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동·조성민·손경수 당시 ‘92학번 빅3’ 스카우트 전쟁…류현진·강정호·김현수의 ‘87년생’은 빅리거 최다 배출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92학번)는 여전히 ‘코리안 특급’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사진=일요신문DB
휘문고 임선동, 신일고 조성민, 경기고 손경수, 공주고 박찬호 홍원기, 광주일고 박재홍 김종국, 부산고 염종석, 대전고 정민철, 경남상고 차명주, 동산고 송지만 등이 1973년생들로 이뤄진 황금의 92학번들이다. 정민철은 1972년에 태어났지만 고교 시절 1년을 쉬어 92학번과 동기가 됐다.
이들 가운데 서울지역 고교를 다닌 임선동, 조성민, 손경수는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OB(현 두산) 베어스 사이에 역대 가장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을 불러일으킨 ‘빅3’였다. 그러나 정작 가장 성공한 선수는 이 불꽃 경쟁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박찬호였다. 한양대 재학 중 미국으로 날아가 LA 다저스에 입단했고,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이자 아시아 출신 최다승(124승)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여전히 ‘코리안 특급’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92학번들보다 2년 늦게 태어난 ‘94학번’들도 선배들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다. 신일고 김재현 조인성, 배명고 김동주, 부산고 주형광, 충암고 신윤호, 광주일고 이호준, 성남고 김경태, 군산상고 신경현, 경남고 손인호, 경남상고 채종국 등이 고교 시절부터 명성을 날린 선수들이다. 1975년에 태어난 선수들이 주축이지만, 김동주는 1976년 2월생이라 이들과 같은 해에 입학했다.
이들 중엔 좌우 거포인 김재현과 김동주가 최고의 라이벌로 여겨졌다. 둘은 소속팀도 잠실 라이벌인 LG와 두산으로 갈라졌다. 김재현은 고교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하면서 역대 고졸 신인 최고 몸값을 경신했다. 입단 첫해부터 서용빈, 유지현과 ‘신인 3총사’로 불리면서 고졸 신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김동주는 고려대 진학 후 1998년 OB에 입단하면서 역대 야수 최고 계약금을 받았다. 두산 부동의 4번 타자로 오래 활약했다.
김태균, 이대호, 추신수 등이 있는 1982년생 선수들 이외에도 류현진(왼쪽), 김현수(오른쪽), 강정호 등이 있는 1987년생 선수들도 ‘황금세대’로 불린다. 김현수와 류현진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주역으로 함께 군사훈련을 받은 추억도 공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세대들에는 ‘학번’이라는 단어를 붙이기가 어렵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프로에 뛰어드는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의 국제화에 앞장선 ‘87년생’ 스타들 중엔 아예 대졸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이들은 역대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동기생들로 유명하다. 동산고 류현진, 광주일고 강정호, 신일고 김현수, 경기고 황재균이 KBO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둔 뒤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경험했다.
그중 류현진은 빅리그에서도 정상급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역대 KBO리그 출신 선수 가운데 최고 스타다. 이들과 동갑내기인 진흥고 양의지, 군산상고 차우찬, 인천고 이재원, 덕수고 민병헌 등도 KBO리그에서 한 획을 그었다. 양의지는 현역 최고를 넘어 역대 최고 포수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이들보다 1년 후배인 ‘88년생’ 선수들도 빛난다. 82년생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2006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함께 일군 멤버들이 많다. 국가대표 왼손 원투펀치였던 안산공고 김광현과 동성고 양현종은 올해 나란히 미국에서 뛴다. 부산고 손아섭, 화순고 김선빈, 인천고 김재환 등도 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