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지점·사망시점 ‘아리송’…실족 가능성 높지만 타살도 배제 못해, 유족 부검 결정
4월 24일 밤 11시쯤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친구를 만나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사라진 대학생 손정민 씨(22)가 실종 닷새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닷새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시신
4월 30일에도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는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손 씨의 외삼촌 등 가족들도 나와 있었다. 오후 1시께 119 소방구조선이 도착했다. 그리도 몇 시간 뒤 사체가 발견됐다. 3시 50분 무렵 수상택시 승강장 약 20m 앞으로 시신이 떠내려 오는 것을 민간구조사의 구조견이 발견했는데 옷차림새 등이 실종 당시 손 씨와 일치했다. 4시 반 무렵 인양된 시신의 신원은 손 씨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 씨가 어느 지점에서 한강에 빠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실종 장소, 다시 말해 새벽까지 친구와 술을 마신 장소는 바로 시신이 발견된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이다. 다만 그 부근은 수심이 30cm 정도라 실족해 물에 빠졌다 해도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한 깊이는 아니다. 게다가 실종된 지 5일이나 지났는데 한강 하류로 떠내려가지 않고 실종 장소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는 부분도 미스터리다.
경찰은 만조로 한강 흐름이 역류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수색 현장에 있던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손 씨 시신이 한강에 빠졌을 당시에는 만조로 역류하는 강의 흐름을 타고 한강 상류 쪽으로 흘러갔다가 만조가 지나 바닷물 수위가 낮아져 다시 떠내려와 실종지점 인근에서 발견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4월 30일 오후 3시 50분 무렵 수상택시 승강장 약 20m 앞으로 시신이 떠내려 오는 것을 민간구조사의 구조견이 발견했다. 실종된 지 5일이나 지났는데 시신은 어딘가로 떠내려가지 않고 실종 장소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물에 빠지기 전 생긴 상처로 보여”
그렇지만 정확한 사고지점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손 씨가 한강에 빠진 지점이 실종 현장 인근이 아닌 더 상류 지점일 수도 있다. 사고 지점만 특정되지 않은 게 아니다. 더 중요한 사망 시점도 명확하지 않다. 다시 말해 사망 추정시간과 실종 시점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종된 손 씨가 자의 내지는 타의로 한강 상류 지점으로 이동해 한참 뒤에 물에 빠졌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강 물에 빠져 익사한 것인지, 사망한 뒤 시신만 한강에 빠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정리하자면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시간에 불방의 방법으로 이뤄진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손 씨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실종된 장소는 반포 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이다. 그런데 그 부근은 수심이 30cm 정도라 실족해서 물에 빠졌다 해도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한 깊이는 아니다.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손 씨의 부친은 4월 30일 저녁 시신을 확인한 뒤 취재진에게 “6일 동안 물에 불어 (시신) 상태가 나쁠 줄 알았는데 깨끗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뒷머리 부분에 날카로운 것으로 베인 길고 깊은 상처가 2개 있었다고 한다. 한강에 빠져 사망한 뒤 어딘가 부딪쳐 생긴 상처일 수도 있지만 물에 빠지기 전에 생긴 상처일 수도 있다. 손 씨의 부친은 상처가 상당히 깨끗했다며 물속에 오래 있었으면 더러워졌어야 하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육안으로는 물에 빠지기 전에 생긴 상처처럼 보였다고 했다.
결국 손 씨 유가족은 부검을 결정했다. 뒷머리 부분의 상처 두 개가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인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불가피했다. 시신이 물에 많이 불어 있지 않았고 상처도 깨끗하게 보인 만큼 사망 추정시간도 중요하다. 실종됐을 당시 바로 사고 등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손 씨가 실종된 뒤 한동안 살아 있다가 사망한 것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실종 시점과 사망 추정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부검을 하면 폐의 상태를 통해 물에 빠지기 전에 이미 사망한 것인지, 아니면 물에 빠져 익사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은 왜 7시가 돼서야 전원이 꺼졌나
손 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부터 미스터리였던 부분은 바로 휴대폰이다. 손 씨 휴대폰은 갤럭시폰이며 친구 A 씨의 휴대폰은 아이폰인데 한강공원에서 홀로 귀가한 친구는 자신의 아이폰이 아닌 손 씨의 갤럭시폰을 갖고 있었다. 술에 취해 휴대폰이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손 씨가 친구 휴대폰을 갖고 있었을 터인데 그 아이폰 역시 손 씨와 함께 사라졌다.
손 씨 부모가 손 씨를 찾아 나선 25일 아침 6시 무렵에만 해도 아이폰은 켜져 있었다. 전화를 받지는 않았지만 신호는 갔었는데 결국 오전 7시쯤 전원이 꺼졌다.
손 씨 실종 추정 시간인 25일 새벽에 친구의 휴대폰을 들고 실족 등으로 한강에 빠졌다면 한강에 빠진 휴대폰도 비슷한 시간 전원이 꺼졌어야 한다. 이런 휴대폰을 둘러싼 의문으로 손 씨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리고 손 씨가 갖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친구 휴대폰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영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