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발적 기부운동 ‘더기빙플레지’ 서약…“창업자 후배 양성 사회적 약자 지원”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최근 더기빙츨레지의 220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는 16일 김범수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의 220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 환원을 서약하며 시작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선언이란 점에 의미가 있다.
현재 25개 국 220명이 서약했다. 참여자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등이 있다. 국내에선 최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첫 서약자가 됐고 김범수 의장이 두 번째로 참여했다. 다른 한국인 한 명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빙플레지 기부에 참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재산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 참여자는 적어도 5500억 원 이상을 기부해야 하는 셈이다. 김 의장은 현재 카카오 지분 24.95%(2210만 98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열풍을 타고 카카오 주가는 급상승하면서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비상장사 주식까지 포함해 10조 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총 기부액은 5조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수 의장은 기빙플레지 서약서를 통해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창립 20주년 특집 기사를 보고 창업의 꿈을 키웠던 청년이 이제 기빙플레지 서약을 앞두고 있다. 기사를 처음 접했던 때만큼이나 설렘을 느낀다”라며 “저와 제 아내는 오늘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한다. 자녀들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던 여러 주제들 가운데 사회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부터 기부금을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장 관심이 높았던 기부 방향에 대해서는 창업자 후배 양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언급했다. 그는 “서약을 시작으로 우리 부부는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려 한다”며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100명의 혁신가를 발굴해 지원하고, 미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대안도 찾으며, 빈부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고, 아프고 힘든 이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2월 8일 카카오 전 직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신년 메시지를 통해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5일 열린 카카오 온라인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에서는 “필요한 곳에 기부금을 바로 쓰는 방식으로 1년이면 1년으로 단위를 정해 몇천억 원을 쓰는 구조로 가고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인재 양성을 위한 AI 캠퍼스와 스타트업 지원 의사를 전하며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가는 비중이 제일 큰데, 그러지 않고 다양한 구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