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휴대폰, 버려진 신발, 바뀐 전화번호, 변호사 선임…유족 강한 의혹 제기 속 가짜뉴스 확산까지
반포한강공원 인근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던 전단지. 결국 손정민 씨는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사라진 휴대폰이 ‘열쇠’
사망한 고 손정민 씨의 갤럭시폰은 함께 술자리를 가진 친구 A 씨가 갖고 있었고 그의 아이폰은 사라졌다. 4월 24일 밤 11시 무렵부터 손 씨와 A 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으로 가서 술자리를 가졌다. 손 씨는 25일 새벽 1시 30분 무렵 휴대폰으로 어머니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1시 50분쯤에는 춤을 추는 영상을 찍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도 올렸다.
A 씨는 휴대폰으로 새벽 3시 30분께 부모와 통화했다. A 씨는 부모에게 “정민이가 취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벽 4시 30분쯤에는 A 씨가 홀로 한강공원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A 씨는 부모와 통화 이후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서 노트북과 휴대폰 등을 챙겨 귀가했는데 당시 손 씨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휴대폰이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사라진 A 씨의 휴대폰은 전화를 받진 않았지만 신호는 가는 상황이었는데 아침 7시께 전원이 꺼졌다. 며칠 뒤 손 씨 시신이 한강에서 발견됐지만 A 씨의 휴대폰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만취 상태에서 휴대폰이 뒤바뀔 수는 있지만 두 휴대폰의 제조사가 달라 의혹이 제기됐다. 이것이 모든 의혹의 시발점이 됐고 여전히 사라진 A 씨의 휴대폰은 손 씨 사망의 비밀을 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손정민 씨의 아버지 손현 씨는 A 씨에게 넘어져 신음소리를 내는 손 씨를 일으켜 세우느라 바지와 옷에 흙이 많이 묻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둘이 술을 마신 곳 부근에는 잔디밭, 모래, 풀, 물만 있을 뿐 진흙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민 씨가 사라져 사체로 발견된 지점.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A 씨는 왜 신발을 버렸을까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A 씨에게 술에 취해 자던 도중 막 뛰어다니다 넘어져 신음소리를 내는 손 씨를 일으켜 세우느라 옷에 흙이 많이 묻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둘이 술을 마신 곳 부근에는 잔디밭, 모래, 풀, 물만 있을 뿐 진흙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손현 씨가 A 씨 아버지에게 바지는 빨았을 테니 신발을 보여 달라고 얘기했는데 0.5초 만에 나온 답은 ‘버렸다’였다고 밝혔다.
방송에서 손현 씨는 “보통의 아빠가 애 신발 버린 걸 알고 즉답을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그리고 그 신발은 CCTV에 나오잖나. ‘얼마나 더러웠기에 버렸나. 그게 그렇게 급한 일이었나’라고 형사 취조하듯이 따질 수가 없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A 씨가 신발을 버린 건 범행 은폐 목적이 아니냐’라는 기자들 질문에 “신발을 버린 경위 등을 명확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 번호 바꾼 이유
손현 씨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A 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찾지 않고 번호를 바꾼 것을 두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에서 손현 씨는 “상식적으로 (휴대폰이 없어졌으면) 전화해서 찾아봐야 하는데 아들 휴대전화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전화한 적이 없다”면서 “다음날 (A 씨와) 만났을 때 공기계를 사서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고 했다. 하루도 못 참고 휴대폰 번호를 바꾼다는 것은 자신의 휴대폰을 찾을 일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A 씨의 변호사는 JTBC를 통해 “A 씨가 휴대폰을 잃어버리자마자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번호를 바꾼 게 아니라 연락을 위해 모친 명의로 임시 휴대폰을 개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정민 씨의 시신은 실종 위치 인근인 반포 수상택시 승강장 부근에서 발견됐지만 손 씨가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친구 A 씨의 아이폰 휴대폰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A 씨는 왜 변호사를 선임했나
손현 씨는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A 씨 역시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친구가 시신으로 발견돼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다. A 씨의 죽음과 관련된 경찰 조사에 참고인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지만 피의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손현 씨가 계속 A 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여기에 가짜뉴스까지 더해져 관련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과도한 의혹 제기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지만 A 씨와 그의 가족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애초에 손현 씨는 A 씨 부모가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손현 씨는 빈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친구(A 씨)가 자기 부모와 통화를 했던 3시 30분쯤 내게 연락을 했어도 정민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5시가 넘어도 나와 아내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데에 대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A 씨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의혹 제기는 점차 수위를 높여갔다. 여기에 A 씨 부모가 정민 씨 실종 당일 새벽 아들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손현 씨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더해졌다.
손현 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형사님 말씀이, 걔(A 씨) 핸드폰을 못 찾고 있으니까 내역 조회를 해서 받았는데 3시 30분쯤 자기 집에 전화를 한 기록이 있다는 거예요”라며 “바로 전화해서 따졌죠. 걔가 집에 전화한 내용을 왜 말 안 해줬냐고. (그랬더니) 미안하답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손 씨가 실종상태이던 상황에서 경찰의 1차 최면수사를 받았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2차 최면수사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변호사를 대동한다.
강남성모병원에 마련됐던 손정민 씨의 빈소에서 기자들을 만난 아버지 손현 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기가 불러서 나온 친구가 사라졌으면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하는데 변호사를 대동하고 왔다는 건 자기를 방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백한 사람이라면 변호사를 안 데리고 온다. 정상적인 친구라면 변호사를 데리고 올 필요가 없다”라며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거나 뭔가 실수나 문제가 있으니 이러는 것 아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