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장’ 막으려 112 허위 신고·삼성으로부터 수고비 1000만 원 받아 “죄질 무겁다”
27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는 부정처사후수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하 아무개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양산경찰서 정보계장이었던 김 아무개 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권한을 남용하거나 직위를 이용해 삼성전자서비스 측의 편향된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직무권한을 행사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뇌물수수를 목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 점 등 유리한 정상도 함께 고려했다"며 1심 형량을 유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이었던 염 씨는 지난 2014년 5월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염 씨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설립해 사측에 교섭체결을 요구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염 씨의 사망으로 대규모 노조 집회가 촉발될 것을 우려한 삼성 측은 이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시신 탈취 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씨와 김 씨는 이 과정에 개입해 그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1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염 씨의 부친을 설득하는 한편, 시신을 빼돌리기 위해 허위로 112 신고를 해 관할 경찰서가 장례식장에 경찰들을 투입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당직 경찰에게 수사상 필요하다는 취지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다만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는 구체적인 증명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며 항소심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