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중대재해다발사업장 지정 촉구”…쿠팡 “12주간 주 평균 40시간 일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3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3월 6일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쿠팡맨(쿠팡친구)의 사망 원인이 과로가 명백하다며 쿠팡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택배 과로사 대책위는 3월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가 또 벌어졌다”며 “쿠팡이 공식 사과하고 보상·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택배 과로사 대책위에 따르면 쿠팡 송파 배송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하던 48세 이 아무개 씨는 3월 6일 오후 12시 23분쯤 서울 송파구의 한 고시원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의 아내가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이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고시원 방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타살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의 1차 부검 소견에 따르면 이 씨는 뇌출혈을 상태였다. 또 이 씨의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 진경호 택배 과로사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전형적인 과로사 관련 증상인데다 이씨가 평소 지병이 없던 점 등으로 볼 때 과로사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택배 과로사 대책위에 따르면 이 씨는 2020년 초 쿠팡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주 5일을 근무했다. 이 씨는 평소 아내에게 심야·새벽배송이 힘들다고 털어놓곤 했다.
진경호 집행위원장은 “이 씨 동료 증언에 의하면 쿠팡은 이 씨 근무시간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물량을 모두 처리하도록 강요하며 1시간인 무급 휴게시간마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했다”고 전했다.
택배 과로사 대책위는 정부가 쿠팡을 중대재해다발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사회와 정부, 국회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것도 제안했다.
쿠팡은 3월 8일 입장문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기 위해 모든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 씨의 근무 상황과 관련해서는 “지난 2월 24일 마지막으로 출근 이후 7일 동안 휴가와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이라며 “지난 12주간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4일이었고 근무시간은 약 40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쿠팡은 “이는 대책위가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씨의 사망과 비슷한 시점에 쿠팡맨 관리자도 사망했다. 쿠팡 구로 배송캠프 관리자 A 씨는 3월 5일 11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다음 날인 3월 6일 새벽 쓰러져 사망했다.
2020년 3월 12일 안산에서 심야·새벽 배송을 하던 40대 쿠팡맨이 배송 중 사망한 사건 이후 2021년 3월 7일까지 만 1년 동안 쿠팡 사업장에서 사망한 사람은 8명이다.
2020년 5월 28일 새벽엔 인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40대 계약직 직원이 화장실에서 사망했다. 6월 4일엔 천안 물류센터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던 38세 박현경 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10월 12일 오전 6시쯤엔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7세 장덕준 씨가 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욕조에서 사망했다. 11월 10일엔 이천에 있는 마장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납품업체 직원이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한 뒤 그 자리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2021년 1월 11일 새벽엔 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2세 최경애 씨가 화장실에서 쓰려져 사망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