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대적 단속에 몰래영업 일시 정지…최근 ‘1차부터 호텔행’ 확산, 변종영업 차단 주목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4월 12일부터 다시 유흥업소들이 간판 불을 껐다. 경찰은 집합금지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대대적인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4월 12일 이뤄진 일제단속
경찰은 마치 집합금지 명령이 다시 내려지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대대적인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 유흥업계에서는 아무리 용감해도 감히 문을 열지 못할 만큼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밤 10시까지 영업이 허용됐던 때에도 10시 이후 불법 영업 업소가 단속을 당했지만 대부분 신고에 의한 것이었다. 신고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4월 12일부터 시작된 경찰 단속은 신고가 없어도 적발될 만큼 대대적이었다고 한다.
유흥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는 경찰 단속이 과거처럼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월에도 연출됐었다. 당시 경찰은 유흥업소 불법 영업과 관련해 빼어난 단속 실적을 보여준 바 있다. 강남 유흥업계 전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2월 15일 정부가 유흥업소 6종의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하면서 대대적인 경찰 단속도 중단됐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경찰은 밤 10시 이후 불법 영업에 대해서는 단호한 단속을 이어왔다.
2월 초 ‘“MOU가 깨졌다” 경찰, 유흥업소 특별단속 노림수’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요즘 경찰 단속은 관할서를 바꿔 진행하는 수준을 넘어 서울경찰청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 강남 유흥업계에서는 광역수사대에 이어 정보경찰까지 투입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과거에는 경찰이 유흥업소 불법 영업을 단속하면 관련 정보가 바로 검찰로 보고됐다. 정관계 인사나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단속되면 그 정보를 활용하고 수사를 주도하는 곳은 검찰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조정이 이뤄지면서 이젠 올곧이 경찰의 사건이 됐다. 지난 연말에도 유흥업계의 불법 영업이 한창이었지만 그리 매섭지 않았던 경찰 단속이 1월부터 강력해진 이유를 업계에선 검경수사권 조정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어딘가에서 불법 영업은 계속되고 있고 경찰 단속망이 이를 모두 커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경찰이 유흥업계를 봐주고 있다는 시선도 있지만 업계 얘기는 전혀 다르다.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단속당하는 것도 불사하고 불법 영업을 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나름의 보험을 들려고 노력한다”면서 “지금은 그런 모든 게 무용한 상황이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불법 영업을 하지만 사실 언제 단속이 들이닥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버틸 여력 없다”
평소 사업과 관련해 유흥업소에서 접대 술자리를 자주 갖는 40대 사업가 A 씨는 “4월 12일 저녁에 여러 군데에서 어디 문 연데 없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면서 “몇 군데 자주 가던 곳에 연락하면 그래도 몰래 영업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정말 없다. 그만큼 단속이 매섭다는 얘기”라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대부분의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당장은 무서워 문을 닫았지만 계속 닫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곧 집합금지 명령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면 버틸 수 있겠지만 4차 대유행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요즘 상황이 불안하다. 다시 기나긴 집합금지 기간이 이어질 수도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이상 문을 닫고 버틸 여력이 없다는 하소연도 많다. 결국 상당수의 유흥업소가 다시 불법 영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당장은 무서워 문을 닫았지만 계속 닫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일요신문DB
경찰이 언제까지 유흥업소 단속만 할 순 없는 만큼 언젠가는 단속 수위가 내려갈 수 있다. 코로나19로 집합금지 명령이 반복되면서 강남 유흥업계에선 내부 총질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를 파악해 경쟁 업소에서 경찰이나 구청에 신고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강남 유흥업계에서는 불법 영업을 하더라도 최대한 소문이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유흥업소들이 신경 쓰는 부분은 ‘적어도 고정 단골은 붙잡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코로나19 상황이 끝났을 때 다시 일어날 최소한의 밑천이 단골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자신의 업소에 못 오는 단골이 다른 업소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신고까지 불사하고 있는 셈이다.
#단속보다 빠른 ‘변종’
가게 간판 불을 끄고 출입문을 굳게 잠그고 몰래 영업을 하는 방식은 신고 앞에서 취약하다. 뒷문 등 도주로까지 확보해 놓고 불법 영업을 해도 누군가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고하고 있다. 그래서 변종 불법 영업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흔한 예는 룸방이라 불리는 업소들이 지속해온 ‘일반음식점 탈 쓴 유흥업소’ 방식이다. 그렇지만 요즘 단속은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새로운 형태의 변종이 거듭 등장하고 있다. 유흥업계에서는 ‘단속보다 변종이 빠르다’는 속설이 있다. 유흥업계가 경찰 단속보다 빠르게 변화하며 생존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손쉬운 방식은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와의 연합이다. 이미 성매매인 ‘2차’를 위해 강남 유흥업계와 숙박업소의 카르텔은 공고하게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제는 1차부터 아예 호텔이나 모텔 룸에서 이뤄지는 방식이 급증했다. 물론 이런 방식까지 경찰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2020년 12월에 역삼동의 한 호텔을 빌려 룸을 룸살롱처럼 꾸며 손님을 받다가 경찰에 단속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남 유흥업계에선 신종 방식이 단속된 사례라 상당히 화제가 됐다.
강남의 한 룸살롱 영업상무는 “그때 단속도 신고로 이뤄진 것이다. 그래도 안 걸릴 수 있었는데 거기 업주가 욕심을 내 호텔 룸을 룸살롱처럼 꾸민 게 화근이 됐다. 돈만 더 쓰고 더 잘 걸리게 만든 셈”이라며 “요즘에는 그냥 호텔 룸을 있는 그대로 이용한다. 단속이 떠도 지인들끼리 술자리를 갖는 것이니 5명만 안 넘기면 된다. 손님 2명을 받고 접대여성 2명을 보내 거기서 술도 마시고 2차도 하고 알아서 하는 방식이라 단속이 나와도 빠져나올 여지가 있다”고 얘기한다.
이런 방식이 호텔은 물론이고 파티가 가능한 스위트룸을 갖춘 고급 모텔 등에서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예 고급 오피스텔에서 이런 불법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미 지난해 초여름 무렵부터 이런 방식으로 불법 영업을 해온 업소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상징적인 단속이 이뤄졌다. 부산경찰청이 해운대 초고층 생활숙박시설인 엘시티 더레지던스에서 불법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일당을 체포한 것이다. 잡힌 일당은 1월 10일부터 2월 5일까지 엘시티 더레지던스 객실에서 무허가 유흥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요즘 부산은 유흥업소발 연쇄감염 누적 확진자가 400명을 넘기면서 유흥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어 이런 변종 영업까지 적발됐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유흥업소의 변종 영업에 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