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12년 만의 귀환, 나홍진의 ‘랑종’ 연상호의 ‘방법:재차의’ 등 줄줄이 출격
#한국 최초 공포영화 시리즈의 귀환 ‘여고괴담 6’
5편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여고괴담 6’의 귀환은 ‘여고괴담 시리즈’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올해 가장 기대되는 소식이었다. 특히 공포라는 장르적 측면에서도, 서사 그 자체로도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1편으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공포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1편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어른이 된 주인공이 다시 모교로 돌아갔다가 미스터리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주제나 점프 스케어(크고 무서운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장면을 전환하거나 이벤트를 집어넣어 관객을 놀라도록 만드는 기법) 신 등이 호평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는 평이 대세라는 점이 아쉽다. 관객들의 가장 큰 비판을 받은 지점인 후반부 반전을 향해 가는 서사가 충실하지 않았던 탓에 스토리 전개가 다소 불친절했다는 것. 이제까지 여고괴담 시리즈가 단순히 공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당대 사회 문제를 재조명하는 역할을 해왔던 만큼 이번 6편 역시 그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전후사정 없이 반전으로만 보여주기에 급급해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과 반전이 완전히 따로 논다는 것이다.
반면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다는 게 관객들의 중론이다. 특히 ‘SKY캐슬’ ‘아무도 모른다’ ‘마인’으로 이어지며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김서형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스토리와 동떨어져 자칫 불협화음으로 가기 쉬운 문제의 반전 신도 김서형의 눈빛과 표정 연기만으로 개연성이 확보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라이징 여배우들의 등용문’이라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또 다른 이름에 걸맞게 김현수, 최리, 김형서(BIBI) 등 20대 여배우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주목 받는 한국형 오컬트 ‘제8일의 밤’‧‘방법: 재차의’
넷플릭스를 통해 7월 2일 공개되는 ‘제8일의 밤’은 ‘가장 한국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2500년 전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지옥문을 열려고 했던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을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가두었다는 부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들의 싸움을 그린다.
앞서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가 그랬듯 현대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한국형 오컬트를 다룬다는 점에서 국내 호러 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결국 인간이 가진 공포의 근간이 죽음이 아닌 삶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단순한 공포 또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넘어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 무속 신앙 가운데 저주에 해당하는 ‘방법’이란 생소한 소재로 눈길을 끌었던 tvN 드라마 ‘방법’의 영화판인 ‘방법:재차의’가 드라마와는 또 다른 오컬트 스릴러를 보여줄 예정이다. ‘방법: 재차의’는 할리우드 영화의 좀비와 흡사한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가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이들을 이용해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사건의 진범을 막아낼 ‘방법’을 그린 작품이다. 앞서 ‘부산행’ ‘반도’로 한국형 좀비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연상호 감독의 작품인 만큼, 그가 그려낸 또 다른 ‘한국형 오컬트 좀비’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지에 기대가 모인다(7월 28일 개봉).
#한국이 그리고, 태국이 완성한 극한의 공포 ‘랑종’
'랑종'은 올여름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곡성’으로 수많은 관객들을 현혹시켰던 나홍진 감독이 원안을 쓰고, ‘셔터’로 수많은 국내외 공포 영화 팬들을 떨게 했던 태국 공포 영화의 대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는 데에서 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샤머니즘(무속 신앙)을 소재로 한 ‘랑종’은 태국 이산 지역에서 대물림으로 신내림이 이어져 오던 가족에게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현상을 그린다. ‘랑종’이라는 제목 자체가 태국어로 무당, 영매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영혼이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고 믿는 태국의 무속 신앙은 우리나라의 무속 신앙과 매우 흡사하기에 생소한 소재임에도 국내 관객들은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과 인간의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데 특화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완벽한 공포를 그려내기 위해 태국 샤머니즘에 대한 심도 깊은 리서치를 진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30명이 넘는 무당을 직접 만나는 한편, 수천 명의 무당을 만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이야기의 사실성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만큼 완벽한 작품이 나왔다는 것이 두 감독의 자신이었다.
특히 나홍진 감독이 ‘랑종’을 가리켜 “영화는 수려하고, 무섭고, 의미 깊다”고 밝힌 것은 수많은 공포 영화 팬들의 기대감과 두려움을 한 번에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곡성’을 두고 “코미디 영화”라고 말했던 나홍진 감독 스스로가 인정한 무서운 영화라는 점에서 과연 이 영화가 공포 영화의 새로운 한계점을 뛰어넘을지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심지어 이 영화는 6월 28일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사의 공포 등급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공포 영화 팬들을 더욱 흥분시키기도 했다(7월 14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