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규제·정책 남발·집값 상승 등 이유 “부정적” 70%…집값 안정세 일부 동의 “하락세는 아냐”
전국의 부동산 업계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4월 1~6일(주말 제외)까지 실시한 인터뷰 결과. 사진=김형미 디자이너
인터뷰는 보궐선거 직전인 4월 1일부터 6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4일 동안 이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50명,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22명, 그 외 지방(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제주)의 부동산 업계 종사자 28명 등 총 100명을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에선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전체의 70%로 다수를 차지했다. ‘잘하고 있다’는 취지의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이는 22명(22%)이었다. ‘중립’이라고 답변한 이는 100명 가운데 8명(8%)로 집계됐는데 모두 서울에서 나왔다.
지역별 반응을 살펴보면 부정적 여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이었다. 다음으로는 서울, 그리고 인천과 경기 순이었다. 수도권 외 지역은 답변자의 78.4%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서울에서는 답변자의 76%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인천과 경기 지역에서는 45.5%가 현 부동산 대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지역별 답변. 사진=김형미 디자이너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이유에는 ‘과도한 규제’ ‘정책 남발’ ‘집값 상승’ 등이 있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핀셋 규제라고 하더니 핀셋을 넘어서 집게, 국자 수준이 됐다”고 답했고, 서울 성북구의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정책이 25개”라며 “담당자조차 정책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전문가도 보유세, 양도세 계산법이 헷갈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다’고 답한 김포 지역 업계 종사자는 “임대차 3법이나 양도세 및 취득세 중과세 부분은 시장에 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남시 신장동 황금부동산 한기덕 대표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다만 규제의 강도가 너무 세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지역의 답변자는 “대책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비판도 있으나 그만큼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값도 어느 정도 안정세로 돌아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2·4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대한 지역 민심을 묻는 질의에서는 답변자 100명 가운데 3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22%는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20%는 ‘제대로만 한다면 기대하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23%의 답변자는 ‘관심이 없다’거나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했다. 올해 2월 정부가 공공 주도 개발사업의 혜택으로 용적률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미적용 등 유인책을 공개했던 때와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다.
특히 선거 직전 터진 LH 땅투기 사태는 ‘공공 주도 개발사업’의 뿌리를 흔들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 등 공공재건축 심층 컨설팅을 신청했던 일부 지역도 최근 주민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 반대하며 마음을 돌렸다. 이 지역 업계 종사자는 “소규모 개발일 경우 정부 도움으로 빨리 되고 있긴 하지만 공공재개발의 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공 주도 개발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민심. 사진=김형미 디자이너
서울 서초구의 공인중개사는 “가뜩이나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 LH 사태까지 터지면서 공공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번 사업도 LH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자기들 배불리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높아졌다”며 “재개발이니 재건축이니 모두 사업성을 보고 한다. 민간 주도로 하면 보상을 더 받는데 굳이 공공 개발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양천구, 영등포구 등 사업지로 선정된 지역에서는 ‘기대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공공개발 호재가 들려오며 문의도 늘었고 지역 주민들 관심도 높다”며 “제대로 시행된다면 서민들을 위해 나쁘지 않은 정책”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울산과 대전 지역의 공인중개사도 “개발 지역 선정이 투명하다면 지지한다. 단, 민간 개발보다 질이 좋아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외 지역에서는 해당 사업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사업 자체를 잘 몰랐다. 인터뷰에 응한 대구의 공인중개사는 “사업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특정돼 있기 때문에 이 대책에 대해서는 민심이라고 말할 만큼의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경기도 성남에서도 “관심이 없으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편, 최근 부동산 시장에 매물은 쌓이고 거래는 줄면서 집값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에 업계 종사자들은 일부 동의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줄어든 거래, 늘어난 매물’ 현상 자체에는 전체 답변자의 73%가 ‘맞다’고 답하며 동의했다. 거래 절벽으로 매물이 누적되면서 집값 상승폭이 주춤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거나 ‘하락세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서울의 경우 시장 보궐선거가 앞으로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으로 꼽혔다.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는 “강남권 거래가 반토막 난 이유는 시장 선거를 앞두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 싸움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가격이 너무 올라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도 있다. 하락세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에서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답변 비율이 더 높았다. 서울 노원구 지역의 공인중개사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처럼 뜨는 지역이다. 상승 여력이 있다”고 답했다. 도봉구와 강북구 지역의 답변자들도 떨어질 기미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에서 강북 등 비강남권 상승률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보다 높다는 것이었다.
과열된 시장에 거품이 빠지면 이후 안정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전 지역의 중개사는 “현재 지표가 하락세는 맞지만 실상은 가격을 물고 있는 상태에서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라면서도 “다주택자들의 경우 정권이 교체되면 양도세 등이 완화될 것을 노리고 거래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로 가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 서울부터 (집값이) 꺾였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그 영향을 제대로 받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다만 제주의 경우 통상적인 부동산 시장 흐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국적으로 주춤하는 집값도 제주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한 제주 지역의 공인중개사는 “2019년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는데 2020년 말부터 거래량, 집값, 전셋값도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 역시 “조정대상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외지인 거래량이 높다. 1~2월까지는 매수우위지수도 높게 평가됐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