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취재 많았던 광명·시흥만 압도적으로 적발…그 외 지역은 “조사 중”
인천경찰청이 인천과 경기 부천 지역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대한 투기 여부를 내사하는 가운데 신도시 사업에 반발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3월 19일 정부합동조사단 2차 발표에서 3기 신도시와 관련한 토지 거래를 한 공직자 28명이 추가로 적발됐다. 합동조사단이 지방자치단체 개발업무 담당공무원 및 지방 공기업 직원 8653명(동의서미제출자 127명)에게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받아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한 결과, 3기 신도시 지구 및 인접·연접 지역 내 토지 거래자는 28명이었다. 이 가운데 투기 의심자는 23명이다. 신도시 인접 지역에서 아파트 등 주택거래를 한 사람은 237명으로 확인됐다.
23명 가운데 공무원은 18명이었으며 구체적으로는 광명 10명, 안산 4명, 시흥 3명, 하남이 1명이었다. 공기업 소속은 5명으로 각각 부천도로공사 2명, 경기도로공사 1명, 과천도로공사 1명, 안산도로공사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소유한 필지는 총 32필지로 농지(19필지)가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 임야·대지(2필지) 및 잡종지(11필지)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정확히 3기 신도시 어느 필지를 매입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로써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투기 의심자는 총 43명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월 11일 국토부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조사한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자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광명과 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 창릉 2명, 남양주 왕숙, 과천, 하남 교산이 각각 1명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시흥·광명 지역의 투기 의혹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3월 17일 시흥시에서의 투기 의심사례를 추가로 발표했다. 이들은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시흥시 과림동 일대 농지를 확인한 결과, 투기 목적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는 37건이 더 있었다”고 밝혔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도 “2018년 초부터 광명과 시흥시 7개 동에서 이뤄진 1000㎡ 이상의 농지 실거래 기록을 조사한 결과, LH 직원과 같은 이름을 가진 토지 보유자 74명의 토지거래 64건을 확인했다”며 투기 의심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참여연대와 민변이 투기 의혹을 제기한 LH 직원과 시민단체가 고발한 직원을 포함해 15명을 수사하고 있다.
시흥·광명을 제외한 3기 신도시 지역의 투기 의심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천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부천 대장 신도시 등 사업 예정지 3곳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의 투기 의심자 10여 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10여 명 중에 LH 직원은 없으며 공무원과 선출직 의원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 대장 지구에 대해서는 현재 내사가 진행 중이다.
16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야산 인근 자투리땅에 묘목들이 심겨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비판 여론이 커지자 지자체와 공기업은 자체 조사에 들어갔지만 매번 ‘0명’이라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관심을 가졌던 지역에서 의심 사례가 다수 적발된 것과는 상반된 모양새다. 시흥시는 15일부터 17일까지 관내 개발지구에 대한 공직자 2096명의 땅 거래를 조사한 결과, 투기를 의심한 만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공직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에 대한 자체 조사는 개인정보 동의서 취합의 어려움 등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내사가 진행 중인 부천시 역시 앞선 자체 조사에서는 “소속 공무원 3000여 명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나 투기 의심자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 바 있다.
고양 창릉 신도시의 경우 도면 유출 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만큼 투기 의혹이 짙은 지역이었다. 2년 전인 2018년에 LH를 통해 고양시 창릉동 일대 개발 계획 도면이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었는데, 당시 정부는 “해당 지역 개발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1년 뒤 도면에 있던 상당 지역이 3기 신도시 개발 지역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18일 “소속 공무원과 시 산하 고양도시관리공사 도시개발부서 직원 등 4050명에 대해 전수조사한 결과, 창릉 신도시 토지 매입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과 가족 등 5명이 창릉 신도시 인근 지역의 토지를 매수한 사실이 확인돼 이 가운데 3명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지자체와 공기업의 자체 조사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중이 제 머리 깎겠냐’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조사 대상과 방식도 제각각일 뿐더러 드러나기 힘든 차명거래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아 공신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LH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기업과 각 지자체는 자체 전수조사에서 자진신고를 받거나 조사 대상을 공직자 본인으로 했다. 가족을 조사하더라도 관련부서 관계자로 한정한 바 있다.
3기 신도시 투기 의심 공직자 수. 그래픽=김형미 디자이너
한편 3기 신도시 외 지역에서의 투기 의심 사례도 포착됐다. 경기도 용인시는 18일 소속 공무원과 산하 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1차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6명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와 인근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투기 의심사례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사업부지 주민들로 구성된 ‘원삼주민통합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용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조사 결과 투기의심 정황 80건 가운데 LH 직원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30건, 용인시청 공무원이나 사업시행사 측 직원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20건이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연서면 스마트국가산업단지 투기 의혹에 대한 세종시의 전수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세종시 관계자는 “조사 대상은 시청 공무원 2601명, 산단 업무 관련 직계 존비속 102명 등 2703명으로 앞서 자진신고를 한 공무원과 그의 가족 3명을 제외하면 추가 의심자는 0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세종시가 투기 의혹으로 수사 의뢰한 시 공무원과 가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