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서울시장 후보 선출‧대구 방문에 맞물려 ‘주목’ 효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총장직 사의를 표명하자 그 시점에 여러 의구심이 나온다. 사진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에 들어서며 검찰총장 사퇴의 뜻을 밝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종현 기자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 추진에 최근 강력히 반발해 온 윤석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사의 표명 시기가 다소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국회에서 수사청 관련 법안 처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인 6월께 윤 총장이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한편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사퇴 시기가 묘하다는 말도 나온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이제 막 정해지자마자 돌연 사퇴 발표를 한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임과 동시에 이슈를 집중시켜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發(발) 기획 사퇴’를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오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최종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4월 7일은 무도한 문재인 정권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국민의 경고가 대통령 가슴팍에 박히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재보궐선거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정의와 상식이 무너졌다”고 말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문재인 심판’ 선언에 윤 총장이 강력한 메시지를 더하며 파급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4일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출된 날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후보 선출 수락 인사를 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박은숙 기자
또 윤 총장은 사퇴 하루 전인 지난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대구는)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2년간 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장”이라며 “5년 만에 왔더니 정말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윤 총장은 2014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좌천당했고 그 뒤 대구고검에서 2년간 일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자리에 나와 윤석열 총장의 방문을 환영했다. 권 시장은 대구고검 정문에서 윤 총장을 기다렸고 윤 총장이 차에서 내리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고 지지한다”며 꽃다발을 건넸다. 많은 지지자와 광역자치단체장이 모인 자리에서 환대를 받고 지지세력을 과시한 바로 다음 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노웅래 의원은 “어제 (윤 총장이) 대구에 방문했을 때, 국민의힘 소속 광역시장이 직접 나와 영접하고 지지자들 불러모아 ‘대선 출마 리허설’을 했던 것도 이제 와 보면 다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졌던 것”이라며 “윤 총장은 끝까지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다가 이제 사퇴마저도 ‘정치적 쇼’로 기획해 그야말로 ‘정치검찰의 끝판왕’으로 남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준비 기간을 통상 1년을 내다본다. 윤 총장의 대선 출마를 고려하면 그 시점은 이달 초가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 ‘검사 퇴직 후 1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만약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대선 1년 전에 사퇴해야 출마할 수 있다. 20대 대선은 내년 3월 9일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