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안착 못해 가파른 성장세 유지 의문…높은 수수료·노동자 사망·가품 판매 등 논란 해소해야
IPO(기업공개) 흥행에 성공한 쿠팡과 관련해 오픈마켓 입점업체들은 물론 배달 앱 쿠팡이츠 라이더들도 쿠팡의 수수료 압박에 불만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쿠팡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장밋빛 전망은 일러…일단 성장성부터
쿠팡이 지난 3월 11일 미국 증시 상장으로 시가총액 100조 원을 찍으며 주목받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에는 쿠팡이 상장을 통해 확보한 5조 원을 공격적으로 재투자해 ‘제2의 아마존’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쿠팡은 수년 내 서울을 제외한 전국 7개 지역에 1조 원을 투입해 물류센터를 증설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전북 완주에 약 1000억 원 투자해 물류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택배업에 진출해 입점업체(셀러)와 일반 개인 물량을 돈 받고 배송해주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차량 1대당 소화할 배송물량을 늘리고 회전률을 높이면 건당 배송하는 데에 드는 비용도 낮아질 것”이라며 “거래액 30조 원까지 마켓셰어를 가져가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싸게 물건을 들여오고 구매 고객을 늘리면 시장 장악력이 생겨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봤다.
쿠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결제사업 쿠페이 등 신사업도 본격화한다. 쿠팡플레이에 연내 1000억 원 이상 투자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업계의 전언이다.
쿠팡 앞에 놓인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네이버와 이마트·신세계, 롯데 등 경쟁자들도 합종연횡하며 덩치를 키우는 중이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라는 변수도 있다. 흑자 전환의 시점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신사업도 아직 점유율이 미미해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아마존과 가장 크게 비교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택배업 진출은 셀러들에게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을 묶고, 그들의 상품을 늘려 고객을 흡수해 수익성을 높인 아마존 전략과 같은데 화물차와 물류센터, 인력을 대규모로 늘려야 하기에 많은 비용이 든다”며 “최근 택배업계 노동자 복지 증진과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니즈가 많아 부담은 더 커질 것”이리고 전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0%의 쇼핑 매출 성장성을 유지하면서 판매율과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본업 외에도 쿠팡이츠·플레이·페이가 업계 상위 플레이어들을 위협할 만한 사업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IPO(기업공개) 흥행에 성공한 쿠팡과 관련해 잡음이 쏟아진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올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위상과 덩치’에 걸맞은 솔루션 제시할 수 있을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고려할 때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각종 논란은 쿠팡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최근에는 쿠팡이츠가 배달라이더 수수료 개편을 단행하면서 배달원(라이더) 간 갈등이 첨예하다. 업계에 따르면 3월 2일부터 라이더에게 주문 1건당 지급하는 기본 배달 수수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인하하면서 일부 라이더들은 특정일을 휴무일로 지정해 보이콧하고 있다.
쿠팡 셀러들의 불만도 감지된다. 공정위 유통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 실질수수료율은 티몬(8.9%), 위메프(9%) 등 대부분 10% 아래였지만, 쿠팡은 18.3%로 전년 동기보다 10.1%포인트나 증가했다. 같은 해 19.1%로 집계된 이마트, 갤러리아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면 싸게 팔고 빨리 배송하는 서비스를 포기하지 못할 테고 이 경우 수익은 늘지 않으니 나머지를 조정하게 될 것”이라며 “셀러들이나 대기업 고객사 상대로 수수료를 올리고, 단기 계약직 위주로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이라고 예측했다.
가품(짝퉁) 판매과 의약품 판매 방조 논란도 제기됐다.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은 2019년 6월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도 쿠팡을 통해 판매 중인 짝퉁 유명시계가 684종에 달한다며 판매 중단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 판매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3월에 판매상들(약사법 위반 혐의)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강한승 대표이사 등 경영진(약사법 위반 방조 혐의)을 고발했다.
쿠팡은 가짜 시계 판매 이슈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쿠팡은 첨단 AI(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고 전담인력 100여 명을 채용해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위조 상품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의 검색노출 시스템인 아이템위너 정책을 두고도 일부 셀러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십여 개 업체들에 사건을 의뢰받은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지난해 약관규제법 및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법 위반 혐의로 쿠팡에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의 우려로 소송은 진행되지 못했고, 공정위 조사 결과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김용범 변호사는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아이템위너’ 같은 시스템은 선량한 셀러들의 피해를 유발하고 고객이 하자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을 유발한다. 셀러들의 제품 품질 및 고객 관리 노력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쿠팡의 불공정 약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템위너와 관련해서 쿠팡 측은 “경쟁력 있는 판매가격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약속이행, 빠르고 정확한 배송, 신속한 고객 응대 등 기준을 종합적으로 적용해 소비자 경험이 가장 좋은 제품의 판매자가 선정된다”며 “일부 언론에서 아이템위너 선정은 오로지 최저 판매가격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노동자 사망사고도 큰 리스크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사망한 쿠팡 직원만 약 8명으로, 과로사가 원인이라는 노조와 유족의 주장에도 쿠팡은 법적 허용 근로시간을 지켰다며 반박했다. 지난 3월 24일에도 쿠팡 소속인 인천 한 택배기사가 사망했지만, 쿠팡은 “배송업무에 배치된 지 2일 차였다. 건강검진 결과 심장 관련 이상 소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는 “계약직은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데 실적에 따른 상대평가로 전환해줘 택배기사 간 경쟁이 심하다”며 “상대평가제도를 없애고 정규직 전환을 늘리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휴게시간에 업무 앱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