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예드-풍산개 잡종에 물려 50대 여성 숨져…전문가 “뒤돌아 도망치면 공격본능 자극, 위험”
#등 보인 피해자 뒷목 공격
사고는 지인의 공장 인근에서 발생했다. 공장 뒤에는 지인의 텃밭이 있고, 공장 앞으로는 산 쪽으로 샛길이 나있다. 오후 3시 25분쯤 최초 목격자가 공장 입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A 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최초 목격자는 A 씨 목 뒷부분에 출혈이 있었고 샛길 끝 쪽에 개 한 마리가 서 있었다고 말했다. 최초 목격자와 A 씨의 지인이 구급차 도착 전까지 119신고센터의 지시에 따라 지혈을 했지만 A 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한 시간여 만에 숨졌다. 남양주소방서 관계자는 “구급대원 도착 당시 맥박과 의식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심폐 소생술을 시행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A 씨를 습격한 개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 인근에서 오후 4시쯤 포획됐다. 출동한 구조대가 주변을 배회하던 개의 몸에 혈흔이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장 입구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에 5월 22일 오후 2시 37분쯤 개가 산책하던 A 씨 뒤로 빠르게 달려가 습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 속에서 개는 길 아래쪽으로 급히 뛰어내려온 A 씨를 쫓아와 뒷목을 물었다. A 씨가 넘어진 뒤에도 3분 넘게 놓지 않다가 인근 야산으로 달아났다. CCTV가 샛길 아래쪽을 비추고 있어, 개가 A 씨를 처음 공격하는 순간은 영상에 담기지 않았다. 경찰은 A 씨 팔에 개에 물린 상처가 있는 것을 토대로 팔을 먼저 물린 후 피하려다가 뒷목을 물렸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이후 A 씨는 공장 건물 쪽으로 약 20m 이동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에서 종종 목격 유기견 추정
포획된 개는 사모예드와 풍산개의 잡종견이라는 전문가 소견이 나왔다. 목줄이 채워진 흔적이 있어 유기견으로 추정된다. 나이는 5세 미만, 몸길이 150cm에 무게 25kg 정도로 비슷한 체격의 다른 개에 비해 마른 상태였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인근 불법 개 사육장에서 탈출한 개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사육장 주인은 자신이 키우던 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경찰은 사육장 상태와 사육방식, 주변 탐문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사육장 주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주시로부터 이 개를 인수 받은 시청 소속 유기견보호소 관계자도 “어릴 때 목줄을 한 채로 유기된 개들은 몸집이 커지면서 목이 조인 흔적이 있는데 이 개도 그렇다”며 “오랫동안 야산 등지에서 유기견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한두 달 전부터 이 개가 종종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인 적은 없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몸집이 커 성인 남성에게도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경찰, 견주 찾기 총력
경찰은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견주 찾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오랜 기간 야생에서 생활해 견주와의 접점을 찾기 어려워서다. 경찰은 등산로 일대에서 대형견을 자주 목격했다는 주민 증언과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행법상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반려견에 의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와 맹견을 유기한 경우 소유자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힌 개는 통상적으로 안락사 되지만 경찰은 견주를 찾기 전까지 개를 안락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견주를 찾아 사건 경위와 책임 소지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어떤 법령을 적용할 것인지 다각도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유족도 “어떻게든 견주에 대한 증거를 찾아야 하니 주인을 찾을 때까지는 안락사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일반적으로 개의 성격은 환경에 의해 지배된다. 야생에서 살면 생존본능만 커져서 사람들에 대한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사람이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오인해서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 소홀 등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해 견주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격성을 보이는 개에게는 작은 행동도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배덕곤 119구조구급국 국장은 “개를 만났을 때 뒤돌아서 도망가면 개의 공격 본능을 자극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서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맹견 등 큰 개가 달려들 경우 최대한 머리와 목을 보호하고 만약 물렸다면 개의 급소를 공격해 빠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