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예비입찰 깜짝 등판…오후 늦게 참여 기업 윤곽 드러날 듯
16일 이베이코리아 매각 입찰 마감을 앞두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는 물론 SK텔레콤과 카카오 등이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 승자는 단숨에 이커머스 빅3로 올라선다. 사진=이베이 미국 본사 홈페이지 캡처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16일 예비입찰을 마감한다. 마감 시간은 오후 6시로,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오후 늦게 알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분 100%를 매각하는 희망가로 5조 원을 제시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 변화를 가져올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 거래액은 20조 원 수준으로,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이은 3위 사업자다. 지난해 점유율도 약 12%를 기록해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2010년 창사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낸 적 없는 쿠팡과 달리 16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예비입찰 마감 직전 11번가 모회사 SK텔레콤이 깜짝 등장했다. 지난해 11번가는 거래액 10조 원 수준으로 이커머스 업계에서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 다음 순위다. SK텔레콤은 신사업을 지원하는 코퍼레이트2센터를 중심으로 이번 인수전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커머스 분야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대응 차원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부터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과 지분 약정 협력 등을 추진하며 11번가를 적극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양사 협력으로 향후 11번가에서 소비자가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아마존과 협력에 이어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하면 국내 이커머스업계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된 유통 대기업 롯데와 신세계의 인수 의지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개발한 롯데온이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탓에 5조 원에 달하는 몸값에 대한 부담이 있어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롯데온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16%까지 오른다. 다만 롯데는 최근 신동빈 회장의 의지에 따라 대규모 인력 감축, 사업 구조조정 등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예비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출혈을 감수하기보다는 사모펀드나 전략적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세계는 지난해 거래액 4조 원대의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거래액 24조 원, 시장점유율은 15%로 높아진다. 그러나 신세계는 최근 이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한 동맹을 맺었다. 당초 시장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IT업계에선 네이버의 라이벌 카카오가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쇼핑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업계는 아직까지 이 사업 부문에서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사로 분류하지 않는다. 현재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등의 거래액은 3조 원(2.3%) 수준으로,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게 가장 빠르다. 인수에 성공한하면 카카오의 시장점유율은 14.3%로 높아진다.
그 밖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 GS리테일 등도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인수 의향이 전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고려할 때 5조 원의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예비입찰 경쟁이 예상 외로 뜨거워지고 최근 쿠팡이 100조 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5조 원도 저평가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