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장관 항명에도 검찰 내 두터운 신망이 ‘강점’
조남관 차장검사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주목을 받게 된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갑작스레 서거하게 되면서 검찰 내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상황이었지만, 조남관 차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조남관 대검 차장은 2006년 4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사정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장을 맡으면서 현 여권과 인연을 맺게 됐다. 노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난 2008년 2월까지 근무한 이른바 순장조이기도 했다.
그리고 조남관 차장검사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주목을 받게 된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갑작스레 서거하게 되면서 검찰 내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상황이었지만, 조남관 차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글을 보면 광주지검에 근무하던 조 차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봉하마을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2009년 5월 조남관 차장이 직접 쓴 ‘봉하마을 조문을 다녀와서’ 내용에 보면 “기차를 타기 전 아내가 지금 같은 비상한 시기에 집에 가만히 있지 현직 검사가 왜 내려가느냐고 만류했지만 조문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현직 검사로서 대통령님 유족 측이나 참여정부 관계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을을 전달하고도 싶었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한나라의 대통령 빈소 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살아생전 대통령님 모습대로 소박한 빈소 모습에 오히려 위안을 받았다”고 묘사하는 그는 1시간 가까이 빈소에 머물렀다가 근무지인 광주로 돌아왔다. 그는 글 말미에 “검찰이 부패를 척결해야 할 최고 사정기관으로서 5년 마다 바뀌는 정권 하에서 정치적 중립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라고 할까”라고 쓴 뒤 “삼가 노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앞선 정부 당시 청와대 근무 이력을 오히려 숨기느라 급급한 검사들과는 차별화되는 행보였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글을 보면 광주지검에 근무하던 조 차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봉하마을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사진=당시 조남관 차장이 이프로스에 올린 글
빈소를 찾았던 것이 밉보였던 것인지 조남관 차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한직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와 순천지청장을 거친 뒤, 2016년에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 났다. 그렇지만 요직으로 분류되는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지 못했다. 특히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에서 ‘나가라’는 사인으로 해석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다음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조남관 차장검사는 다시 승승장구했다.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에 임명된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대검 과수부장-서울동부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대검 차장 임명 직후만 해도, 고교 동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유력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2020년 하반기 추미애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자,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양보해달라”고 징계 철회를 요청했다가 여권에 밉상으로 찍혔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개혁에 반기를 든 ‘조남관 차장’을 한직으로 보낼 것이라는 인사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공석인 검찰총장 대행을 두 달째 수행 중인 조남관 차장은 최종 후보 4명 가운데 한 명으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검찰 내 두터운 신망이 조 차장을 최종 4명의 후보군에 포함시켰다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조남관 차장을 잘 아는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꾀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만 겪어보면 알 수 있는 사람이 조남관”이라며 “정직하게 할 말은 하는 성격이고, 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서 주위의 신뢰를 받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현재 여권에 찍혀서 유력 후보군에서는 제외된 것 아니겠냐”고 얘기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