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당대표가 ‘김종인 모셔오면’ 또 막혀…당내에서 대선 승부수 띄울 마지막 기회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복당할 것을 밝히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홍준표 의원은 20여 년 전 신한국당에 입당한 이래 당적을 옮긴 적도, 당을 떠난 적도 없다. 이에 본인이 보수야당의 적장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재도 당 밖에 나와 있지만, 국민의힘은 언젠가는 들어갈 자신의 ‘친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하에서는 복당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상황에 따라 당을 옮겨 다닌 인물인데, 그런 사람 밑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복당 의사를 밝히거나 입당원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국민의힘이 모시러 오면 당당히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홍준표 의원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이렇게 말했다.
홍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에 대해 서두를 필요 없이, 당의 요청이 들어오면 서류접수·심사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당원서에 형식적으로 사인 한번 하고 금의환향하는 구상을 내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꼿꼿한 입장을 견지하던 홍준표 의원 태도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먼저 나서 복당의사를 밝힌 것. 홍준표 의원은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밖에서 머문 지난 1년 동안은 내 정치역정과 부족함을 되돌아보는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됐다. 이제 나는 당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자로 국민의힘 복당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정당의 가입과 탈퇴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헌법상의 민주정당 제도”라며 “당헌 당규가 정한 절차에 따라 복당 신청서를 쓰고 심사를 받는 복당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홍준표 의원 측은 국민의힘 서울시당에 입당 신청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의원 복당 절차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서 내홍이 일고 있다. 낡은 이미지를 벗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과거의 ‘강경보수’로 다시 회귀해서는 안 된다”며 홍 의원 복당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 의원은 당내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반대로 과거 ‘막말’ 논란과 강성보수 이미지가 남아 비호감도 역시 높다.
특히 초선으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웅 의원은 홍준표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 “당원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홍 의원은 “막무가내로 나이만 앞세워 정계입문 1년밖에 안 되는 분이 당대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라며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든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꽃은 시들기 위해 피는 것이고, 찰나의 미학이 없는 정치는 조화와 같다. 시든 꽃잎에는 열매가 맺지만 시들지 않는 조화에는 오직 먼지만 쌓인다”며 “저는 매화처럼 살겠다. (홍준표) 의원님은 시들지 않는 조화로 사시라”고 응수했다.
홍 의원이 다시 “철부지가 세상 모르고 날뛰면 설득해 보고 안 되면 꾸짖는 것이 어른의 도리”라며 “염량세태(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해 좇고 권세가 떨어지면 푸대접한다)가 되다 보니 선후배도 없고 위아래도 없는 막가는 정치가 되어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다시 “제가 세게 이야기하는 것을 누구에게 배웠겠나”라며 “선배님의 말 한마디가 우리 당의 이미지를 폭락시켰던 경험이 너무나도 생생하다”고 맞받았다.
이러한 설전에 대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홍준표 의원은 당대표에 대선후보까지 하셨다. 그런 분이 초선 의원과 공개된 공간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잡음을 내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과거에도 동료 의원들과 상의 없이 혼자 결단하는 독불장군 같은 면은 있었다. 탈당을 하고 정치적 감각이 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5월 12일 의총에서 김웅 의원을 중심으로 초선 10여 명이 홍준표 의원 복당 반대 의결을 준비했다고 한다”며 “결국 무산됐지만, 홍 의원이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귀띔했다.
5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의원이 이 시점에 분란을 일으키면서까지 복당을 시도하고 있는 노림수 분석에 한창이다. 김웅 의원을 제외한 당권에 도전하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조경태 홍문표 조해진 윤영석 의원 등 중진 후보들은 홍준표 의원의 복당에 찬성 의견을 표했다.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복당에 긍정적 입장이다.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홍 의원 복당에 찬성하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그때 복당 의사를 밝혀도 됐지 않느냐는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홍준표 의원 측에서 차기 당대표로 김웅 의원 등 초선 및 청년 인사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해 미리 복당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5월 8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당대표 지지도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15.9%로 1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3.1%로 2위를 기록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 7.5%, 김웅 의원 6.1%, 홍문표 의원 5.5%, 조경태 의원 2.5%, 권영세 의원 2.2%, 윤영석·조해진 의원 2.1%로 그 뒤를 이었다(자세한 사항은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나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후보들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만큼 당권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당대표 경선 룰 개정을 통해 현재 30%인 여론조사 비중이 높아질 경우 예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김웅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당대표에 선출되면 차기 대선 과정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다시 모셔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실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오거나, 장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홍준표 의원 복당은 또 다시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전당대회 전에 복당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오히려 홍 의원이 김 의원을 띄워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한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초선의 김웅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 홍준표 의원과 설전을 벌이면서 김 의원만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히려 홍 의원이 싸우면서 김 의원을 띄워주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홍 의원이 차기 대선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는 홍준표 의원이 튕겨도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 여유가 많지 않다. 차기 대선에서 후보가 되든 조력자를 하든, 역할을 하려면 당에 들어와 승부를 봐야 한다. 시간이 점점 갈수록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당권 후보로 나선 중진 의원들이 홍 의원의 복당을 찬성하지만, 당대표가 되면 또 어떤 입장으로 바뀔지 알 수 없다. 홍준표 의원 입장에서는 당에 들어가는 게 목표지, 시점은 문제가 아니다. 차기 당권을 둔 혼란과 경쟁을 틈타 복당을 추진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의원 측은 적당한 시점이 됐기 때문에 복당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홍준표 의원 측 관계자는 “때가 됐다 싶어서 복당 의사를 밝힌 것뿐이다.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당원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하니까 입당원서를 내고 빨리 당의 심사를 받겠다는 것이다. 심사해서 문제가 되면 보류, 기각하면 된다. 공은 당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