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인식 변화·달러 가치 하락·디파이 활용’ 2018 폭락장과 달라…“조정 후 우상향 전망”
최근 크립토(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투자자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비트코인 시세가 최근 약 한 달 사이 50% 정도 폭락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대장으로 취급되는 비트코인이 4월 14일 6만 4802달러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을 시작했다. 5월 19일 3만 달러 초반까지 폭락하다 회복세를 보여 5월 23일 비트코인 가격은 3만 9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50% 가까이 폭락했다가 소폭 회복했지만 다른 암호화폐 낙차는 훨씬 심한 것들이 많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지속해서 트위터에 언급해 유명해진 도지코인은 국내 거래소 업비트 기준 약 900원을 기록했다가 300원까지 폭락했고 현재 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순식간에 50% 가까이 폭락하면서 큰 시세차익을 얻고 있던 투자자들이 파란불(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마진 거래로 레버리지 투자를 하던 투자자는 지금까지 벌었던 거의 모든 돈을 날리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자연스레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이 엄청난 상승 이후 큰 폭의 하락을 겪으며 ‘암호화폐의 겨울’을 맞이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됐다. 암호화폐 업계는 2018년 큰 폭 하락 이후 가격 반등도 없고 거래량도 없는 약 3년간을 버텨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18년처럼 2021년에도 짧은 폭등장인 ‘시즌2’가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세계적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트’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보유 수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4일 코인데스크 주최 컨센서스에서 레이 달리오는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으로는) 채권보다는 비트코인을 가진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다가 지난 1월부터 금과 같은 투자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를 바꾼 바 있다.
일요신문이 최근 만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대체로 ‘지금이 시즌2의 끝’이라는 얘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A 씨는 암호화폐 투자로 온라인에서 꽤 명성을 얻는 투자자다. 2017년부터 투자를 시작해 많은 돈을 벌었고 2021년에 다시 한번 큰돈을 쥐었다. A 씨는 “시즌2 끝이라는 얘기에는 반만 동의한다”고 말했다.
A 씨는 “김치코인(한국산 암호화폐)이나 잡코인 등은 이번이 정말 끝일 수 있다. 곧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형 거래소가 줄줄이 문을 닫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형 거래소에 상장이 안 된 암호화폐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암호화폐 가운데 99%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A 씨는 그럼에도 비트코인 등 전체 암호화폐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봤다. A 씨는 “전체 시장 규모는 우상향 하리라고 본다. 수많은 허접한 기술주가 퇴출당했지만 나스닥지수는 크게 올랐다. 비슷하게 메이저 암호화폐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고 그에 따라 전체 시장으로 봤을 때는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로 큰돈을 번 투자자 B 씨는 시드 수백만 원에서 시작해 수십억 원을 모았다. B 씨는 “암호화폐 시즌2가 끝났다는 얘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누구도 확실히 알 수 없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B 씨는 “조정이 왔을 뿐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전체 자산의 약 30% 정도만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B 씨는 한 잡코인(메이저 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을 약 10억 원어치 들고 있었다. B 씨는 “가을까지는 느긋하게 이것만 들고 기다려볼 참이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내일은 투자왕 김단테’를 운영하는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김 대표는 “시즌2의 끝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다만 여전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매수해 놓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8년 폭락장과 비교해 세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첫 번째로 제도권과 기관의 인식이 확연하게 변했다. 레이 달리오도 보유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런 인식 변화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통화정책이 한동안은 미국이 달러를 푸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달러가 풀리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헤지하기 위해 자산 중 일부를 암호화폐에 투자할 만하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암호화폐 자체가 디파이(Defi·탈중앙화된 분산 금융 서비스) 등 새로운 쓰임새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점을 볼 때 메이저 코인은 아직 투자·보유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만 현재 가격이 적절한지, 만약 적절하지 않다면 이런 변화들이 언제 가격에 반영되는지 등은 다른 얘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현재 적절한지 등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김 대표는 암호화폐에는 전체 자산의 일부만 투자하기를 권장한다. 이는 전문 투자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부분이다. 앞서의 A 씨는 “큰돈을 잃고 ‘어떻게 해야 하냐’며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미 잃은 뒤에는 찾을 수가 없거나 찾기 매우 어렵다. 이런 점을 깨닫고 잃어도 되는 수준만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