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양견 재분양, 유기견으로 발견된 사례도…“죄책감 이용 돈벌이” 비판 불구 법적 규제 방법 없어
당초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유기된 동물을 안락사하지 않고 최대한 오래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 보호소의 경우 유기동물 입소 후 10일이 지나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언제든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는 까닭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집계에 따르면 2020년에만 2만 7062마리의 유기·유실 반려동물이 안락사 처리됐다. 해마다 죽어가는 유기동물이 늘자 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 안락사 없는 보호소다.
그런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동물보호소가 늘고 있다. 이들 보호소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된 보호자에게 위탁비 명목의 돈을 받고 동물을 맡아준 뒤, 새로운 입양자에게 되파는 형태의 영업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미 유기된 동물을 보호한다는 원래 취지에서 기르던 반려동물을 파양하는 곳으로 변질된 셈이다. 특히 위탁비의 경우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이런 업체들을 두고 “보호소가 아니라 보호소를 사칭하는 ‘신종 펫숍’”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보호소 간판을 단 신종 펫숍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진짜 보호소인 줄 알고 방문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한 동물보호소를 방문했다는 이주현 씨(28)는 “유기견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업주가 ‘기왕이면 더 예쁜 아이로 데려가라’며 펫숍에서나 분양할 법한 어리고 작은 품종견을 권유했다. 책임비로 20만 원을 달라고 했다. 입양을 망설이고 있는데 한 보호자가 반려견을 맡기고 싶다며 들어왔다.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파양을 하는 곳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책임지고 입양을 보내준다는 약속에 적지 않은 금액을 위탁비로 냈지만 맡긴 동물이 유기동물로 발견된 일도 있었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A 씨는 폐암 선고를 받은 모친이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반려견 ‘별이’를 맡아줄 보호소를 찾았다. A 씨 역시 해외거주자로 ‘별이’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강아지 요양원’이라는 한 업체에 입소비와 치료비, 소식 알림서비스 등을 포함해 총 290만 원의 위탁비를 지불했다.
한 달 뒤, 별이의 상태를 보기 위해 업체를 찾은 A 씨는 깜짝 놀랐다. 치료비를 포함하여 위탁비를 지불했으나 전혀 관리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별이의 눈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결국 A 씨가 직접 인근 병원에서 별이를 치료했다. 이후 별이는 갑작스레 입양되었다. 별이의 소식이 궁금했던 A 씨는 수차례 별이의 안부를 물었으나 업체 측은 입양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이의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는 한 지역의 동물병원에 별이가 유기동물로 접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황당함에 업주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이번에도 아무런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입양가족의 주소를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으나 A 씨를 반기는 것은 인적이 끊긴 집과 그간 쌓인 전기료 독촉고지서뿐이었다.
별이는 어떻게 됐을까. A 씨에 따르면 업체 측은 ‘별이를 다시 맡을 수는 없으니 데려가고 만약 입소시키고 싶다면 입소비를 재입금하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별이를 데려가려면 이번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유지각서를 작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A 씨가 관련 제안을 모두 거부하자 업체 관계자는 ‘재입소를 거부한 동물에 대한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며 별이를 동물구조관리협회로 보냈다. 다행히 별이는 현재 새로운 가족을 만난 상태다.
이에 대해 A 씨는 “신종 펫숍에게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었다. 안락사 없는 요양보호소라는 이름은 허울뿐이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동물보호단체 및 일부 시민들은 신종 펫숍의 영업행위는 반려동물 파양 문화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올해로 3년째 유기견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유상범 활동가(33)는 “신종 펫숍이 파양자의 양심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양을 결정한 보호자가 지불하는 위탁비가 크면 클수록 그들이 느끼는 죄책감의 크기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나는 유기하지도 않았고, 돈도 엄청나게 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피치 못 할 사정으로 파양을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파양이 손쉬운 문화가 조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종 펫숍이 반려동물이 무분별한 유기와 안락사 시행을 막는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종사자는 “지자체 보호소로 가면 10일 만에 안락사를 당하지만 최소한 업장에서는 입양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 버려지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를 모른 척하는 것보다는 일정 비용을 받더라도 새 가족과 연결해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입양 절차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하고 보호소 명칭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논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판매업’은 업주가 번식장 등에서 동물을 구입해 판매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반대로 파양자의 의사에 따라 돈을 받고 들인 동물을 되파는 업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신종 펫숍의 영업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셈이다. 보호소 명칭도 누구나 쓸 수 있다 보니 ‘동물보호소’라는 간판을 단 신종 펫숍에 대한 관리·감독도 불가능한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법적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동물보호법에 보호소의 정의가 없어 누구나 보호소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비영리 목적의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를 민간동물보호시설로 규정하고 신고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호소는 신고 의무가 없다. 만약 비영리 목적의 유기동물보호소 운영을 신고제로 바꾸게 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장들은 더 이상 보호소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