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기 힘든 말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감히’ 청와대가 한 일에 여당이 ‘토씨’를 달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초선을 중심으로 청와대의 행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레임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
공무원들이 정권 차원 관심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객관적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이뿐 아니다. 공무원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받은 법률 검토 결과까지 보고서에 첨부하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찬동하는 취지의 발언을 할 경우 직무상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다”고 적시했다.
다른 정권이 등장했을 때를 대비하는 전형적인 준비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른 정권’이란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과거의 사례를 보면, 특정 정당이 정권을 재창출한다 하더라도 과거 정권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들춰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든 아니면 야권이 정권을 가져가든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과거 정권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항시 존재한다.
정부 조직이 새로운 정권을 대비한다는 것은 레임덕이 이미 노골화됐다는 것이고, 이제는 레임덕의 증상이 여당에서도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당은 공무원 조직보다는 이런 레임덕에 늦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직 대통령이 버티고 있고, 그를 중심으로 한 이들이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어 다른 조직보다 레임덕 현상이 늦게 표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이제 여당 내에서도 이런 조짐이 나타난다는 것은, 레임덕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 주목할 측면은, 초선들이 총대를 메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민주당 초선만 목소리가 커진 게 아니다. 국민의힘 초선들의 목소리는 민주당 초선들보다 더 크다. 지금 진행 중인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젊은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들은 당내 중진들과의 설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듯 여야 초선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우리나라 정당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를 두고 감히 정치 선배들에게 대든다는 식으로 반응하면 그게 바로 ‘꼰대 정당’의 ‘꼰대 정치인’이다. 정당 구조의 개혁을 바라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현상을 오히려 칭찬하고 북돋아줘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정당 구조가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 초선들이 당론이라는 이름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말고, 헌법기관으로서 자신의 판단대로 행동해 줬으면 한다. 이번에 민주당은 또 다시 독단적으로 총리를 인준하고 인사 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럴 경우 민주당 초선들은 거대 여당의 독단적 행태에도 분연히 반대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국회의 합의제적 운영과 대의민주주의 본연의 원칙으로 복귀하기 위해 여당 초선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여당이 독주하는 ‘대의민주주의 실종 상태’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안겨준다. 기존 정치에 때가 덜 묻은 초선들이 역할을 해 줘야 하는 이유다. 어쨌든 여야 초선들의 유쾌한 반란이 모처럼 정치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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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