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만에 경영 일선 복귀한 구본준 회장…LG상사 중심으로 외형 확대 전망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삼촌 구본준 고민이 LG에서 계열 분리해 신설한 지주사 LX홀딩스가 오는 5월 3일 첫 업무를 시작한다. 사진=LG그룹
앞서 LG그룹은 지난 3월 26일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를 설립하는 지주회사 분할계획을 승인했다. 함께 계열분리 된 자회사는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판토스 등 5곳이다. LG홀딩스 초대 대표이사는 구본준 회장과 송치호 전 LG상사 대표가 맡는다. 사내이사는 박장수(주)LG 재경팀 전무가, 사외이사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등이 선임됐다.
LX홀딩스는 자산 규모 약 8조 원으로 재계 순위 50위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보면 자산 규모가 8조 90억 원인 아모레퍼시픽이 52위였다.
LX홀딩스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외형을 확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핵심 자회사는 LG상사다. 상사와 물류가 주력 사업인 LG상사는 최근 헬스케어, 관광·숙박, 통신판매·전자상거래, 친환경 관련 폐기물 등 다수의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국내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실리콘웍스는 기존 주력인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DDI)에 더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으로 생산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물류 기업인 판토스는 조만간 상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판토스 상장을 통해 유치한 자금을 그룹 신사업 확장에 투자한다는 시나리오다. 종합 인테리어·건설자재 기업인 LG하우시스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X홀딩스의 계열 분리는 구인회 LG 창업회장 때부터 그룹 경영권은 장남이 잇고, 동생들은 일부 회사를 분리해 독립해 나가는 ‘장자계승’ 전통에 따라 이뤄졌다. 구본준 회장은 19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한 뒤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상사 등의 대표를 맡았다. 형인 구본무 회장이 2018년 별세하고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LX그룹 출범과 함께 3년여 만에 경영에 복귀하게 된다.
영문명이 같아 갈등을 빚었던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는 출범을 앞둔 지난 4월 30일 LX 사명을 공동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LX는 앞서 LG 신설 지주사의 ‘LX’ 상표 사용을 놓고 내용증명서 발송, 특허청에 이의 제기, CEO-특허청장 면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 신고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LG 신설 지주사가 출범하면 법원에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예고한 바 있어 법정 분쟁까지 이어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LX가 지적·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국민 혼란과 불편이 우려돼 LG 신설 지주사에 LX 사명 사용의 명확한 구분을 요청, 이 안이 수용되면서 협상의 물꼬가 터졌다. 양사는 ‘LX’ 사명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LX홀딩스의 계열 분리는 ㈜LG가 지분 정리와 분리를 마치고 재상장하는 오는 5월 27일 완전히 마무리된다. LX에 편입된 기업들은 오는 7월 LX글로벌(현 LG상사), LX하우시스, LX판토스 등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