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 김민재도 물망…남은 한 자리 권창훈·강상우·조현우 등 거론
#올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
올림픽 축구는 특별한 룰을 가지고 있다. 23세 이하 선수만 참가 가능한 것이다. FIFA 월드컵이 창설되기 전, 근대 올림픽 초기에는 올림픽에서 축구 종목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축구 대항전이었다. 하지만 1930년 우루과이에서 최초 월드컵이 개최됐고 이후 올림픽 축구는 그 권위를 잃어갔다.
1회 월드컵 직후 열린 올림픽에서 축구 종목은 한 차례 개최되지 않았고 이후 부활했지만 아마추어 정신을 강조하며 오랜 기간 프로 선수들의 참가를 불허했다. 스타들의 참가 길이 막혔기에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고자 1984 LA올림픽부터 축구 선수들의 참가 가능 조건이 수정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현재의 23세 이하 선수들의 참가가 결정됐다. 다음 대회인 1996 애틀랜타올림픽부터는 3명까지 24세 이상 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되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탄생했다.
비록 와일드카드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세계 최고 축구 스타들의 올림픽 참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FIFA가 올림픽에 각 소속팀들의 차출 의무 협조 권한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월드컵의 위상을 지키려는 FIFA의 조치로 해석된다.
#올림픽에 진심인 대한민국
대부분 국가들은 축구에 관한 한 월드컵에서 성과를 목표로 한다. 월드컵 본선에 나서기 어려운 전력의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베트남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베트남 사상 최초 최종예선 진출이며 현지에서는 박항서 감독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최종예선 진출만으로도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대회가 월드컵이다.
반면 올림픽은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경우 스타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A대표팀 경기를 최우선으로 하는 운영 방식 때문이다. 23세 이하 선수더라도 뛰어난 기량을 보인다면 올림픽 참가가 아닌 A대표팀 참가가 우선이다. 선수 개개인도 올림픽 참가에 큰 뜻을 두지 않는다. 와일드카드 선발에서도 A대표팀에서 다소 밀리는 선수들이 뽑히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분위기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올림픽뿐 아니라 지역 대회인 아시안게임에도 최정예 명단을 꾸려 선수들을 파견해왔다. 와일드카드 선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일부 국가와 달리 대한민국은 3명의 와일드카드를 대부분 채워왔다.
#도쿄에서도 수비 안정 기조 이어갈 듯
와일드카드 도입이 결정되자 대표팀은 와일드카드 자원 선발에도 공을 들였다. '당대 최고'로 불리는 선수들이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1996년 당시 주인공은 이임생, 하석주, 황선홍이었다. 이미 각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A대표팀에서 활약하던 이들은 대회 이전 평가전에도 합류해 출전하며 올림픽에서 호성적을 노렸다.
이후로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는 김도훈, 홍명보, 김상식이 선발됐다. 김도훈은 2000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당대 최고 공격수, 홍명보는 A대표팀에서 이미 주장 완장을 차던 시기였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유상철과 정경호가 합류했다. 이들 역시 A대표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던 얼굴들이었다. 유상철은 이미 월드컵에 2회 참가한 경력이 있는 선수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달라진 흐름이 감지됐다. 올림픽 대표 주축인 23세 이하 선수들과 연령 차이가 적은 선수들을 선택하며 기존 선수들과의 융화를 꾀하는 동시에 군 미필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노렸다. 병역 혜택이 사라진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은 혜택이 남아 있는 대회였다.
이 같은 노력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결실을 맺었다. 최대 1989년생까지 참가할 수 있었던 대회에 1985년생 와일드카드(김창수, 박주영, 정성룡)들이 참가했고 이들은 동생들을 무난하게 이끌며 동메달을 획득, 병역 혜택까지 얻어냈다. 이들은 '어린 선수들과 어울리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던 과거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한 베테랑 선수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와일드카드에선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전 2개 대회에서 병역 혜택에 대한 욕구가 강한 선수들을 선발했던 것과 달리 이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는 수비수 장현수를 불러들였다. 그만큼 수비 안정이 절실했던 신태용 감독의 의지가 돋보였다. 이 같은 기조는 다가오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이어질 전망.
#'학범슨'의 의중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 빗대 '학범슨'으로 불리는 김학범 감독은 이번 소집 명단에서 오세훈과 조규성을 모두 제외했다.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올림픽 대표 연령대의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다. 이들이 빠지며 현재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들은 모두 측면 또는 2선 자원들로만 채워졌다.
자연스레 와일드카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황의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앞서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감독과 와일드카드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대회에서 이들은 금메달 획득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이전에도 성남 FC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또 다른 와일드카드 후보로는 수비진에서 김민재가 꼽힌다. 김민재 역시 황의조와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김민재 소속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체자는 최근 상무에 입대한 박지수가 될 전망이다.
나머지 한 자리에는 여러 후보가 오르내리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이 앞서 추린 11명의 와일드카드 후보로는 황의조, 김민재, 박지수를 포함해 공격수 손흥민, 미드필더 권창훈·손준호·이재성·황인범, 수비수 강상우, 골키퍼 조현우·김동준이다.
이들 중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권창훈, 강상우, 조현우다. 권창훈은 유럽 빅리그(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고 A대표 주축으로도 나서는 선수며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강한 동기부여가 있다. 강상우는 전방과 후방, 좌우 측면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라는 장점이 있다. 조현우는 대표팀 후방을 강화할 카드로 평가받는다.
최종 소집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김학범 감독은 두 가지 키워드를 언급했다. '체력과 희생'이다. 23세 이하 선수들은 훈련이 진행되는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감독 앞에서 쇼케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와 달리 와일드카드 후보들은 외부에서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6월 30일 올림픽 최종 명단이 발표되는 날, 김 감독의 입에 많은 눈길이 쏠릴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