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분사 직후부터 숱한 소송전…감정 싸움에서 시작,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앙숙 박현종 bhc 회장(왼쪽)과 윤홍근 BBQ 회장의 전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연합뉴스
bhc는 4월 20일 윤홍근 BBQ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BBQ가 윤홍근 회장과 그의 아들이 지분 100% 보유한 다단계 개인회사 ‘지엔에스하이넷’에 자금을 대여해줬으며,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bhc는 “잘못된 오너십과 경영 관행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BBQ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BBQ는 “2019년 완전매각된 지엔에스하이넷은 다단계 회사가 아니라 우리가 생산하는 BBQ 황금올리브오일과 통다리구이, 가슴살 등 VAP(가공식품) 제품을 방문판매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며 “비록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해 지속된 경영실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이 분야 전문성이 있는 회사로 매각을 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BBQ는 bhc를 향해 “(고발의) 목적은 B 사(BBQ) 죽이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관련 업계는 술렁였다. 특히 이번 고발 내용이 bhc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그 의도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bhc의 고발을 도대체 누가 공익 목적으로 생각하겠나”라며 “수년째 이어진 두 회장의 갈등이 잦아들기는커녕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bhc와 BBQ는 한때 가족이었다. 철천지원수 같은 지금 모습이 그래서 더 의아하다. 가족이었던 이들이 전쟁에 돌입하기 시작한 건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BBQ는 자회사였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했는데, 이듬해 bhc 측은 “BBQ가 bhc를 매각하던 당시 가맹점 숫자를 부풀렸다”고 문제 삼으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중재 법원에 제소했다. 이후 두 기업 간 민·형사상 소송전이 수차례 이어졌다.
BBQ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3년 6월 BBQ는 bhc를 매각하던 당시 ‘bhc가 BBQ 계열사에 물류 용역과 식재료를 10년간 공급하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BBQ는 2017년 4월 ‘영업비밀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이유로 물류 계약을 해지, 같은 해 10월에는 상품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2018년 bhc는 “BBQ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500억 원대 상품공급 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올해 1월 법원은 “BBQ는 bhc에 290억 6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bhc에 손을 들어줬다.
박현종 bhc 회장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박현종 회장은 2015년 bhc 사무실에서 BBQ 전‧현직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두 차례 접속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기소 됐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과 공방을 이어오며 두 회사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앙숙’으로 불리는 박현종 bhc 회장과 윤홍근 BBQ 회장의 신경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두 회사의 다툼이 점차 격렬해지면서 박현종 회장과 윤홍근 회장의 관계가 주목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싸움이 비롯했다고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bhc가 분사해서 나갈 때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BBQ는 재무개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사모펀드에서 bhc를 사겠다고 하니 매각했고, 그 과정에서 윤홍근 회장은 박현종 회장을 믿고 매각 작업을 맡겼다”며 “그런데 어느 날 bhc에서 소송을 벌이자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bhc가 분사돼 나갈 때 사모펀드와 접촉하며 매각을 이끌었던 인물은 박현종 당시 BBQ 글로벌 대표다. 사모펀드에 3년 정도 사업 운영을 맡긴 뒤 다시 찾아올 것을 기대했던 윤홍근 회장은 박현종 회장에게 bhc를 맡겼다. 하지만 bhc가 나가자마자 BBQ에 돌아온 것은 ICC 소송과 BBQ 내부 전산망 불법 접속이었다는 것이 BBQ 측 주장이다. 윤홍근 회장이 박현종 회장의 배신감을 느꼈고 이 때문에 bhc와 물류‧상품 계약을 끊었다는 후문이다.
윤홍근 회장의 자존심이 싸움을 키웠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BBQ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1위 사업자였고 bhc는 자회사일 뿐이었는데, 어느덧 매각된 bhc는 2위, BBQ는 3위로 내려앉으며 두 회장의 신경전이 더욱 고조됐다는 분석이다. 앞의 외식업계 관계자는 “윤홍근 회장 입장에서는 자기 회사 월급쟁이 대표였던 박현종 회장이 자기 머리 위로 올라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두 회사의 싸움에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장기간 이어지는 두 회사의 전쟁을 우려했다. 박주영 교수는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에 네거티브한 싸움밖에 안 된다”며 “법정 소송으로 어두운 면을 계속해서 들춰내다 보면 소비자들에게 치킨 시장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고 결국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법정 싸움보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