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싱글 여부보다 ‘분산형 관계’ 맺기 능력에 달려…혼자여서 느끼는 자유에 만족감 큰 경우 많아
이에 대해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과연 그럴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소개한 ‘포쿠스’는 ‘혼자’인 것과 ‘외로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도 말했다. 오히려 ‘자유’를 누리기 때문에 이점이 더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에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혼자라는 것’의 의미를 살펴봤다.
“독신은 매우 현대적인 특권이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캐서린 그레이는 최근 출간된 자서전 ‘싱글이라는 뜻밖의 즐거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책에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후 어떻게 사랑을 갈망하게 됐는지, 그리고 완벽남을 찾을 수 있게 됐는지를 소개한 그레이는 그렇게 되기까지 1년 동안은 철저하게 데이트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1년 동안 싱글로 지내면서 ‘혼자’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레이는 만일 혼자이기를 결심했다면 먼저 롤모델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가령 할리우드 배우인 다이앤 키튼이나 엠마 왓슨 같은 경우다. 키튼은 35년 동안 남자를 사귀지 않고 싱글로 지냈지만, 그럼에도 생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늘 혈기왕성했다. 왓슨의 경우에는 스스로 ‘나는 나 자신과 사귀고 있다’고 말하면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자신과 사귀게 되면서 고전적인 연애에 대해서는 흥미가 떨어졌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의도했든 아니든 혼자인 사람들에게 이번 코로나 대유행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정말 코로나는 혼자인 사람들에게 더 잔인할까. 이에 대해 ‘포쿠스’는 “코로나 위기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삶의 방식을 가늠하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자르브뤼커의 사회학자인 스테판 바스는 “싱글이라고 해서 코로나로 더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전에 분산형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사람들이 외로움을 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에 대해 바스는 여자들의 경우 남자들보다 다양한 생활영역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여자들은 재미와 필요에 의해서 다방면에서 쉽게 관계를 맺는다. 이를테면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 연극을 좋아하는 친구, 러닝을 좋아하는 친구,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친구 등 여러 부류의 친구들과 소통한다. 이런 친구들을 가리켜서 미국인들은 ‘프렌즈 위드 베네핏(도움이 되는 친구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혼자이기를 결심했다면 먼저 롤모델을 찾아보라. 할리우드 배우인 다이앤 키튼은 35년 동안 남자를 사귀지 않고 싱글로 지냈지만, 그럼에도 늘 생기가 넘치고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AFP/연합뉴스
이에 반해 남자들은 종종 이런 유형의 관계 맺기를 더 힘들어한다. 30대까지는 자아 실현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혼자여도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지 않고, 또 스스로도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40, 50대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자들은 이 연령대가 되면 혼자인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혼을 하거나 미혼인 경우에는 혼자라는 사실을 더욱 더 힘들어 한다. 이렇게 혼자가 된 경우에는 가능한 빨리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60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보통 이 연령대에서도 혼자 잘 지내는 쪽은 여자들이다. 60대에 혼자가 된 여자들은 세련된 미망인이거나 행복한 이혼녀들이며, 빨래나 주말 장보기 등 가족을 돌보는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활을 즐긴다. 또한 자녀·손주들과 정서적으로 안정된 접점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수시로 교류한다.
뮌헨의 심리학자인 카타리나 오하나는 코로나 시대를 가리켜 “우리가 늘 겪어왔던 위기들에 대한 리트머스 검사지”라고 표현했다. 즉, 항상 강박적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에게는 코로나 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힘들게 다가오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코로나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코로나 시대를 혼자 버텨내야 한다면 실패한 인생인 걸까. 이에 대해 오하나는 사람마다 성욕이 다르듯이 혼자라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캐서린 그레이는 자서전 ‘싱글이라는 뜻밖의 즐거움’에서 “독신은 매우 현대적인 특권”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정원처럼 가꿔야 한다.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거름을 줘야 한다.”
‘포쿠스’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혼자여서 좋은 점에 대해서 저녁 시간이 되면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끝없이 이어지는 줌 회의 와중 식구를 위해 밥을 차릴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꼽았다. 또한 집에서도 누군가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책을 집필하는 데 집중할 수도 있다. 심지어 몇 주 동안 미용실을 가지 않아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만약 스킨십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반려견을 쓰다듬거나, 아니면 자택 격리가 끝난 후 마사지를 받으러 갈 수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원할 때마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며, 몇 시간 동안 인스타그램, 틱톡 또는 다른 SNS에 몰두할 수도 있다. 배우자의 부탁을 들어주거나 자녀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애쓸 필요도 물론 없다.
다만 혼자서도 얼마나 균형잡힌 생활을 하느냐는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와 친구, 부모, 형제자매와 함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포쿠스’는 말했다.
때로는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해 먼저 혼자가 돼보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브레멘대학의 심리학자인 소니아 립케는 “둘일 때를 더 잘 이해하려면 먼저 혼자 외로워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