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위해 높은 은행 의존도 개선 필요…손태승 회장 징계·증권사 몸값 상승 걸림돌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M&A를 검토 중인데, 금융권에선 증권사가 1순위 인수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우리금융은 지난 21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지주사 전환 이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이 671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182억 원과 비교해 29.7%, 직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시장 예상치 약 53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실적이 다소 후퇴했던 만큼 이번 1분기 성적표가 갖는 의미가 크다. 2020년 순이익은 1조 5152억 원으로 2019년 1조 8722억 원 대비 19.1% 줄었다. 이자이익은 성장했지만 사모펀드 사태와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 부재에 따라 비이자이익 8224억 원이 21.4% 줄었고, 코로나19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이 2배 늘었다. 올해 1분기 성적이 좋았던 만큼 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분기 최대 실적에도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되는 지점이 있다. 은행 수익 의존도(약 88%)가 다른 금융지주들(약 60%)보다 높다. 우리금융 측은 “지주 전환 이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한 게 이번 당기순이익 증가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지만 여전히 전체 실적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실제 우리카드 당기순이익은 720억 원으로 41.1% 늘었고,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종합금융 역시 각각 350억 원, 170억 원을 달성하는 등 신규 편입된 비은행 부문 자회사들의 손익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초과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 5894억 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일찌감치 증권·보험·캐피탈 계열사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면서 각각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아주캐피탈(우리금융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비은행 계열사를 늘렸지만, 금융권에선 추가 M&A가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우리금융 역시 손태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가장 먼저 언급하는 등 그룹 성장동력으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예고했다.
우리금융의 1순위 M&A 대상은 증권사가 거론된다.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다. 증권사 인수는 우리금융의 비은행 확대와 시너지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 시장도 우리금융 증권사 인수에 관심이 높다. 지난 4월 초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주식시장에 돌면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된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우리금융 인수설은 잊을 만하면 다시 나오는 일이 반복돼 왔고, 전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설’만으로도 시장이 들썩이는 건 그만큼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는 민영화 작업과도 연결돼 있다. 지난 8일 예금보험공사는 보유하던 우리금융 지분 중 1530억 원 규모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완전 민영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보는 우리금융 지분 17.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잔여지분을 완전히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M&A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00% 정도로 금융지주사 평균(120%) 보다 낮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 여력을 말한다. 이 지표가 낮을수록 자회사 투자 여력이 크다는 의미를 가진다. 현재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은 단순 계산으로 약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금융은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감법인 및 신용카드 부문을 제외한 내부등급법 부분 승인을 받았다. 내부등급법은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표준모형이 아닌 자체적인 신용리스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금감원이 제시하는 표준 방법보다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줄어 국제결제은행(BIS)상 자기자본비율을 높인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면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여력이 확대된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92%,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13.75%로 다른 금융지주들보다 낮다. 다만 이 문제는 내부등급법 추가 승인이 예정된 올해 하반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보통주비율이 11.4%까지 올라가는 하반기에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행정소송 등으로 이어가는 것은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의 한 변수로 꼽힌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최준필 기자
변수도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 수위와 이어지는 행정소송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았고, 올해 4월 8일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로 또 다시 문책경고를 받았다. 손 회장은 DLF 관련 중징계를 받은 이후 금감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금융권에선 라임사태에서도 중징계가 확정되면 또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금융당국과 갈등이 증권사 인수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금융사가 증권사를 인수할 때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적격성 심사 또는 자회사 편입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특히 이 과정은 늘 ‘정성평가’가 이뤄져 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잇단 행정소송으로 금융당국의 징계에서 벗어나고, 아무렇지 않게 신사업을 추진하는 선례가 남으면 금융당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며 “금융당국이 심사를 통한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의 행정소송은 증권사 인수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의 수익이 크게 늘어 회사를 매각할 이유가 사라졌다. 자연스레 증권사 몸값도 올라가면서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증권사들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에 배당 및 외형 확대 자제를 요청한 것도 변수다.
최근 우리금융 안팎에선 증권사 인수 대신 당초 중장기 과제로 미뤄둔 우리금융캐피탈의 지분을 늘려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먼저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려운 증권사 인수보다 우리캐피탈 완전자회사 전환을 먼저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는 좋은 매물이 나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캐피탈 완전 자회사 전환은 현재로선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