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만 야동 보란 법 있으므니까? 흥!
일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2010년 AV부분 매출 랭킹 1위는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바디 토크 레슨>으로 놀랍게도 남성용 AV를 제쳤다. 여성용 AV 전문 제작회사 ‘실크라보’(www.silklabo.com)가 2009년 8월에 출시한 <바디 토크 레슨>은 일종의 섹스 교본서 성격의 AV. 이를테면 오르가슴을 느끼기 쉬운 체위로 여성 상위를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식이다.
‘섹스리스’였던 주부들이 이 AV를 보고 남편과 관계가 개선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동영상 광고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예를 들어 ‘가장 긴 중지로 윤활제를 바르면 감촉이 좋다’는 등의 팁을 설명하고 모델이 직접 시연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AV는 주부층에 가장 많이 팔렸다.
출연한 남자배우 쓰키노 다이토는 <사이조우먼> 등 여성 주간지의 인터뷰가 쇄도해 스타덤에 올랐다. 여성용 AV가 화제이다 보니 <앙앙> 등 유명 여성패션잡지에도 여성용 AV 소개 코너가 생길 정도다.
‘실크라보’ 외에도 현재 일본에는 여성용 AV를 전문적으로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회사가 여럿 등장한 상태다. ‘러브코스메틱(www.lovecosmetic.jp)’, ‘러블리팝(www.lovelypop.com)’ 등이 그것이다. DVD 가격이 대개 120분당 4000엔(약 5만 4000원), 웹사이트 관람은 월정액 1980엔(약 2만 6000원)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지만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 ‘피치조이(peachjoy.jp)’처럼 여성용 AV뿐만 아니라 아예 에로틱 만화, 소설, 사진, 영상 등 에로틱 장르를 종합해 판매하는 곳도 있다.
관련 업체들은 “여자도 남자처럼 섹스를 즐길 권리가 있다”며 “여자가 몸과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철저하리만치 여성 취향에 맞춰야 하는 고충이 있다.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AV와 차별화를 위해 여자 스태프가 직접 줄거리를 쓰고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AV에는 비교적 외모가 떨어지는 남자 배우가 나오는 데 비해 여성용 AV에는 아이돌급 비주얼을 내세운 남자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또 보통 AV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오르가슴에 이르는 과정에 집중하는 데 반해 여성용 AV에서는 시종일관 남자 배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메라에 담는다.
일본의 여성 사회학자 모리 나오코 씨는 “에로틱 만화, AV 등 포르노를 자위에 이용하는 여자가 꽤 많다”며 “여자가 즐겨보는 포르노는 장르에 상관없이 성관계 시 남자의 포지션이나 애무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적극적인 마케팅도 여성용 AV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제작 판매사들은 여성만을 한정 초청해 AV에 대해 이야기하는 ‘AV 토크쇼’ 등의 이벤트나 ‘AV 전문 여자 라이터(AV 배우를 인터뷰하거나 촬영현장을 취재하는 직업)’ 취업설명회도 열고 있다. ‘실크라보’의 경우 유튜브에 메이킹 필름을 공개하거나 주연배우 소개를 하는 영상을 띄워 여성 고객들과 쌍방향 소통을 하고 있다. 여자 고객들은 댓글로 ‘섹스신에 애정이 듬뿍 담겨서 좋다’, ‘섹스를 잘하려면 몸의 감도를 높이기 위한 자위도 중요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후쿠오카시 성인영화관 ‘덴진 시네마’는 2010년 봄부터 매주 수요일을 ‘레이디 데이’로 지정해 관람객을 여성이나 커플만으로 한정했다. 극장 측은 “레이디 데이에 극장을 찾는 20~30대 여성 관객들은 대체적으로 남성 관객에 비해 감독, 출연배우가 누구인지를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있어서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일본의 웹뉴스 <Jcast>에서 여자가 AV에 빠져드는 이유를 분석한 니혼대학 예술학 강사 유마 레이코 씨는 “이제 남녀 모두가 연애를 거쳐 섹스에 이르는 이상적인 형태가 귀찮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이제 여성도 남성만큼 자위욕구가 있다는 점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 아니냐”고도 덧붙인다.
관련 업계는 남성용 AV 시장이 유명 여자 배우가 등장하며 확대된 것처럼 여성용 AV 시장에도 곧 이름 있는 남자 배우가 출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