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아닌 줄 알면서 소송 제기해 판매 방해, 특허소송 통한 경쟁방해 첫 제재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송을 걸어 경쟁사의 영업을 방해한 대웅제약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3일 대웅제약이 부당하게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위장약 판매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22억 9700만 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부당한 특허소송으로 경쟁사의 거래를 방해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대웅제약이 받는 혐의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한국파비스제약이 대웅제약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알고도 특허소송을 걸어 영업을 방해한 혐의다. 대웅제약은 2000년 출시한 위장약 ‘알비스’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시장을 선점했지만 2013년 특허가 만료되고 경쟁사들이 위장약을 출시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파비스제약은 2014년 10월 알비스 위장약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대웅제약은 파비스의 제품을 직접 수거해 특허를 침해했는지 실험했다. 회사는 파비스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확인했지만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2014년 12월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대웅제약 내부문서에는 “사실상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처분이 인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됨“,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을 지연해 분쟁상태 길게 유지”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대웅제약은 거래처에 “파비스 제품은 소송 중이라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내는 식으로 판매를 방해했다. 특허 침해 문제와 관계없이 일단 소송을 내면 거래처가 향후 판매 중단을 우려해 거래를 꺼린다는 점을 악용했다. 실제 일부 제약사는 파비스제약에 제조 위탁을 검토했지만 이후 대웅제약으로 거래처를 바꿨다.
소송 과정에서 침해를 입증하지 못해 패소가 예상되자 시간을 끌기도 했다. 특허 침해와 관계없는 실험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선고를 미루는 식이었다. 대웅제약은 결국 특허침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2015년 5월 패소했다.
둘째 혐의는 실험 데이터를 조작한 뒤 출원한 특허로 안국약품의 위장약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알비스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방어를 위해 2015년 2월 후속 제품 알비스D를 출시했다. 제품 출시 과정에서 제품 발매 전 특허를 출원하라는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 지시에 따라서다. 2014년 말 급하게 특허출원을 추진했지만 특허 내용을 뒷받침할 생동성실험 데이터가 부족해 특허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생동성실험 데이터를 3건에서 5건으로 늘리고 세부수치도 조작해 특허 출원을 강행한 뒤 2015년 1월 특허를 얻어냈다. 알비스D 관련 내부 문서에는 “데이터도 없는데 누가 회장님께 특허 보호 가능하다고 보고했는지 문의”, “특허 출원이 가능한 방향으로 실시 수정해 작성하고 데이터 조직을 암묵적으로 공유”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대웅제약은 허위데이터 제출을 통해 특허를 받았음에도 이후 안국약품의 위장약이 출시되자 판매방해를 위해 2016년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 안국약품이 소송 과정에서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자 대웅제약은 화해를 유도해 2017년 10월 소송을 끝냈다. 대웅제약은 파비스제약 사례와 마찬가지로 소송 사실을 병원과 도매상 등에 알려 안국약품의 제품 판매를 21개월간 방해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실제 이 같은 대웅제약의 부당 특허소송 전략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알비스(알비스D 포함)는 2012~2017년 매년 600억 원의 매출 수준을 유지해왔다. 2014년 제네릭 진입 이후 매출이 다소 감소했으나 특허소송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매출액을 일정 수준으로 다시 복원시켰다.
공정위는 대웅제약이 공정거래법상 부당고객유인행위를 했다고 보고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승소 가능성이 없는데도 오직 경쟁사 영업방해를 목적으로 위장 소송를 내는 행위는 전형적인 특허권 남용 행위”라며 “허위자료까지 동원하여 기만적으로 특허를 등록한 후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는 경쟁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대웅제약이 조작된 데이터로 얻은 알비스D 특허에 대해 특허청에 신고하고, 특허청도 대웅제약에 대해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추후 공정위 의결서를 받으면 지적사항에 대해 절차에 따라 성실히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