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스토킹 범죄자 사전 구별 거의 불가능…사회 안전망 구축 절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주위에서 기억하는 김태현의 평소 모습은 평범함이었다. 그와 함께 게임을 해온 유저들은 그를 게임 실력이 좋고 조용한 편이었다고 기억했다. MBN 인터뷰에서 한 게임 유저는 “게임을 자기 혼자 묵묵히 잘하는 편이었다. 물어보면 대답은 잘하는데 우리처럼 막 떠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 유저는 “게임하면서 마음도 잘 맞고 말도 잘 통하는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그를 기억했다.
김태현의 훈련소 동기 역시 뉴스1 인터뷰에서 “성격이 이상하다는 느낌은 없을 정도로 훈련소 생활은 순탄했다”고 밝혔다. 그의 학창시절 동창들 역시 “착한 친구”라고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태현이 군 입대 전인 2015년 초부터 2016년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PC방 업주는 YTN 인터뷰에서 “마음에 들도록 성실했던, 순진했던, 착했던 친구였다”고 당시의 김태현을 기억했다.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도벽이 좀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김태현의 훈련소 동기는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었고, 허세를 부리는 등 자존심이 셌다”면서 “팬티나 활동복 같은 걸 훔쳤다.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현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PC방에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종종 놀러갔는데 당시 PC방 업주는 자꾸 가게에서 현금이 사라져 CCTV를 살펴보다 김태현이 4~5차례에 걸쳐 수십만 원을 빼가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또한 분노조절장애로 보일 만큼 종종 충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PC방 업주는 “주먹으로 과격하게 벽을 치는 등의 행위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동창들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김태현의 한 동창은 “착한 친구였지만, 장난을 치다가도 갑자기 욕을 하고 화를 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동창 역시 “중학생 때 친구들과 게임하다 잘 풀리지 않으면 씩씩거리며 사람 때리는 시늉을 했다. 종종 화를 다스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김태현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도벽이 좀 있었고 종종 화를 다스리지 못해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도벽이나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모습은 그의 평범함을 지울 만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위에서도 몰랐던 김태현의 또 다른 감춰진 모습이 있다. 바로 그가 성범죄 전과자였다는 점이다.
김태현은 2019년 11월 여성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훔쳐본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2020년 4월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30일에는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휴대전화로 녹음한 자신의 신음소리 녹취 파일을 미성년자인 여고생에게 수차례 전송한 혐의 때문인데 검찰은 3월 10일 김태현에게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김태현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3월 30일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처럼 김태현은 최근 2~3년 사이 두 차례나 성범죄에 연루돼 두 번 모두 벌금형이 확정됐지만 주위에선 그가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경찰은 김태현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다수의 음란사이트에 반복적으로 접속한 기록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편 김태현은 2015년에도 모욕죄로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다.
김태현의 주변인들은 그를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도벽이 있었고 종종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진=임준선 기자
주위에선 김태현을 평소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도벽이 있었고 종종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가 두 차례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것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가 스토킹 끝에 세 가족을 살해했을 것이라고는 그의 지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4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평소에 스토킹 범죄자를 구별해낼 방법이 없냐는 질문에 “구별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이 말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적극적으로 사회에서 안전망을 구축해 주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