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자존심’ 건 서바이벌 승부에 열광…여성 시청자들 ‘픽’ 비연예인 출연진도 한몫
3월 23일부터 방영된 채널A ‘강철부대’는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손에 쥐었다. 사진=채널A 제공
연예인과 비연예인을 포함한 대한민국 정예 특수부대원들의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XTM에서 방영한 ‘국가가 부른다’와 포맷이 유사하다. 그러나 ‘강철부대’는 개인이 아닌 팀별로 공동의 승리를 이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삼았다. 특전사, 해병대 수색대, 제707특수임무단, UDT(해군특수전전단), SDT(군사경찰특임대), SSU(해난구조전대)의 각 4명씩 총 24명이 부대의 명예를 걸고 전우들과 함께 극한의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이 유독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연예인 출연진의 ‘스타성’도 ‘강철부대’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UDT의 육준서·김상욱, 707의 이진봉 등이 방송 초기부터 주목받았으며 이들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유입에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이 그랬듯 저마다의 ‘픽(Pick)’을 두고 방송을 소비하는 층이 늘어나면서 화제성과 시청률이 모두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작진도 놀랐다고 짚었다. ‘강철부대’ 이원웅 PD는 “‘강철부대’를 제작함에 있어서 가장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던 부분이 ‘출연자 섭외 과정’이었는데 별도의 입단 테스트 없이 기본적인 체력 상태, 출신 특수부대에 대한 자부심, 개인적인 사연과 매력 등을 중요하게 봤다”며 “섭외 단계서부터 몇몇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이 좋아하시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보내주실 줄은 몰랐다. 본인들도 반은 얼떨떨한 상태고 반은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철부대’를 비롯한 밀리터리 방송은 ‘불패 콘텐츠’로도 꼽힌다. 현재 군복무 중이거나 입대를 앞둔 젊은 남성들은 물론이고, 군복무 시절을 추억하는 중장년 남성 시청자들을 기본 고정 시청 층으로 잡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예능에 비해 시청률을 유지하기 쉽기 때문이다.
중장년 세대에게 밀리터리 콘텐츠로 가장 기억에 깊이 남았을 MBC ‘우정의 무대’(1989~1997)와 KBS ‘TV 내무반 신고합니다’(1998~2003) 등은 방영 내내 꺼지지 않는 화제성과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해 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밀리터리 콘텐츠는 단순히 군부대를 방문해 위문공연을 하거나 연예인 또는 비연예인들의 군 시절 추억 이야기를 되새기는 식의 단순한 포맷을 유지하고 있었다.
2016년 ‘진짜 사나이’ 종영 후 이렇다 할 후속 군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던 중 2020년 혜성처럼 등장한 ‘가짜 사나이’는 전 방송사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사진=유튜브 ‘피지컬 캘러리’ 캡처
이후 2013년 MBC 일밤의 ‘리얼입대 프로젝트 진짜 사나이’가 주목받으면서 밀리터리 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단순히 군 내부의 일상을 3인칭으로 방송하던 기존 포맷을 벗고 연예인들이 직접 군부대에서 현역 장병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있었으나 종영까지 방송 내내 시청률 두 자릿수를 유지한 것도 이러한 호응도를 뒷받침한다.
2016년 11월 ‘진짜 사나이’의 종영 이후 이렇다 할 후발 주자가 나오지 않던 중, 지난해 유튜브 웹 예능 ‘가짜 사나이’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민간 군사전략컨설팅회사 무사트(MUSAT)와 운동 및 체형교정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가 손잡고 선보인 ‘가짜 사나이’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해군특수전전단 훈련 과정을 경험한다는, 바탕은 다소 단순했지만 유사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었던 현실감과 자극성으로 유튜브 세대를 사로잡았다. 다만 ‘가짜 사나이’의 경우 방송 이후 불거진 교관 역 이근 대위의 각종 논란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 직후에는 특전사 중사 출신 박은하가 여성 출연진에게 생존기술을 교육한다는 tvN ‘나는 살아있다’가 새로운 밀리터리 콘텐츠로 등장하며 초반에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가짜 사나이’와 유사한 포맷의 아류작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1~2%의 시청률을 기록한 채 종영했다.
‘가짜 사나이’는 일반인 출연진의 문제가, ‘나는 살아있다’는 포맷 유사성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잠시 주춤하던 밀리터리 콘텐츠에 다시 날개를 단 것이 채널A의 ‘강철부대’다. ‘강철부대’ 역시 출연진 가운데 707특수임무단 중사 박수민이 각종 논란으로 하차하며 위기를 겪긴 했으나 제작진의 즉각적인 대처로 시청자들의 큰 반감 없이 남은 방송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방송가에서는 ‘강철부대’의 인기 요인을 두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서바이벌 포맷에 스타성을 갖춘 출연진들을 적재적소에 넣었기 때문”이라고 짚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돌부터 트롯까지 다양한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가운데 ‘부대의 자존심’을 건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이라는 점에서 콘텐츠의 신선함을 선점했고, 여기에 스타성을 가진 비연예인 출연진의 서사가 시청자들을 응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능프로그램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특수부대라는 특수성과 그에 대한 경외감이나 호기심이 먼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고, 부대의 자존심을 걸고 팀별 서바이벌 매치를 한다는 점에서 저마다의 ‘픽’을 가진 대중들을 고정 시청자 층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사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출연진들이 상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상태에서 대결을 벌인다는 것도 기존 밀리터리 콘텐츠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과의 차별점”이라며 “지나치게 가학적인 설정도 없는 상황에서 저마다 서사가 있는 비연예인 출연진들의 활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여성 시청자 층에게도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