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헤어진 후 초등생 저학년 딸 성폭행…피해자, 죄책감에 신고도 못 해
10여년간 이어진 친부의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던 딸이 신고 직후 임시 거처에서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친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50대 남성 A 씨는 자신의 딸 B 씨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딸의 유일한 양육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혼자 괴로워하던 B 씨는 최근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의 설득 끝에 지난달 5일 성동경찰서를 찾아 신고했다. 이후 경찰이 마련한 임시 거처로 옮겨가 생활했으나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다 사흘 뒤인 같은 달 8일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 진술 조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극단 선택을 하자 가해자인 A 씨는 범행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B 씨가 생전에 남긴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정황을 파악하고 직·간접적 증거들을 다수 확보해 A 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는 2019년 자신의 SNS에 ‘아빠가 죄책감 느끼는 게 싫어 아무 말도 못 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빠가, 아빠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다’ 등의 이중적인 감정에 고통을 받은 심경을 담은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동부지검은 이달 초 A 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친족 간 성범죄 특성상 보호자이자 양육자인 A 씨에게 B 씨가 성적 자기방어를 전혀 할 수 없는 심리상태였음을 폭넓게 고려해 혐의를 정한 것이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을 말한다. 미성년자나 장애인으로서 성교에 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를 이용하여 성교한 경우에도 준강간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A 씨는 검찰에서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 씨의 첫 재판은 다음 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재판에서 A 씨의 진술을 반박할 증거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