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시어머니 솜씨는 인근에서도 소문이 자자해서 매년 가을이면 무짠지를 여러 독 담고 김장도 이집 저집 줄 것 챙기느라 삼일을 꼬박 연례행사 치르듯 한다. 이 댁에 가면 1년 내내 묵은지가 터주대감 역할을 한다. 묵은지의 다양한 변주도 이 댁에서는 얼마든지 맛볼 수 있다.
묵은지 외에도 무짠지는 여름에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제격이다. 1년 내내 된장에 박혀있던 무를 꺼낸 후 마늘과 함께 들기름으로 볶아주면 무짠지무침이 완성된다.
고슬고슬한 밥에 무짠지무침 한 숟갈이면 그때 그 시절 추억의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이 댁의 씀바귀뿌리김치는 씀바귀가 흔하던 시절 보릿고개에 대한 추억도 함께 곰삭아간다.
정순점 여사의 묵은지는 이것 한가지만으로도 손이 절로 갈 정도로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어머니의 묵은지는 어느 댁이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했다. 무나 배추가 가장 흔할 때 만들어서 1년 내내 든든했던 묵은지의 미덕이 아직도 밥상 위에 오르는 정순점씨댁의 묵은지 밥상을 만난다.
전남 순천 오산마을에는 어머니가 사시던 오래된 옛집을 지키는 조유순 씨(63)가 있다. 집 근처에는 우물도 있어 마을 사람들이 물 길러왔다가 식사도 해결하는 일도 많았는데 조유순 씨의 친정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마을 사람들이 다 알아줄 정도로 소문이 자자했다.
어렸을 때부터 솜씨 좋은 친정어머니의 수십여 가지의 김치를 맛본 덕분에 지금도 조유순 씨의 손길을 거치면 상추 꽃대도 김치가 되고 가지도 그럴듯한 김치로 재탄생을 한다. 그녀에게 김치라는 커다란 선물을 준 친정어머니의 추억과 함께 김치 나들이를 떠난다.
친정어머니를 닮아서 음식 대접하는 걸 좋아하는 조유순 씨는 색다른 김치를 선보였다. 상추꽃 피기 전에 올라오는 꽃대를 가지고 김치를 담근다. 옛 방식대로 확독에 고추를 갈아 시간과 정성을 가득 담아 양념을 만들고 어머니가 해줬던 그대로 조물조물 상추에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상추꽃대김치가 완성된다.
이 김치를 먹으면 마을 사람들이 일가친척처럼 더불어 살았던 그 옛날의 추억도 떠오른다. 이 집에서는 5년이나 묵은 갓김치와 묵은지도 맛볼 수 있다. 이 묵은 갓김치로 생선의 비린내도 깊은 풍미로 재탄생시키는 갓김치고등어조림. 묵은지의 깊은 맛은 선조들의 지혜로 완성된 깊은 맛이 아닐까.
한편 이날 방송에는 경남 진주 승산마을 김해 허씨 집안의 내림음식과 대구알김치, 돔장 등을 소개했으며 전남 영광 설도항도 찾는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