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수처 ‘황제조사’ 거짓해명 의혹 수사…보도자료 작성 파견 공무원 졸지에 피의자 신세
공수처는 억울해 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허위로 보도자료를 쓴 게 아니라, 진짜로 사실 관계만 파악해서 썼던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공수처 내에서는 비법조인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파견 와 대변인 역할을 하다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문상호 정책기획담당관에 대해 안타깝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멈출 기세가 아니다.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수처 주요 관계자들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태우기 위해 관용차를 보낸 사실에 대해 해명하는 보도자료까지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연일 공수처를 때리는 모양새다. 사진=박정훈 기자
#사소한 보도자료 한 장에서 불거진 수사
사건은 공수처가 3월 7일 이성윤 지검장을, 정부과천청사로 불러 면담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성윤 지검장을 김진욱 처장의 관용차로 출입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황제 특혜 조사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공수처는 4월 2일 “공수처에는 청사 출입 가능 관용차가 2대가 있는데, 2호차는 체포피의자 호송용으로 뒷좌석 문이 열리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수처가 당시 보유하고 있던 2대 가운데 1호차는 이 지검장이 탔던 김진욱 공수처장 전용차량인 검은색 제네시스 G90이고, 2호차는 검은색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공수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이 체포피의자 호송(용)이어서 이 지검장을 태울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은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이 업무용으로 이용한 적이 있었고, 공수처 해명대로 ‘뒷문이 열리지 않게 수리를 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업무용 차량을 보도자료에 ‘체포피의자 호송용’이었다고 명시한 것인데, 자연스레 논란은 더 확대됐다. 공수처가 허위 해명을 했다는 의혹은 커졌다. 이후 시민단체들이 김 처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는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김 처장의 관용차 운전기사였던 A 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 씨는 공수처가 출범한 1월 21일부터 근무하다 3월 말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지검장을 소환한 당일 A 씨가 아니라 김 아무개 비서관이 관용차를 운전해 이성윤 지검장을 데리고 온 과정을 집중 추궁했으며 공수처 2호차의 성격과 활용 범위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2호차가 실제로 뒷좌석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었는지, 허위 의혹을 받는 지난 2일자 보도자료 작성 경위를 수사 중이다. 수사는 운전기사를 시작으로,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비서관과 대변인, 차장과 처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발하는 공수처에 갈 길 간다는 검찰
공수처는 반발하고 있다. 정확히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수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진짜 우리는 일반 차량인지 몰랐다. 뒷문이 안 열리는 것은 맞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수처 내부 분위기는 침울하다. 특히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파견 온 문상호 대변인이 조사를 받게 된 것을 놓고 ‘안쓰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검찰이 공수처를 견제하려고 하는 수사의 과정에, 비법조인 출신인 문상호 대변인이 수사를 받게 된 것이 안 됐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귀띔했다.
문상호 정책기획담당관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관련 업무를 하다 지난 1월 공수처로 파견된 인물로, 원래 대변인 업무 담당도 아니었다. 공수처가 대변인 공모를 했지만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서 불가피하게 공보 경험이 없는 문 담당관에게 대변인 직무대행을 맡겼고, 이 과정에서 수사까지 받게 될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관련성 없는 문상호 대변인이, 검찰과 공수처 간 갈등의 희생양이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보도자료 작성 책임자인 문 대변인을 조사하기로 하고 보도자료 작성 경위와 지시체계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문 대변인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예방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찾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비서관 특혜 채용 의혹 등으로 자칫 ‘1호 공수처장’의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이 이뤄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사진=이종현 기자
계속되는 검찰의 압박에 김진욱 공수처장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찰이 공수처 대변인을 조사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김 처장은 4월 23일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자꾸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안 하려는데”라며 “지금 압박하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좀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앞선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이 이처럼 공수처를 향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자꾸 언론에 흘려서 압박을 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있는데, 김 처장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계속 공수처를 향한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사건으로 공수처를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성윤 지검장 특혜 제공 의혹(관용차 및 면담 과정)과 김진욱 처장 수행 김 아무개 비서관(5급 상당 별정직) 특혜 채용 의혹 등이 고발돼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김진욱 처장 비서관 특혜 채용 의혹의 경우 김진욱 처장 직접 소환조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1호 공수처장’의 피의자 신분 출석 자체가 공수처의 오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막 출범한 공수처가 내놓는 언론 대응이나 면담 과정이 수사기관으로는 부적절한 부분들이 있었고 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다 보니 검찰과 공수처 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더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허위 보도자료’ 의혹 같은 경우는 작게 넘어갈 수 있는 사건도 잘 마무리하지 못해 사건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