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료‧주기료 등 감당 안 돼, 여객 위주 LCC 적자 심해져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항공업계의 항공기 줄이기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다. 작년 전체 항공기 등록이 14대였던 반면 말소는 40대에 달했다. 대한항공은 2019년 169대였던 보유 항공기를 2020년에 10대 줄였다. 항공기를 많이 보유한 항공사일수록 주기료(항공기 주차료)와 리스비 등 고정비 지출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1977년 국내 첫 민간항공기가 등록된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국적항공사의 보유 항공기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50여년 만에 처음이다.
항공사의 항공기 도입은 구매와 임대로 나뉜다. 항공기 한대의 가격은 1000억 원을 웃돈다. 항공사들은 은행으로부터 항공기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직접 구매하거나 항공기 임대회사로부터 빌려서 사용한다. 특히 자금력이 많지 않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항공기를 주로 리스한다. 영업이 원활하지 않아 리스료가 연체되면 임대회사가 항공기를 조기 회수하기도 한다.
빌린 항공기가 많을수록 리스료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44대다. 2020년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리스 부채는 1414억 원, 리스 이자 비용만 150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는 화물 영업으로 대체해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지만 기종이 작아 장거리 운항이 힘든 LCC는 여전히 국내 여객 수요에 의존하고 있어 매분기 대규모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 상황이 계속되면 올 상반기 이후 LCC들의 보유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항공사에 대한 추가 정책금융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지만 항공 운항 재개 시점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 특히 LCC사들의 생태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