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4차례 제출…유족 측 “진실 얘기해” 소리치기도
김태현의 변호인은 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처음부터 첫 번째,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며 "첫 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우발적 살인"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김태현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 A 씨가 함께 게임하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험담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했던 점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을 하며 알게 된 A 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토킹하다가 지난 3월 23일 A 씨의 집에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 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김태현은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범행도구를 훔치고 갈아입을 옷 등을 준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종이상자를 미리 준비한 뒤 A 씨 집에 물품 배송을 가장해 현관문을 두드리고 숨어 있다가 A 씨의 여동생이 배송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려 문을 열자 위협해 집 안으로 침입한 뒤 살해했다.
그는 집 안에서 기다리다가 같은 날 밤 11시 30분쯤 귀가한 A 씨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이후 집에 돌아온 A 씨마저 살해했다.
김태현은 범행 후 A 씨의 집에 있는 컴퓨터에 접속하고, A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본 뒤 대화 내용과 친구목록을 삭제했다.
검찰이 이날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 1월 23일 A 씨에게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A 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말다툼이 이어졌다. 이후 A 씨가 관계를 단절하려고 하자 김태현은 스토킹을 시작했다.
또 범행 당일 A 씨는 집으로 돌아와 상황을 확인한 뒤 김태현에게 흉기를 내려놓도록 회유하고 그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저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법정에 온 피해자 유족 측은 검사가 공소사실 중 김태현이 피해자들을 살해한 내용을 발언하자 흐느꼈다. 또 재판부가 김태현이 그간 4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을 말하자 "진실을 얘기해"라고 소리쳤다.
발언 기회를 얻은 유족 측은 "사람 3명을 죽여 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어이없다"며 "인간도 아니고 인간쓰레기조차 아니다"라며 엄벌을 요구했다.
A 씨의 고모인 김 아무개 씨는 "김태현은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살인마"라며 "사형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김태현에게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지난 4월 27일 구속기소 했다. 김태현은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밝히는 확인서를 내고 지난달까지 총 4차례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9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된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