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뒤늦은 압수수색’과 ‘잘못된 수사방식’ 두고 비판론 거세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중대 범죄만 수사가 가능해졌는데,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탓에 경찰만 나선 결과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늦은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 압수수색을 3~4일 더 일찍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 내에서는 경찰 주도로 이뤄지는 수사에 대한 불신감이 상당하다. “검찰이 밉다고, 이렇게 배제하는 게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주말 끼어 늦어졌다? “말도 안돼!”
3월 11일 발표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 합동조사단은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모두 20명의 투기 의심 직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LH 자체 조사에서 이미 토지 거래가 확인된 직원 13명 외에 추가된 투기 의심 직원은 고작 7명에 그쳤다.
여당 내에서조차 불만족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현재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각종 의혹들에 비하면 만족할 만한 수사 결과라 보기 어렵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발본색원은 어림도 없고, 의혹은 계속 양파 껍질 까듯 꼬리를 물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더 공세를 퍼부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에 큰 헛웃음을 주었다. 이러려고 생방송 끊고 압수수색 쇼를 했는지…. 고작 투기꾼 7명 더 잡아내자고 패가망신 거론하며 법석을 떨었냐”고 지적했다.
당연히 비판은 경찰로 향했다. 경찰은 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770명 규모의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를 구성했다. 시도경찰청 수사 인력 680명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국세청·금융위 직원 등으로 이뤄졌다. 국세청 약 20명, 금융위 5∼6명, 국토교통부 산하 투기분석원 5∼6명 등이 합류했는데, 수사는 남구준 신임 국수본부장이 총괄한다.
하지만 초기 대응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3월 9일 오전 수사관들을 경남 진주 LH 본사로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본사와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 전·현직 직원 15명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하지만 압수수색이 의혹 제기 1주일 만에 이뤄진 탓에,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수본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원이 주말에 쉬어 8일 영장이 발부돼 9일 집행한 것으로, 경찰이 늦었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항변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반박이 나온다.
국가수사본부 입구. 사진=박정훈 기자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애초에 검찰 수사 대상인 6대 중대범죄 사건이 아니어서 경찰과 국수본 수사 영역이라는 게 분명했다”며 “의혹이 2일 제기됐으니 다음날이나 4일까지 자료를 취합해 바로 당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으면 늦어도 4일이나 5일에는 압수수색을 나갈 수 있었다. 검찰이 ‘주말’을 핑계 댄 적이 있냐”고 비판했다.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수사 방법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사퇴 후 첫 언론 전화 인터뷰에서 “의혹 대상자로 수사를 할 게 아니라, 돈이 되는 땅에 대해 자금 출처와 매수인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며 수사 범위 및 방법에 대해 훈계했다.
앞선 검찰 관계자 역시 “압수수색 역시 처음 의혹이 제기된 13명을 제외하고는 전혀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내부 정보를 활용했다는 증거를 지우고 없애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는 경찰 수사를 누가 ‘잘했다’고 칭찬하겠냐. 검찰이었다면 이미 LH와 국토부에서 신도시 개발 관련 내부 자료에 조회한 기록을 확보해 역으로 정보가 흘러간 방향과 매수인들을 연결 짓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제가 된 검찰 수사관 글
그런 가운데 검찰 수사관이 경찰의 LH 수사를 비판하며 올린 글도 화제다. 경찰 압수수색 하루 전인 8일, 한 검찰 수사관은 ‘LH 수사는 이미 망했다’며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광명시흥 포함해서 3기 신도시 토지 거래 전수조사 하라, 차명거래 확인하라, 등기부등본이랑 LH 직원 대조하라, 정세균 총리가 투기한 직원들 패가망신시켜라 이런 얘기 하는데 다 쓸데없는 짓이다, 헛짓거리”라고 비판했다.
최근 검찰 수사관이 경찰의 LH 수사를 비판하며 올린 글도 화제다. 사진=박은숙 기자
그는 그러면서 ‘검찰,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를 했다’는 가정 하에 “8일쯤 국토부·LH·광명시흥 부동산업계 대대적 압수수색 들어갔을 것”이라며 “전수조사 필요 없다. 두 개 팀 나눠서 이번 지구단위계획이 기안되고 중간 결재, 최종 결재되는 라인 그리고 이 정보를 공유했던 사람, 관련 지구계획 세부계획 짰던 사람, 2011년 보금자리 지정했다가 해제하고 이번에 다시 추진했던 결재라인, 고양 남양주보다 광명이 적격이라고 결정했던 부서와 사람. 이 정보가 유출됐을 것을 감안해서 회사 내 메신저 이메일, 공문 결재라인과 담당자 통신 사실 1년 치 먼저 압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안했다.
경찰이 압수수색한 대상보다 더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압수수색을 했을 것이라는 가정이었는데, 이 글은 검찰 안에서도 화제다.
대검 관계자는 “해당 글을 보고 어린 연차 검사들보다 수사 흐름이나 방향을 훨씬 잘 안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통 수사관이 아니겠구나 싶었다”며 “그러는 동시에 검찰이 그동안 굵직한 경제 수사를 하면서 쌓은 내공을 왜 무시하나, 검찰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수사에서 배제를 해야 할 만큼 미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정부 합수단도 비판을 의식, 검경이 함께 수사에 협력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검찰·경찰 두 기관은 3월 11일 회의를 가지고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자금 흐름을 철저히 추적해 기소 전이라도 신속하게 범죄수익을 환수하기로 했다. 최승렬 국수본 수사국장과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참석해 이뤄졌다.
하지만 실질적인 수사 배제는 여전하다. 검사 인력 투입은 1명으로 제한했다.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 1명을 법률 지원 차원으로 제한했는데, 검찰 내부에서는 “영장을 잘 승인해 주라는 것 외에는 무늬만 파견”이라는 볼멘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검찰이 가장 잘하는 것을 이렇게 배제하는 게 맞냐’는 생각이 든다”며 “경찰 국수본이 내놓은 수사 결과는 검찰 수사보다 정부 눈치와 선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