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개최 ‘반도체 회의’ 참석…투자 압박 수위 높아질 듯
미국 백악관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 19곳을 불러 반도체 품귀 현상 해소와 공급망 복원을 위한 반도체 CEO 서밋을 개최한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백악관은 12일 오후(현지시간)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 해소와 공급망 복원을 위한 ‘반도체 CEO 서밋’(CEO Summit on Semiconductor)을 화상으로 개최한다. 구체적인 시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국시간으로 12일 늦은 밤 또는 13일 새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는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직접 참석한다. 백악관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일정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 계획과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포함한 경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과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의에 초청된 글로벌 기업은 총 19곳이다. 대만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테크놀로지,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NXP, PACCAR,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 스텔란티스 등과 함께 한국 기업에선 삼성전자가 참여한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위한 회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주요 기업들로부터 반도체 관련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목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과 반도체 패권을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 정부가 이번 회의를 통해 ‘공급을 원활하게 해달라’면서 자국 내 투자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이 이번 회의에서 ‘미국 일자리 계획’과 반도체 등 주요 분야의 미국 공급망 강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한 공장 설립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참석자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할지에 대해 고민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구속 상태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의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검토해왔던 미국 투자 속도를 낼지 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과 함께 애리조나, 뉴욕 등을 놓고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신·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의를 전후로 삼성전자가 미국 연방정부 혹은 일부 주정부와 협상을 통해 인센티브를 받고 이를 토대로 최종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경쟁사인 TSMC는 오는 4월 15일 1분기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이날 애리조나와 일본 투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 요구에 화답할 경우 이번 회의를 지켜보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 반도체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삼성전자 입장에서 미국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자칫 중국 사업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업계는 조언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