여자아이 둘 키우는 집에 비비탄 총이 있을 리가 없다.”
―정인이가 서 있던 의자를 발로 찼다는 말도 있는데.
“그것도 정말 어떻게 해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 제보가 있었다고 하는데, 나도 정말 알고 싶다.”
―정인이가 어린이집을 가지 않은 두 달 동안 눈에 보이게 말랐었는데.
“두 달 동안 서서히 마른 것은 아니고 8월 말까지는 정상 체중이었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지만 평소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운동을 다니거나 매 주말 입양 가족 모음에 참석했다. 다만 9월 들면서 OO가 밥을 잘 안 먹었다. 아내가 이유식 거부인 것 같다고 말해서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 아내와 나눈 대화 가운데 대부분이 OO가 밥을 왜 안 먹는지 그리고 오늘은 먹었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였다. 실제로 3차 아동학대 신고 즈음부터 OO가 다시 밥을 잘 먹어서 몸이 빠르게 회복됐다. 10월 11일(사망 이틀 전)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갔을 때 15~16개월 아이의 적정 몸무게가 9.8kg인데 OO가 옷을 다 입고 9.6kg인 걸 확인했었다. 정말 이유식 거부가 원인이었구나 생각했다. 물론 아이가 밥을 한 끼라도 제대로 안 먹으면 병원에 데려갈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내 잘못이다. 내가 봐도 OO가 너무 말라서 어린이집을 보낼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아내에게 꼭 설명을 하라고 말을 했었는데, 아내가 그걸 나중에 담임선생님께 했고 담임선생님이 원장님께 말씀을 안 드린 것 같았다. 정말 학대할 생각이었다면 어린이집을 안 보내고 집에 방치했을 거다.”
―평소 일이 많았나.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 그렇게 과도하게 야근이 많고 그런 건 아니었다. 한 시간 단축 근로까지 해서 가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 평균 이상으로 가정에 신경 쓴다고 생각했다. 그랬으면 더 잘 알았어야 하는 건데 평균도 못한 수준의 인식을 가졌던 거다. 너무 부족했고, 잘못했다. 너무 무심한 아빠였다. 평생 감수할 거고 평생 짊어지고 갈 거 같다. 아이가 엄마에게 학대를 당하는 걸 알면서 외면한 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다시 의문이다. 어떻게 아내의 학대를 모를 수 있나.
“어쨌든 연애와 결혼 포함해서 10년을 넘게 알아 온 사람이다. 내 앞에선 ‘예쁜 OO’, ‘우리 딸’이라며 케어를 잘해줬다. 정말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근데 심지어 지인 앞에서도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니까 솔직히 지금도 머리론 알고 있지만 믿기지가 않는다. 방어선이었던 것 같다. 왜 내 앞에선 잘했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첫째든 둘째는 한 명은 맡아주니까 스트레스가 경감이 되니까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나.
“아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미국에서 생활했다. 감정 표현에 가감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땐 있었지만 폭력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특히나 아이에겐 폭력적이지 않았다. 내 입장에선 괴리감이 너무 크다. 엘리베이터에서 찍힌 영상을 봤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었다. 오픈된 공간에서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하는 것 자체가 내가 알던 아내와 너무 달랐다. 경찰 조사에서 OO의 부검 결과가 나와도 내가 이 사실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단 말도 했었다.”
―아내의 학대 사실을 언제 깨달았나.
“아내가 처음엔 학대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다 중간에 변호사가 바뀌었다. 지금 변호사님이 아내의 자백을 이끌어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원망하는 마음도 많이 들었다. 아내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때 얼굴을 볼 순 있었지만 보러 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나도 똑같은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다만 아내가 처음부터 진실을 말해줬더라면, 내가 인터뷰에게 아이의 죽음에 대해 억울하다는 말은 안 했을 텐데, 그게 여전히 OO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잘 못 키울 것 같으면 왜 파양하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입양 교육을 받을 때 파양된 아이는 다시 입양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보육원으로 간다고 들었다. 파양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정관 수술도 받았다. 마음이 바뀌거나 상황이 만들어져서 셋째가 생기면 OO가 중간에서 굉장히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언니와 동생은 엄마, 아빠가 낳은 자식인데 나는 왜 아닐까, 둘째라서 더욱 힘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고 싶어서 수술을 받았다. 잘 키울 생각만 했는데 잘못했다.”
