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위’인 동생 조현범 사장 겨냥…주총 표대결 앞두고 우호지분 확보 나서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다. 2016년 3월 인천시에서 열린 ‘2016 한국타이어 체험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조현식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식 부회장은 19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언론의 질문에 응답하는 답변서 형식의 입장을 내고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과 가까운 사이라며 후보로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 2월 24일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한국앤컴퍼니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제안하는 주주서한을 공개하고 이 교수가 선임되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며 직을 걸었다. 반면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김혜경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추천했다. 이보다 앞서 조 부회장이 이사회에 이한상 교수 사외이사 채택 안건을 올렸으나 무산됐고, 사측이 다른 후보를 추천하면서 대리전 양상이 펼쳐졌다. 오는 3월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둘러싼 ‘표대결’은 불가피하다.
조현식 부회장과 주총서 표대결을 하는 동생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 김혜경 후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여성가족비서관과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점을 지적하며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 부회장은 입장문에서 “김혜경 후보는 최대주주 인척의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어 주요 주주 인척과의 관계 및 정부 관련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번 분리 선출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로는 가장 중요한 요건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현식 부회장은 ‘3% 룰’을 적용하는 감사위원 선출을 담고 있는 개정 상법을 언급하며 “분리 선출 감사위원회 위원이 대주주와 경영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이번 개정 상법의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며 “분리 선출 감사위원으로는 회사가 아닌 소수주주의 주주제안 후보가 우선적으로 선임돼야 한다”며 주주의 지지를 호소했다. 조 부회장 측은 주주제안 홈페이지를 개설해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이어 자신이 추천한 이한상 교수에 대해 “신뢰성·독립성·투명성 관점에서 최고의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라며 “국제적인 회계학 전문가로서 감사위원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회계 지식을 갖추고 있고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현실적 해법을 모색한 실무적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대표이사 사임 결정이 곧 조현범 대표이사 경영을 지지하는 의미인 것이냐에 대해선 “회사의 발전과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목표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조현범 대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미 주주서신을 통해, 대표이사의 직을 내려놓고 조현범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의 일사불란한 경영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주제안은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견제 기능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주주제안이 적합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대표이사직 외에 다른 직책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내놨다. 조현식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는 했지만 부회장, 이사회 의장, 사내이사 등 다른 직책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부회장은 “개인의 의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주총 이후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성년 후견 심판을 경영권 다툼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식 부회장은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부모님을 자주 뵙고 있으며 성년 후견 개시 심판 청구는 건강이 좋지 못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자식된 도리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라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