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키 유이 잡음 한번 낸 적 없는 국민 여배우…“일할 의욕 사라져” ‘각키로스’ 호소 특별휴가 신청도
#온통 ‘축하 모드’ 일색인 이유
“이번에 결혼하게 되어 보고 드립니다. 미숙한 두 사람이지만 따뜻하게 지켜봐주세요.” 지난 5월 19일, 일본 주요 매체들이 “아라가키 유이와 호시노 겐이 결혼을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깜짝 소식에 대중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인터넷상에는 “역대급 커플이 탄생했다”며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들로 가득 찼다.
보통 유명인끼리의 결혼 발표에는 “누가 더 아깝다” “어차피 헤어지겠지” 등 부정적인 반응이나 “왜 하필 지금?” “이 시국에 결혼 발표라니” 등과 같은 비판이 곧잘 섞여 올라오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축하 모드 일색이다. 악플이나 찬물을 끼얹는 반응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에서는 그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다.
일본 매체 ‘동양경제온라인’은 “축복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단순히 두 사람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고 전했다. 매체는 “둘 다 언행에 진중한 성격으로 일에는 열심인 반면, 사생활은 수수하다는 점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밝혔다. 호시노는 이전부터 아티스트, 배우, 문필가로서 진지하게 작품과 마주하는 타입으로 알려졌다. 아라가키 또한 2001년 데뷔한 이래 별다른 잡음 없이 ‘국민 여배우’로 칭송받아왔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며 느긋하게 보내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한다.
사전에 열애설이 새어나오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일례로 주간지에 ‘핑크빛 열애 중’ ‘결혼 임박’ ‘파국 위기’ 같은 가십 기사가 실린 적이 없고, 본인들 또한 예능이나 SNS에서 티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들 입장에서는 선입관이나 억측 없이 순수하게 축복하기 쉬웠다”는 분석이다.
물론 두 사람이 만난 드라마 ‘니게하지’의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해당 드라마는 2016년 일본을 강타한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힌다. TBS 화요드라마 최초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사회현상이라고 할 만큼 큰 화제가 됐었다. 극중에서 두 사람은 취업난을 겪는 여성과 35년간 모태솔로로 살아온 ‘초식남(초식동물처럼 온순한 남성)’으로 등장, 계약 결혼을 통해 진짜 부부가 되어가는 모습을 연기했다. 드라마처럼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사랑이 싹텄을 거라는 그림이 절로 그려지기에 축복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일. “니게하지 같은 행복한 결혼생활이길 바란다”는 응원 글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 나의 여신님’ 각키로스 주의보
대중들 사이에서 축복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한편,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나의 각키’ ‘#각키로스’라는 해시태그가 순위에 진입하기도 했다. 아라가키는 일본에서 ‘각키’라는 애칭으로 유명하다. 열렬한 남성팬들 가운데는 각키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아 “아무 의욕이 없다” “경사로운 일인데 탈진감이 장난 아니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결혼 소식 이후 상실감을 느낀다는 의미에서 ‘로스(loss·상실)’를 붙여 ‘각키로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심지어 “각키로스로 인해 특별휴가를 정한 회사도 있다”고 한다. IT 기업 ‘아쿠시아’의 요네무라 스스무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요네무라 사장은 “각키의 오래된 팬으로서 결혼 소식을 듣고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각키 팬인 사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휴가를 실시한다”고 트위터에 밝혀 화제가 됐다. 아베마TV가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휴가를 쓴 사원이 있는가”를 묻자 요네무라 사장은 “몇몇이 휴가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발신하고 있는 의사, 미네 소타로 씨도 평소 ‘열혈 각키 팬’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각키로스로 인해 메일 답신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업무메일에 ‘각키(눈물)’라고 쓰여 있더라도 그것은 단순 실수예요. 양해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겨 관심을 모았다.
좋아하는 연예인과 결혼을 진지하게 열망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터. 그런데도 왜 결혼 소식이 들리면 상실감에 빠지는 걸까. 니가타세이료대학의 우스이 마후미 교수(사회심리학)는 “유명인을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친구나 가족처럼 친밀한 존재로 느껴지게 된다. 꼭 자신과의 연애를 꿈꾸지 않더라도 이상적인 연애 대상으로 자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치 당첨되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한번쯤 복권 당첨 꿈꾸는 기분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우스이 교수는 “오래된 팬이라면 더욱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한 감정을 맛볼 수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응원하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으면 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8살 나이차 결혼, 현실 가능성은?
아라가키와 호시노의 8살 나이차도 화제다. 지난 4월에는 개그맨 아리요시 히로이키(46)가 10살 연하의 아나운서 나쓰메 미쿠(36)와 결혼에 골인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관련 뉴스를 보고, 은연중에 ‘젊은 여성과의 결혼’을 꿈꾸는 중년 남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최근 일본 지자체의 결혼지원센터나 결혼상담소 등에는 40대 중후반 남성들의 맞선 문의가 늘어났다”고 한다.
나이 차가 있는 결혼은 통계적으로 흔하지 않기 때문에 뉴스에서 크게 다루는 면도 없진 않다. 이에 대해,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아마노 가나코 연구원은 ‘2019년 혼인 통계’를 바탕으로 ‘8살 나이차 결혼이 현실에서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를 설명했다.
예컨대 2019년 결혼한 초혼 커플은 총 33만 9418쌍이었다. 그중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 것은 20대 남성의 결혼으로 52.6%였다. 초혼 부부의 절반 이상이 20대 남편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어 30대 남성의 결혼 비율이 37.7%였다. 참고로 일본인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1.1세, 여성은 29.4세다.
아마노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30세가 지나서 결혼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20대 남성이 초혼 결혼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다수파”라고 전했다.
호시노와 동년배인 40대 초반 남성의 결혼 수는 1만 9040건으로 전체의 5.6%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30대 초반 여성과 결혼한 케이스는 4596건으로 1.4%에 불과했다. 아마노 연구원은 “일본에서 40세 남성과 32세 여성의 결혼은 매우 드문 조합으로, 인기 배우이자 아티스트인 호시노 겐이기 때문에 가능한 나이 차 결혼”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