―아내와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주변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서라도 배신감에 이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를 하는데, 내가 이 문제에 있어서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 않고, 이혼해서 죄를 경감하고 싶지 않다. OO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건 나다. 내가 나는 죄가 없으니 이 사람이랑 갈라서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한편으론 믿을 수 없다. 머리론 알고 있다. 근데 아이를 아끼고 사랑한 모습을 보이던 아내가, 잘할 땐 정말 아이에게 잘하던 아내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전히 모르겠다. 어쨌든 첫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 첫째 아이에겐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인터뷰가 형량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거 같다.
“형량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거 아니냐고 생각할까 봐 많이 망설였다. 다른 부분이 아니라 아이에게 공개 사과를 하고 싶었다. 내가 지킬 수 있었는데, 너무 소중한 생명을 꺼뜨려서 미안하고, 평생 이 짐을 안고 가겠다는 걸 아이에게 말하고 싶었다. 1~2주일에 한 번씩 아이를 찾아간다. 사람들이 많아서 가까이에서 못 본 지 오래됐다. 이렇게라도 아이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사실 첫째 아이가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실형을 받아서 첫째와 떨어져 있는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많이 된다. 하지만 첫째를 핑계를 대거나 사과하는 모습으로 형량을 낮추고 싶지 않다. 법에서 어떤 벌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평생 내 죄가 씻기지도 않을 거다.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
안 씨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 전문 재판장님께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아동학대 및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안성은이라고 합니다. 재판을 받으며 OO를 돌봐 주셨던 여러 분들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변에서는 그토록 잘 보였던 이상한 점들에 대해 왜 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별 문제 아닌 것으로 치부했는지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많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처음 키워 본 것도 아니었고, 첫째에 비해 자주 상처가 나고 몸이 허약해졌음에도 왜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는지 저도 당시 제 자신의 행동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주변에 저희 가정을 아껴 주셨던 분들의 진심어린 걱정들을 왜 그저 편견이나 과도한 관심으로만 치부하고, 와이프의 얘기만 듣고 좋게 포장하고 감싸기에만 급급했는지 너무나 후회가 되고 아이에게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합니다. 정인이 양부 안성은 씨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 전문. 자녀가 위험이나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을 때 가장 큰 방패막이가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로서 당연한 도리이고 책임인데, 그러한 책임감이 저에게는 조금도 없었습니다. 저에게 그저 평범한 부모들만큼의 책임감과 아이에 대한 관심만 있었더라도 지금의 이런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너무나 많은 후회가 몰려오고, 온전히 힘든 시간을 감당했어야 할 아이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재판장님, 저에게는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사고가 나기 전날, 아이의 상태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고 하원시키자마자 바로 응급실만 데리고 갔어도 아이에게 어떠한 아픔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비록 저희 품에서 아이를 빼앗기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 소중한 생명이 꺼지지 않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 많은 기쁨을 주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너무나도 많은 죄책감이 몰려옵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날 어린이집에 등원했던 OO의 상태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었다는 원장님과 선생님의 증언을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나도 아려왔고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정말 OO에게 미안했습니다.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음에도,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이의 상태에 대해 속단하고 안일하게 판단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그 날 단 하루만이라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 된 도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OO는 살았을 겁니다. 결국 아이의 죽음은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제가 말 못하는 아이 편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아이의 상처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기보다 조금만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반응했다면, 주변의 충고를 그냥 넘기지 않고 조금만 더 귀 기울여 들었더라면, 아이는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고 주변의 여러분들도 이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 자신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OO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부모님들과 선생님들, 주변의 수많은 분들에게 이런 참혹한 아픔을 드린 것이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온전히 짊어져야 할 책임임에도 걱정해 주시고 염려해 주셨던 좋은 분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해서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로서의 도리를 전혀 하지 못했으면서도 아이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심지어 오해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말까지 했으니 부모로서는커녕 인간으로도 자격 미달입니다. 아이가 살았을 때도 아이를 지키지 못했으면서, 제 과오로 인해 아이가 죽고 나서도 계속해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기만 했으니 어떠한 방법으로도 아이에게 용서를 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이에게 무심하고 잘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반복해서 떠올라 너무나 마음이 괴롭고 미안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꿈에서라도 진심으로 아이에게 사죄하고 싶은데 제가 지은 죄 때문인지 꿈에서조차 아이의 얼굴이 흐릿하게만 보여 너무나 슬프고 미안합니다.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전적으로 제 무책임함과 무심함 때문입니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사죄하며 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