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추진…케이팝모터스·박석전앤컴퍼니 등 인수 의향 밝혔지만 능력 회의적
지난 4월 8일,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자동차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9년 3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2019서울모터쇼에 참석한 쌍용자동차 관계자들. 사진=일요신문DB
쌍용자동차 인수 의향을 밝힌 케이팝모터스는 이륜스쿠터, 사륜스쿠터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케이팝모터스 본사는 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다.
황요섭 케이팝모터스 대표는 인터넷 언론 ‘코리아저널리즘’ 운영사 코리아타임즈투데이 대표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리아저널리즘’에 따르면 케이팝에너지, 케이팝에이치앤비, 케이팝이앤씨, 제이앤에스이앤씨 등이 케이팝모터스 계열사다.
무명에 가까웠던 케이팝모터스는 2019년 1월 강원도 평창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평창군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에 전기자동차 기술 특화단지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기차 특화단지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평창군 관계자는 “케이팝모터스가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평창군에서 협조를 하기로 했다”며 “협약 이후 케이팝모터스가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케이팝모터스는 올해 2월 쌍용차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케이팝모터스홀딩스그룹을 설립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케이팝모터스홀딩스그룹의 자본금은 5555만 5000원이다. 특이한 점은 케이팝모터스홀딩스그룹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지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코리아타임즈투데이도 중국 베이징과 미국 뉴욕에 지점을 두고 있다.
케이팝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후 전기차 관련 경쟁력을 강화해 미국 핑크시트에 진입한 후 연말에는 나스닥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핑크시트는 비상장주식이 거래되는 장외시장이다.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목표로 보이지만 케이팝모터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케이팝모터스 한 관계자는 “3조 8000억 원가량을 집행해지 않으면 쌍용차의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몇몇 기업과 이야기를 마치고 쌍용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지 않고 일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A에 지점을 둔 것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것으로 핑크시트는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다”고 덧붙였다.
박석전앤컴퍼니도 베일에 가려진 기업이다. 박석전앤컴퍼니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박석전 씨는 2018년 1월 바이오 업체 현림생명과학을 설립했고, 2020년 9월 사명을 박석전앤컴퍼니로 변경했다. 당초 박석전앤컴퍼니의 사업 목적은 ‘생명과학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 ‘제약연구 및 개발 의약품 제조업’ 등이었지만 사명을 변경하면서 ‘기업인수합병업’ ‘금융컨설팅업’ ‘기업공개(IPO)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 밖에 ‘승마장 운영업’ ‘커피숍 운영업’ ‘매니지먼트업’ ‘가구유통업’ 등 사업 간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업종들도 사업 목적에 포함돼 있다. 박석전앤컴퍼니의 사무실 위치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45층으로 소유주는 손 아무개 씨다. 손 씨와 박석전앤컴퍼니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없다.
박석전앤컴퍼니는 케이팝모터스와 마찬가지로 외부감사 대상에 속하지 않아 자세한 지분 구조나 실적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자산 120억 원 이상, 부채 70억 원 이상, 매출액 100억 원 이상, 종업원 수 100명 이상 등 4가지 기준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는 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다. 따라서 박석전앤컴퍼니의 회사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석전앤컴퍼니를 사모펀드(PEF) 운영사라고 소개했지만 2020년 말 기준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발표한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현황에 박석전앤컴퍼니 관련 회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박석전앤컴퍼니 사업 목적에도 ‘투자자문업’이 있기는 했지만 PEF 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업종은 없었다.
박석전 씨는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주의 금융파트너로 알려졌다. 박 씨가 대표이사로 있었던 회사 에스큐홀딩스는 2010년 9월 한글과컴퓨터 자회사 셀런에스엔(현 제이웨이)을 인수했다가 같은 해 12월 매각한 기록이 있다. 당시 에스큐홀딩스는 셀런에스엔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주식 담보권 실행에 따른 장내 매도”라고 공시했다. 이후 에스큐홀딩스는 별 다른 활동이 없다가 2019년 청산됐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이찬진 창업주 이후 한글과컴퓨터 오너가 여러 차례 바뀌다보니 박 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박석전앤컴퍼니의 사무실 위치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45층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사진=일요신문DB
이 외에도 박 씨는 2013년 현림파트너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현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현림파트너스는 정보통신(ICT) 업체지만 사업 목적에 ‘기업 인수합병 및 투자자문업’ ‘기업운영정보 컨설팅업’ 등도 포함돼 있다. 에스큐홀딩스 감사를 맡았던 이 아무개 씨가 2017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현림파트너스 대표이사를 맡았던 것도 눈에 띈다. 현림파트너스는 과거 경남기업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경남기업은 결국 SM그룹에 넘어갔다.
박 씨는 연예계와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림파트너스는 2017년 가수 고 김현식 씨 추모앨범 ‘거울이 되어’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현림파트너스의 사무실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위치한다. 이곳은 코미디언 팽현숙 씨 소유의 카페가 있는 곳으로 건물 소유주도 팽 씨다.
이처럼 박 씨와 박석전앤컴퍼니에 대해서는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으로 파악되는 정보는 많지 않다. 베일에 가려진 회사가 어떻게 인수 자금을 조달할지에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박석전앤컴퍼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법정관리에 처한 입장에서 찬밥 더운밥을 가릴 상황도 아니다. 쌍용차 측은 “다수의 인수 의향자가 있는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회생계획 인가 전 M&A 완료를 통해 회생 절차 조기 종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