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P, 그룹 내 괴롭힘 인정하면서도 “이현주 탓”…“미성년 아이돌 보호 못한 소속사 책임도”
이현주가 탈퇴하기 전 에이프릴. 사진=DSP미디어 제공
이현주와 멤버들 사이의 갈등은 소속사인 DSP미디어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DSP미디어 측은 이 갈등이 이현주의 불성실함으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현주가 에이프릴 멤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긴 했으나 이현주가 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아 다른 멤버들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장과는 별개로, DSP미디어 측이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속사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정 싸움으로 가더라도 DSP미디어 측이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이돌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속사는 소속 연예인이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매니지먼트를 해야 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고, 연예인이 활동 중 정신적 또는 육체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상호 협의에 따라 회복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 또 해당 연예인이 미성년자일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의거해 그들의 인격권, 휴식권 등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괴롭힘이 처음 발생한 시점인 2014년 이현주(1998년생)는 만 16세였으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시점인 2016년은 만 18세로 미성년자였다. 미성년자를 이용해 영리활동을 하면서도 보호의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소속사가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DSP미디어 측은 이현주와 폭로글을 올린 그의 가족, 측근들을 전원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DSP미디어 제공
여기에 더해 소속사의 편에 선 다른 멤버들이 ‘증인’으로서 법정에 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현주의 첫 공식입장이 나온 날 에이프릴의 멤버 김채원과 양예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각각 입장문을 올렸다.
먼저 김채원은 공식입장문에서 “단 한 번도 일부러 멤버 사이를 이간질한 적 없다. 특히 몸과 멘탈이 약한 현주를 더욱 신경 써서 챙겼다” “현주와는 어머님끼리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모두 가깝게 지냈다. 현주도 양심이 있다면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예나는 “이현주가 항상 우리를 밀어낸다고 느꼈다. 모두에게 일어난 일에서 본인만 피해자로 생각하고 우연한 상황에서마저 우리를 가해자로 대했다”며 “본인이 멤버들을 믿어주지 않는 이상 우리의 갖은 노력은 무의미했고 일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감당하는 건 항상 나머지 멤버 몫이었다”고 밝혔다. 두 멤버 모두 “이현주가 아니라 멤버들이 피해자”라는 것이 공통된 주장 내용이다.
이현주의 입장문이 올라온 4월 18일 에이프릴의 멤버 김채원, 양예나도 각자 입장문을 올렸다. 사진=MBC 제공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법적 분쟁으로 치닫는 현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이제 와서 원만히 해결됐다고 덮기엔 양측이 너무 멀리 온 것 같다”고 짚었다. 에이프릴의 남은 멤버들은 ‘집단 괴롭힘 가해자’라는 이름표를 달게 됐고, DSP미디어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아 사태를 최악으로 만든 소속사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현주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다는,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강조해 온 연예인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는 사실까지 공개를 감행해야 했다. 결국 양측 모두 극심한 상처만 입은 상태에서 재판 외에는 표면적으로나마 갈등을 봉합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DSP미디어의 경우는 소속 연예인들 대다수가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에이프릴은 물론이고 전 에이프릴 리더이자 이현주 괴롭힘의 또 다른 주축으로 지목된 전소민이 속해있는 혼성그룹 KARD도 대중들의 백안시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 3월 17일 데뷔한 보이그룹 미래소년도 소속사의 문제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만큼 DSP미디어도 사활을 걸고 소송으로 억울함을 피력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