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1·2심, “자연스러운 접촉”…대법 “상관-부하 관계 고려했어야” 파기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3일,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소령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는 행위만으로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에 해당하고, 추행의 형태와 당시 정황 등에 비춰보면 추행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은 성폭력처벌법상 추행과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지난 2017년 같은 부서 부사관인 피해자를 네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육군학생군사학교 간부로 근무하던 A 씨는 업무상 지휘와 근무평정을 받는 자리엥 있는 피해자에게 “너와 추억을 쌓아야겠다”며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끌어 어깨 위에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추행했다.
또 같은 해 8월 충북 음성의 한 산림욕장에서 물속으로 들어오라는 요구에 피해자가 거절하자 뒤로 다가가 갑자기 안아 올리고 같은 날 스크린야구장에서는 스윙을 가르쳐주겠다며 피해쟈의 뒤에서 손을 잡기도 했다. 또 키를 재보자며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기거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상관이 부하의 신체를 접촉했다고 해서 성추행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A 씨의 행위는 모두 객관적으로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는 추행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여성에 대한 추행에서 신체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부하인 피해자에게 업힐 것을 요구하거나 물속으로 들어오게 하거나 키를 잴 것 등을 요구하면서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행위는 그 행위태양에 비춰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공소사실 관련 행위 외에도 피해자에게 수면실에서 함께 낮잠을 자자고 하거나 단둘이 식사할 것을 요구하는 등 업무 관계 이상의 관심 또는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점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가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 하에 이뤄졌다고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