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제도 논란 이어 이번엔 선별 포상 구설수…“경영진 대외 이미지 챙기기 급급” 내부 비판론
최근 카카오가 일부 직원들에게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호텔 숙박권을 제공한다는 소식이 퍼지며 카카오 안팎으로 ‘선별 포상’ 논란이 일었다. 고성과자에게만 포상을 지급해 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호텔 포상’이 과중한 업무로 휴식이 필요한 직원들에게 재충전하라는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일 뿐 고성과자들에게 선별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호텔 포상으로 인한 직원 차별 논란이 직원들의 오해가 빚어낸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 내부에서 인사평가와 보상 제도에 불만이 연이어 터져 나왔던 만큼 카카오가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 그간 복지와 인사평가 시스템에 직원들의 불신이 만연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2월 한 카카오 직원이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직장 내 왕따를 처음 경험하게 해준 당신들을 지옥에서도 용서할 수 없다”, “내 죽음을 계기로 회사 안의 왕따 문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카카오 인사평가 제도로 회사 내부에서 왕따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카카오 동료평가에는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고 싶나요?’ 등의 질문 항목이 있었는데, 이 같은 인사평가 제도에 대해 ‘잔인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인사시스템 외에 직원 성과 보상 체계와 근로 환경 등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곤 했다. 코로나19 비대면 특수로 카카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58억 원으로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음에도 성과급 등 보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토로도 나왔다. 최근에는 직원이 법정 근로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초과했다는 청원에 따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도 받게 됐다.
카카오의 다소 아쉬운 인사‧복지 제도는 타사 대비 비교적 짧은 역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IT(정보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최근 10년 사이에 급성장한 회사이다 보니 수십 년에 걸쳐 체계를 완성한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 미흡하다”며 “최근 카카오 내 여러 사업부가 IPO(기업공개·상장)를 목적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이뤄야 하다 보니 고성과자들 보상을 우선으로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 이미지를 떠올리는 만큼 내부의 아쉬운 인사‧복지 시스템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1월 4년제 대학 졸업 취업준비생 1305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취업 목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카카오(15.4%)가 삼성전자(12.1%)와 현대자동차(10.3%), 네이버(9.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갖춘 곳’을 기준으로 꼽는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의 자문을 담당하는 김민아 노무사(법무법인 도담)는 “여러 IT 기업 가운데 카카오의 문제가 두드러지는 것은 그만큼 카카오라는 기업에 대한 대내외적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라며 “카카오가 대기업인 만큼 인사·노무관리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와 김범수 의장이 사회적 역할에 기여하는 이미지 역시 불만이 가득한 내부 분위기와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말도 나온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블라인드에서 “경영진은 대외적인 이미지 챙기기에 급급하고 내부 직원들을 위해 소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른 직원은 “창업자는 회사보다 자기 입신양명에만 관심이 있다. 조만간 정치에 입문하실 듯”이라고 했다.
최근 김범수 의장은 기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3월에는 부호들의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에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공식 서약했다. 김범수 의장은 4월 자신과 자신의 투자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 중 일부를 매각했다. 그가 매각한 주식은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IT업계를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카카오는 홍보 기능이 굉장히 잘 갖춰진 곳이다. 젊은 감각을 가진 경영진과 마케팅 전문가들이 포진해서 기업 이미지 관리에 능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직원 배려나 노동 조건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외부 이미지 개선과 사회공헌에 힘을 쏟는 만큼 인사평가와 조직문화에 대한 내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민아 노무사는 “카카오와 같은 기업들은 동료평가 제도를 ‘평가 결과’보다는 ‘목표‧개선’ 방향으로 피드백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료 간 협력적 관계와 조직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당초 이 같은 평가를 도입한 것의 취지가 무엇인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 측은 문제가 됐던 인사평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길TF(태스크포스)’를 신설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주 52시간 추가 근로’ 논란에 대해서도 2018년부터 완전선택적근로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이 스스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설정해 근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