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사장 등 이사들 법인등기부에 등재 ‘마지막 퍼즐 맞춰’ / 설립자 부부 상대 민사소송, 1심 8억 2,690만원 배상 판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사진) 제1민사부가 지난 5월 12일 은혜재단이 설립자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8억 2,69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은혜재단의 본격적인 정상경영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게 됐다.
[일요신문=양평] 사회복지법인 은혜재단(이사장 김종인)이 4년여만에 본격적인 정상경영 궤도에 오르게 됐다.
지난 4월 29일 김종인 이사장 등 7명의 이사진이 법인등기부에 등재된데 이어 5월 12일 설립자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8억 2,690만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으면서 은혜재단의 본격적인 정상경영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게 됐다.
2017년 1월, 전 이사장이었던 설립자 부부가 김종인 이사장 등 이사진 교체를 시도하면서 촉발되었던 은혜재단 사태는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혜재단은 2014년 8월 설립자 부부가 3억6천여만원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년2개월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으면서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당시 은혜재단은 설립자 부부가 맡고 있던 이사장과 시설장 등을 교체하면서 위기를 넘겼고, 이후 순조롭게 운영되던 재단은 2015년 10월 설립자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서부터 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설립자 겸 전 이사장 부부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경기도청 퇴직공무원 출신 산하시설 원장 등과 함께 당시 김종인 이사장 등 이사진 교체를 시도하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됐다.
김종인(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이사장, 나사렛대학교 교수) 이사장 측은 설립자 측과 결탁됐다고 의심되는 공무원들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업무방해 등 혐의로 2017년 5월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설립자 측이 선임한 이사진에 대해 ‘이사선임 무효확인의 소’와 ‘가처분신청’도 법원에 제기했다. 또한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이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에게 이 사건을 알리고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양평군의회 박현일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군 위법행정이 은혜재단 사태를 키웠다”며 ‘공무원 책임 회피’를 집중 추궁했다. 이혜원 의원 역시 “양평군의 임시이사 파견 절차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종인 이사장 등은 일개 재단 간사가 이사장 사표를 제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양평군이 뒤를 봐준 점을 결탁증거로 들었다. 문제가 발생한 당일 양평군청을 방문한 이사장과 이사 등에게 반환공문을 제출하면 즉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후 돌려주지 않았고, 반면에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는 재단 간사의 임시요청 공문은 수시로 보완을 해가면서 처리해 준 점 등이 명백한 결탁증거라는 것.
2018년 6월 7일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정동균 당시 양평군수 후보 유세장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후보가 지원유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은혜재단 종사자가 양평군청과 경기도청의 갑질행정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설립자 부부 장애인 돈 횡령과 사기, 업무상 횡령 등으로 2차례 구속과 집행유예 반복
설립자 아들 무고혐의로 징역 6개월 구속, 설립자 조카 협박혐의로 1심 벌금 100만원
이런 와중에 2017년 설립자 부부가 4억8천여만원 횡령 등 혐의로 또 다시 구속되었고, 설립자 아들 역시 2019년 1월 김종인 이사장을 무고한 혐의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설립자 아들은 앞서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하여 양평군청에 제출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었다. 재단 산하시설 원장을 지낸 설립자 조카 역시 산하시설 여직원을 협박한 혐의로 지난 4월 30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2월 경기도청 퇴직공무원 출신인 산하시설 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에 이어 대법원이 2019년 10월 31일 김종인 현 이사장의 승소를 최종 확정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던 은혜재단은 설립자 부부의 횡령금 등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양평군의 환수처분에 이어, 공사장카페 등 설립자의 재산 처분 의혹과 설립자 측 전임 이사들의 등기변경 비협조로 난항에 직면했으나, 지난 4월 29일자로 김종인 이사장과 7명의 이사들이 등기부에 등재되면서 은혜재단은 본격적으로 정상궤도로 되돌릴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있다.
설립자 부부 상대 민사소송 배상 판결…김종인 이사장 “임직원들 모두에게 감사”
산하 3개시설 ISO 9001 인증 취득, ISO 14001 인증 신청…재단 정상화 기대감 높여
은혜재단은 설립자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지난 5월 12일 오전 수원지법여주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8억 2,69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인 최초 미국 인간재활학 박사로 ‘한국의 재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종인 이사장은 승소하기까지 4년의 과정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에 감동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종인 이사장은 “4년이 넘도록 은혜재단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온 임직원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과 함께 장애인의 권익증진과 차별해소에 앞장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승소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은혜재단은 이처럼 엄중한 사태 속에서도 지난 2월 17일 산하시설 은혜의집이 여주준법지원센터와 지역사회 취약계층 복지증진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산하 3개시설에 대한 국제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인 ISO 9001을 취득했으며 국제환경경영시스템 국제규격인 ISO 14001 인증을 진행하고 있는 등 장애인 복지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어 재단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1990년 양평군 용문면 삼성리에 최초 설립한 은혜의집은 2000년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해 산하 3개시설 은혜의집과 지게의집, 순환보호작업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114명의 장애인과 73명의 시설종사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양평로타리클럽(43대 회장 이규철)이 은혜재단 산하 장애인시설인 은혜의집(원장 유선영)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ypsd1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