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수록 오한 등 면역반응 심해, 이틀 정도 쉬어야…백신 부족상태 5월 셋째주 이후 ‘노쇼 백신’ 재개 예측
도쿄올림픽 참가 선수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월 말 지인이 보내온 카카오톡 메시지로 ‘노쇼 코로나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상황은 이랬다. 코로나 백신 중 아스트라제네카(AZ)의 경우 한 바이알(병)당 11명을 접종시킬 수 있다. 그런데 AZ의 경우 유통기한이 약 6시간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노쇼) 남는 AZ는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접종 병원 측에서는 대기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놓고 노쇼가 나타나면 이들에게 전화를 건다. 폐기 대신 당장 달려올 수 있는 이들에게 접종시키고 있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노쇼 백신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만 맞을 수 있다.
현재까지 이 과정은 주먹구구식이라고 볼 수 있다. 접종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면 먼저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코로나 백신 접종 병원을 알아봐야 한다. 백신 접종 병원은 서울 241곳, 전국 2000곳이다. 집 주변, 혹은 회사 주변 등의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접종 대기 리스트에 올릴 수 있을지 물어본다.
4월 말 접종 대상 병원 10여 곳에 전화한 결과 단 한 곳에서만 대기 리스트에 올려줬다. 나머지 병원들은 이미 대기자들이 많이 몰렸거나 대기 리스트를 운영하지 않거나 노쇼가 났을 때 전화한 사람에게 접종하는 등 상황이 각기 달랐다. 다만 만 30세 미만의 성인은 접종 대상이 아니어서 예약을 받아주지 않는다. 부작용 대비 예방효과 등 이익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접종 대기 리스트에 올려준 A 병원 측은 “이미 50명 이상이 대기 명단에 올라 있다. 접종까지는 1주일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노쇼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노쇼 비율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위탁의료기관 백신 접종 예약자의 미접종 비율은 0.68%다.
다만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은 곧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노쇼 백신을 희망자에게 배정해주는 스마트폰 앱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시작되는 5월 27일 전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리 앱을 내놓는데 이 안에 노쇼 백신 배정 기능도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국내는 백신이 부족해 백신 접종 자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백신 공급이 재개되는 5월 중순까지는 노쇼 백신도 맞기 어렵다. 노쇼 백신은 5월 셋째 주 이후 재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예정대로라면 이때는 코로나 앱을 통해 예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 전화해 노쇼 백신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약 1주일 지난 5월 4일 오전, 노쇼 백신을 소개해 준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지인은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백신을 맞으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당시 백신 접종 후 부작용 증세로 추정되는 뇌출혈 증상을 보인 경찰관의 얘기로 논란이 되고 있었다. 오후 3시쯤 기자에게도 연락이 왔다. “지금 당장 접종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자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접종 과정은 간단했다. 병원에 도착해 백신 접종 관련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가 차례가 오면 접종을 하게 된다. 주사 맞는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만 A 병원 의사는 “젊을수록 백신 접종 후 반응이 거셀 수 있다”면서 30대 초반인 기자가 백신 접종을 일찍 하는 이유를 묻기도 했다.
또한 의사는 “백신 접종 후 타이레놀을 사서 선제적으로 먹는 게 좋다”며 약국에서 구매해 갈 것을 조언해주기도 했다. 백신 접종에 따른 병원비는 따로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백신 접종 확인서와 함께 2차 접종을 하는 날이 적힌 종이를 건넸다. 2차 접종을 하는 날은 7월 20일이다.
집에서 대기하며 약 10시간이 지나도록 큰 이상을 느낄 수 없었다. 그때 노쇼 백신을 알려준 지인에게 메시지가 왔다. “백신 맞고 약 10시간 뒤 오한이 너무 심하게 왔다. 당신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오한 때문에 더운 날씨임에도 전기매트를 켜고 패딩까지 입고도 한기가 가라앉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접종확인서를 준다. 접종확인서에는 2차 접종 시기도 적혀 있다. 사진=김태현 기자
다행이라면 기자가 백신 접종을 한 시간은 오후 시간대였기 때문에 접종 후 약 10시간 뒤는 새벽이었다. 선제적으로 타이레놀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고 4~5시간 만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잠에서 깼다. 피곤한 상태로 소주 몇 병을 마시고 잠든 다음 날 정도의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몸도 독감에 걸린 듯 상태가 좋지 않았다. 타이레놀을 다시 두 알 더 먹었다.
접종 다음 날, 밤늦은 시간이 돼서야 조금씩 나아지는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몸 상태가 완벽하게 돌아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확실하게 나아졌다는 느낌이 든 건 백신을 접종하고 약 48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제야 몸 상태가 접종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면밀하게 살펴보면 미세한 피로감이나 두통은 남아 있었다. 이런 증상마저 대부분 사라진 시간은 접종 후 약 72시간이 지나면서였다.
백신 접종을 끝낸 30대에서 40대 초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접종하고 이틀 정도는 연차를 내는 게 좋다.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상 증세가 꽤 심하게 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쇼 백신을 맞은 30대 후반 남성 B 씨는 “타이레놀을 안 먹었다면 어느 정도 증상일지 예상이 안 될 정도로 아팠다”면서도 “다만 AZ의 경우 2차 접종은 1차 접종보다 훨씬 증상이 미약하다는 반응이 많아 한 고비 넘긴 것 같아 기분은 시원하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백신을 맞은 사람 대부분은 폐기될 접종분을 활용했다는 것과 백신 접종을 대략 끝냈다는 느낌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노쇼 백신을 맞은 30대 여행 관련 사업가 C 씨도 “백신을 맞으면 해외 입국 시 자가격리가 면제된다고 한다. 2차 접종까지 하면 해외 출장을 갔다 오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