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마블 ‘이터널스’ 주연…이민호, 윤여정과 ‘파친코’ 출연…이선균, 김지운의 ‘닥터브레인’ 타고 세계로
시간을 약 10년 전으로 돌리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뜻하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미국 빌보드 핫100 2위까지 올랐다. 싸이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마돈나, MC해머 등 내로라하는 팝스타들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췄다. 그 배턴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이어받았다. 그들은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200 등 두 메인차트를 석권했고, 각종 음악 시상식을 휩쓸었다. UN(국제연합)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그들의 메시지가 글로벌 청년들을 각성시켰다. 그렇다면 이제 윤여정을 이을 릴레이 주자는 누구일까.
3월 ‘프리뷰월드’가 공개한 ‘이터널스’의 2022년 버전 프로모 아트 캘린더. 마동석이 연기하는 길가메시가 정중앙에 위치한 이카리스(리처드 매든 분) 바로 오른쪽 뒤에 자리 잡고 있다.
#‘포스트 윤여정’은 누구?
배우 마동석이 가장 근접한 스타로 꼽힌다. 그는 아이언맨, 헐크, 캡틴아메리카 등이 속한 ‘어벤져스’ 시리즈를 만든 마블 히어로 영화의 한 축인 ‘이터널스’의 주인공으로 참여해 촬영을 마쳤다. 올해 3월 ‘프리뷰월드’가 공개한 ‘이터널스’의 2022년 버전 프로모 아트 캘린더를 보면 그가 연기하는 길가메시가 정중앙에 위치한 이카리스 역할의 배우 리처드 매든 바로 오른쪽 뒤에 자리 잡고 있다. 극 중 할리우드 톱배우인 앤젤리나 졸리가 맡은 테나, 이카리스와 함께 ‘이터널스’의 톱3라고 할 수 있다.
한류스타 이민호의 행보에도 눈길이 간다. 그는 미국 애플TV플러스에서 제작하는 현지 드라마 ‘파친코’(Pachinko)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사진=이민호 제공
대표적 한류스타인 이민호의 행보에도 눈길이 간다. 그는 미국 애플TV플러스에서 제작하는 현지 드라마 ‘파친코(Pachinko)’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이 드라마는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이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17년 뉴욕타임스(NYT)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던 ‘파친코’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매혹적인 책”이라고 소개해 화제를 모아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은 콘텐츠다.
이민호는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과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이민자들의 고된 삶과 정체성을 다룬 드라마에서 굴곡의 세월을 딛고 일어선 한국인 역을 맡는다.
‘파친코’에 윤여정이 출연한다는 것도 호재다. 윤여정은 얼마 전까지 캐나다 등지에서 ‘파친코’를 촬영했다. 이 작품이 윤여정의 차기작으로 소개되면서 더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미나리’가 한국적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줬듯, ‘파친코’ 역시 한국인들의 삶을 그리기 때문에 ‘미나리’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관심이 ‘파친코’의 주연 배우인 이민호로 이어져 그가 아시아를 넘는 한류 스타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국내 론칭되는 애플TV플러스도 주목해야 한다.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으로 유명한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이선균이 주연으로 참여하는 ‘닥터 브레인’은 국내에서 촬영되고 있지만, 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된다. 김 감독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도 연출했던 터라 미국 내 지명도가 높은 감독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영화 ‘기생충’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최우식은 할리우드 회사 ‘A24’가 제작하는 로맨스 영화 ‘전생(Past Lives)’에 섭외됐고,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브로커’에는 송강호·강동원·아이유·배두나 등이 참여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해외 감독이나 제작사들도 한국의 스타들을 대거 기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한국 배우들과 그들이 참여한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최근 윤여정의 행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배우들을 보는 시각을 달라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으로 유명한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이선균이 주연으로 참여하는 ‘닥터 브레인’이 애플TV플러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유수의 영화제에나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한국 배우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먼파워가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87년 영화 ‘씨받이’로 강수연이 제44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것을 시작으로 그는 2년 뒤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제16회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뜸하던 낭보는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 참여한 문소리가 신인배우상을 탄 데 이어 2007년 이 감독의 ‘밀양’으로 전도연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7년에는 배우 김민희가 연인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호연을 펼쳐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4년 후 윤여정이 ‘미나리’로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으며 세계를 열광시켰다.
하지만 이 안에 남자 배우의 자리는 없었다. 국내에서는 강한 티켓 파워를 바탕으로 여배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개런티를 받지만 해외 영화제에서는 번번이 고개를 숙이곤 한다. 왜일까.
이는 남녀 배우의 쓰임의 차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남자 배우들의 경우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 영화로 쏠리는 반면 여배우들은 제작비와 상업성은 낮으나 해외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선호하는 작품성 높은 작품에 자주 참여한다. 전자의 경우 볼거리를 중시해 몸을 쓰는 연기가 많은 반면, 후자는 감성 연기에 중점을 두는 것도 차이다.
더 나아가 남녀 아시아 배우를 바라보는 편견 역시 뛰어넘어야 하는 벽이다. 동양인 여성은 서양에서도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존재로 다뤄지는 반면, 여전히 동양인 남성은 액션 연기와 같은 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배역이 주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인 이병헌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할 때는 주로 액션 배우로 분류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해외 시상식이 한동안 아시아 작품이나 배우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던 것처럼 동양인 남자 배우를 향한 편견 역시 뛰어넘어야 할 산”이라며 “BTS와 같은 아시아 스타들이 탄생하며 점차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